지역과 사회, 사람을 향하는 예술적 실천

미국 커뮤니티 아트, 사회참여적 예술 사례

예술은 때로 지역의 문제에 주목하기도 하고, 잊고 있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 회복에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나와 우리 주변 이웃을 돌아보게 한다. 미국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NEA)이 발행하는 [NEA ARTS] 2018년 2호에서는 미국 각지에서 발굴한 커뮤니티 아트 사례를 소개하면서 지역 사회 내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만들어내고, 참여를 유도하면서 경제적‧사회적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커뮤니티 아트의 특징을 강조했다.

필라델피아 벽화예술 프로젝트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아트
‘커뮤니티 아트 – 미국 공공예술 둘러보기(Community Art – A Look at Public Art in America)’를 주제로 한 [NEA ARTS] 2018년 2호는 공공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커뮤니티 아트를 제시하면서, 공공예술이 익히 알고 있는 벽화(시각예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으며, ‘커뮤니티의, 커뮤니티를 위한, 커뮤니티에 의한 예술’이라는 점에서 커뮤니티 아트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진정한 커뮤니티 아트를 위해서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디자인하는 단계부터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공동의 작품을 창작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고,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아트’라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는 다섯 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예술을 통한 커뮤니티 힘 돋우기
필라델피아 벽화예술 프로젝트
1984년 시작된 미국 최대의 공공예술 프로그램인 필라델피아 벽화예술(Mural Arts Philadelphia) 프로젝트는 그래피티의 본고장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해마다 50~100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역 청소년들이 지역을 아름답게 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퇴역 군인이 아티스트로 참여하고, 청소년과 함께 벽화의 일부를 완성하는 등 협동 방식으로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고 교육의 장을 형성하고 있다.
꼭대기에서
반달루프의 퍼블릭 캔버스를 활강하기
1991년 창단한 ‘반달루프(BANDALOOP)’ 무용단은 현대무용과 암벽등반 기술을 결합한 퍼포먼스로 지금까지 유럽, 아프리카, 중동, 미주, 아시아의 22개국에서 공연해왔다. 반달루프는 지역의 특정한 역사적 장소를 ‘퍼블릭 캔버스’로 설정하고, 이를 무대로 삼아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들은 퍼블릭 캔버스를 설정하기 위해 지역 내 공간의 사회적‧문화적 특징을 수집하고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바탕으로 공공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움직임을 설계한다. 이렇게 구성된 반달루프의 공연은 지역 주민들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독특하고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역의 공공 공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공공예술을 통한 문화적 정체성
알래스카 하이다 하우스 포스트 프로젝트
알래스카 남동부 지역에 위치한 하이다버그(Hydaburg)는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와 원주민 하이다(Haida)의 문화적 정체성이 담겨 있는 조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과 마찬가지로 하이다족 역시 그들의 문화적 전통은 점점 사라져갔다. 하이다버그 출신 조각가 티제이 영(TJ Young)은 사라져가는 지역의 전통과 문화적 정체성을 지속하기 위해 전통공예인 ‘조각기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하이다의 전통을 이어갈 차세대에게 기술과 문화 지식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조각 수업은 주 2회 열리며, 조각뿐 아니라 자신과 지역사회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되고 있다.

  • 반달루프의 퍼블릭 캔버스
  • 하이다 하우스 포스트 프로젝트
커넥션 만들기
플로리다 마틴카운티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창작 과정
지역 내 환경 관련 문제를 공공예술과 접목한 사례도 있다. 플로리다 주 세인트루시 강 주변에 위치한 지역사회에서는 재개발 계획에서 부적절한 우수관리(stormwater management)가 수도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공예술과 접목하여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리플(Rippl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리플 프로젝트는 버려진 우수관리 공간을 예술적이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설계하는 단계마다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참여를 유도했다. 이를 위해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 워크숍,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커뮤니티 트리 등 지역민의 의견이 프로젝트 기획과정 전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우수관리 공간은 지역민의 의견과 결정 아래 환경시설의 기본 디자인이 결정되어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커뮤니티를 향상시키기
버펄로의 가드닝의 시학(poetics)
미국 버펄로 지역은 오랫동안 ‘녹슨 도시(Rust Belt city)’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었다. 이에 ‘단지 버펄로 문학센터(Just Buffalo Literary Centre, JBLC)’는 쇠락한 버펄로 지역의 문화적 유산을 활용하여 ‘재기(resurgence)’를 위한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역 내에 있는 4개의 커뮤니티 텃밭을 발견하고 지역의 가드닝 단체인 ‘그래스루트가든(Grassroots Gardens WNY)’과 협업하여 문학예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읽기-심기-쓰기(Read-Seed-Write)’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작물을 기르는 과정을 시로 표현하는 가든 저널, 커뮤니티 쿡북 등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가드닝 워크숍을 통해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커뮤니티의 건강과 참여를 이끌어 냈다. 추수 시즌에는 버펄로 지역 내 각 100여 개의 텃밭의 회원들이 참여하여 자신의 프로젝트 사례와 수확물을 함께 나누는 ‘추수축하(Harvest Celebration)’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 플로리다 마운티 카운티 공공예술 프로젝트
  • 버펄로 가드닝 워크숍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예술적 실천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사회참여적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가도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마크 바무디 조셉(Marc Bamuthi Joseph)은 공연예술가이자, 시와 문학, 무용, 예술교육, 퍼포먼스, 스포츠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 활동가(Art Activist)이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예르바 부에나 예술센터(Yerba Buena Center for Arts)에서 프로그램 기획 대표로 활동하며 동료 예술가들과 협력해 이민자 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와 문화적 정체성을 주제로 청소년 대상 융·복합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이민자 자녀 등 소외계층 청소년들이 축구와 같은 스포츠가 주는 해방감과 음악과 춤에서 오는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무용과 스포츠, 공연예술과 문학 등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참가자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2017년 테드엑스글로벌(TEDxGlobal)에서 강연한 바 있으며, 오는 9월 14일부터 이틀간 ‘리더로서의 예술가: 글로벌 사회에서의 예술가의 역할, 책임감, 그리고 영향’을 주제로 뉴욕에서 개최되는 ‘제4회 국제예술강사대회(ITAC)’에 주요 발제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관련링크(사진출처)]
국립예술기금 www.arts.gov
[NEA ARTS] 2018년 2호 ‘커뮤니티 아트’ (사진출처)
필라델피아 벽화예술 www.muralarts.org
반달루프 www.bandaloop.org
단지버팔로문학센터 www.justbuffalo.org
그래스루트가든 www.grassrootsgardens.org
예르바 부에나 예술센터 www.ybca.org
사진없음
기획 _ 국제협력팀
정리 _ 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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