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개정된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6조 제1항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이하 종합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은 종합계획 수립을 위해 2016년부터 관련 연구를 추진하였으며, 문화예술교육지원위원회 소위원회의 자문회의를 거쳐, 전국 17개 광역을 중심으로 간담회를 추진하였다. 릴레이 지역 간담회는 교육진흥원과 17개 시·도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지역센터)와 협력하여 지자체, 문화재단, 시도교육청, 지역 전문가 등 지역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1월 11일, ‘문화예술교육 5개년 종합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번 아르떼365에서는 세 분의 전문가가 말하는 ‘문화예술교육 5개년 종합계획’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연구자인 박영정 연구실장(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은 ‘종합계획이 가지는 정책적 의미’에 대해서, 지역의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손동혁 팀장(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은 ‘종합계획에 대한 지역의 관점’을, 홍유진 본부장(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교육기반본부)은 ‘종합계획이 시사하는 바’를 이야기했다.
전환기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이정표
박영정_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이번에 발표된 종합계획은 최초의 법정계획이라는 수식어만큼이나 전환기에 들어선 우리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인가.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은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에 의해 단기간에 압축 성장을 해 왔다. 정부에서 법을 만들고, 진흥기관을 만들고, 국가 예산을 지원하여 전국에 걸쳐 문화예술교육의 붐이 만들어졌다. 17개 시도에 지역센터가 만들어져 지역문화예술교육도 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 지역센터 운영에서도 지방비 매칭이 조건이긴 하지만 국비가 종자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은 향후 5년간 펼쳐질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정부 정책의 청사진에 해당한다. 종합계획은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의 연단위 시행계획뿐만 아니라 광역시․도의 지역별 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종합계획의 후속 조치로 시행계획과 지역계획이 수립되어 시행된다면, 분명 문화예술교육의 지형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이정표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이 계획이 가져오게 될 가장 커다란 변화는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와 ‘다양화’이다.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정부 주도의 문화예술교육이 지역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분권화의 거대한 흐름은 문화예술교육도 비켜갈 수 없는 대세다. 광역센터의 기능 및 역할 강화와 더불어 기초단위 지역센터 설치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문제는 분권화의 토대가 지역의 역량과 여건의 성숙에 달려 있기 때문에 단순히 계획의 수립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형 아난딸로(Annantalo)’*로 알려진 ‘꿈꾸는 예술터’**는 새로운 방식의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 우리나라의 이원화된 학교-사회 문화예술교육 체계의 지형을 바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생활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학교-사회 연계 모형의 새로운 교육 공간이 될 것이다. 아니 되어야 할 것이다.
* 아난딸로 아트센터(Annantalo Art Center): 아난딸로 아트센터는 핀란드 헬싱키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문화예술기관이자 예술교육기관이다. 1886년에 세워진 폐교 건물을 헬싱키 시가 1987년에 어린이와 청소년 전용 예술교육센터로 개조했다.
** ‘꿈꾸는 예술터’: 폐초등학교 건물에서 예술교육을 하는 핀란드 ‘아난딸로’처럼 유휴 공간을 활용해 문화예술을 가르치는 사업이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은 계층 대상별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고, 인문교육, 문화 다양성 교육, 미디어교육, 문화유산 교육, 통합․융합 교육 등 프로그램의 다양화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수요자 중심 다각화’라는 추진 전략처럼 다양한 채널과 내용으로 접근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의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교육이 지닌 본질적 가치에 해당하는 다원주의적 가치관이 구현되도록 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번 종합계획은 전환기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지향점을 반영하여 계획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기대를 모으기 충분하다. 우리 모두의 협력과 소통 강화로 계획의 수립과 시행이 실질적인 문화예술교육의 지형 변화로 이어지게 해야 할 것이다.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의 시작, 갈 길은 멀고 시간은 부족하다
손동혁_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장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이 개인의 미적 감성 개발, 창의성 증진과 함께 공감 및 소통 능력 향상 등을 통해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사회적·문화적 과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시민의 문화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지역사회 전반의 창의적․혁신적 역량 강화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지역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과 삶의 질 향상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은 모든 국민은 문화예술교육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
모든 국민의 삶은 지역에 기초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문화예술교육을 지역 중심으로 실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역 중심의 관점에서 봤을 때 지난 10여년간 시행된 문화예술교육이 여러모로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수립된 종합계획의 방향이 “삶의 터전인 지역 곳곳, 일상 속에서 개개인의 생애주기별 수요와 요구에 맞추어 문화예술교육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강화”하고, “문화예술교육을 질적으로 내실화하고, 추진방식을 지역 중심,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으로 설정된 것은 문화예술교육이 제자리를 찾아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게다가 문화예술교육 관련 최초의 법정계획이라는 의미와 함께 지난 해 하반기 내내 지역센터와 협력하여 17개 지역 간담회를 개최하고 광역별 토론회를 거쳐 종합계획이 수립되었기에 더욱 커다란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 종합계획의 수립 과정에서부터 지역의 활동 주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의견을 교환하고 이견을 좁혀가기 위한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문화예술교육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 추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센터를 중심으로 문체부, 교육진흥원 등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문체부는 종합계획 수립과 관련 법제도 정비, 부처 간 협력체계 구축 등의 역할을, 교육진흥원은 지역센터 지원업무를 중심으로 정책연구와 조사․통계 시스템 구축, 관련 네트워트 형성과 국제교류 등의 역할을, 지역센터는 문화예술교육의 거점으로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사업 전반을 기획·관리·실행하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사회 기반의 문화예술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존의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탈피하여 사회문화예술교육과 학교문화예술교육을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굳어져 있는 사업방식을 전환하는 일이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월초에 구성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협력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종합계획에 담겨있는 내용을 구체화하고 2019년부터 지역으로 사업을 이관하기 위한 준비를 충실히 진행하는 임무가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지역센터 역시 발걸음을 빨리해야 한다. 그동안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던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협의회의 구성과 운영을 지원하고, 종합계획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계획인 지역문화예술교육계획 수립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협력위원회: 문화 정책의 지역 분권화 기조에 따라,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는데 있어 중앙-지역 관계기관 간 역할을 조정하고 정책사업의 단계적 지역화를 준비하는 협의기구.
