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의 제정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이 제도권 안에서 출발한지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그동안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함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보급에 관한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2008년 1,204,000명에서 2013년 2,313,000명으로 수혜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고, 2015년에는 2,803,000명으로 집계되는 등 대상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된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에서는 2008년에서 2013년 사이 학교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1.96배 증가하였고 이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관련 강사의 수도 증가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4). 이러한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2010년 제 2차 UNESCO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를 통해 「서울 아젠다」를 발표하는 등 국제적인 차원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왔다.
지난 10년 간 문화예술교육의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의 연구와 실천을 통해서 아직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문화예술교육이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나이, 성별, 장애, 사회적 신분, 경제적 여건, 신체적 조건, 거주지역 등에 관계없이 자신의 관심과 적성에 따라 평생에 걸쳐 문화예술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모든 국민에게 균등하게’ 제공하고 있는가? 현재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통해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까지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구축해 온 인적, 물적 인프라는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 또한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학교라는 맥락 안에서 그 위치와 역할에 대한 공감과 합의를 이루어왔는가?
이제 막 10년을 넘어선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미래에 대한 꿈과 두려움, 수많은 탐색과 시도,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사춘기 청소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쉽게 해결되지 않는 내적, 외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부딪히고 시도하는 역동성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10대의 청소년과 대화하기 위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다음에서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표면 아래에서 작동하고 있는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내적 특성을 복잡성, 긴장감, 설레임의 세 단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당장의 처방이 아닌 학교 문화예술교육에 내재된 가치와 가능성에 기초한 미래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복잡성
현 시점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전체 그림 안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산에 관한 정부공개 자료를 보더라도 학교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예산은 사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예산의 2~3배에 달한다.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명시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임에도 불구하고 학령기에 해당하는 일부의 대상만을 위해 학교라는 특정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교육에 더 많은 예산과 노력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경험하는 문화예술교육이 앞