2019년에 가시적인 변화를 일구기 위해서는 이 모든 일들이 올해 6월말까지 준비되어야 한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은 부족하지만 믿을 것은 현장의 경험과 지혜,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 위한 열정뿐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홍유진_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교육기반본부장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향후 5년간의 정책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18~2022)’이 발표됐다.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추진계획은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발표되어 왔으나*, 이번 종합계획은 이를 반영하여 각 지역별로 수립하게 되어 있는 지역문화예술교육계획이 후속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전 추진계획과 차이를 보인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대한 정책적 관점이 설정되고 상호연계함으로써 국가적 차원의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수립되는 시작점인 셈이다.
* 참고문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2004년, 문화관광부․교육인적자원부 공동발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중장기 전략(2007년, 문화관광부 발표), 창의성과 인성함양을 위한 초․중등 예술교육 활성화 기본방향(2010년, 문화체육관광부․교육과학기술부 공동발표),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발표)
이번 종합계획은 ‘삶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비전 하에 정책추진을 위한 ‘체계’, ‘사업’, ‘기반(인프라)’의 영역과 관련하여 각각 지역 기반 생태계 구축, 수요자 중심 교육 다각화, 문화예술교육 기반 고도화라는 3개의 추진전략으로 구성되었다. 수요자 중심 교육 다각화를 통해서는 전 생애에 걸친 문화예술교육의 지원과 기반 구축을 강조함으로써 삶 속에 지속적으로 실현되는 문화예술교육을 제시하고 있다. 정책 대상을 소외계층 혹은 일부 연령층에 집중하기보다는 전 연령층으로 포괄하여 추진하고 다양한 기회와 방식으로 다각화할 계획이다. 세부적인 추진방식이나 내용은 이번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하되 매년 수립하게 되는 시행계획이나 지역별 계획에서 각 시기별 지역별 여건 등을 고려하여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지역기반 생태계 구축은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와 관련된 내용이다. 2014년에 수립된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에도 주요 방향의 하나로 지역화가 언급되어 있었으나 사업관리의 지역이관 이상에 해당하는 기획이나 실행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문화예술교육은 전 국민을 직접적인 정책대상으로 하는 만큼 각 현장의 환경과 여건, 참여자의 수요에 보다 밀착된 교육기획과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다른 문화정책보다 지역화의 필요성이 보다 강조되는 분야로 지역 문화예술정책의 핵심이 된다. 지역화는 단순히 중앙에서 지역으로의 이관 혹은 무게중심의 이동을 의미하기보다는 지역 내 다양한 자원의 결합과 이를 위한 새로운 방식의 협력구조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즉 지역화는 지역 내 협력 뿐 아니라 중앙과 지역의 역할 정립과 유기적인 파트너십이 그 전제이자 내용이 된다. 이번 종합계획은 지역분권화를 위한 지역의 구심점으로서 광역 단위 외에 생활권 중심의 기초지자체 단위 추진체계 구축과 지역 단위의 네트워킹 및 중앙-지역간 협력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제안함으로써 지역화가 비로소 전략으로서 실현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러한 거버넌스 체계에 따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정책 개발과 함께 연구와 연수 및 국제교류와 가치 확산 등 기반구축 중심의 역할을 보다 강화해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실천전략과 합의에 기반한 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갈 예정이다. 정책실현 차원에서 진흥원과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의 협력을 긴밀히 추진함과 동시에 타 문화예술정책 관련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정책협의를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 종합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다양하고 활발한 교류와 연계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가치가 보다 널리 공유되고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박영정_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통일문화연구센터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진흥기금 사업 평가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15 사회문화예술교육 중장기 연구」 「2013 시민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기초 연구」 「지역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 등 다수의 연구에 참여했다.
- yjpark@kcti.re.kr
- 손동혁_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장
- 지역과 영상, 문화정책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문화예술생산자연합 기획국장, 노동이아름다운세상 대표, 인천민예총 사무처장,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소장, 한국영상미디어센터협의회(현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초대 대표 등을 역임했고, 2012년부터 인천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자유롭고 발랄한 담론의 소통 마당, 지속 가능한 문화 의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시도를 지원하는 데에 관심이 많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새문화정책준비단에 참여 중이다.
- sdhyeok2@gmail.com
- 홍유진_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교육기반본부장
- yjhong@art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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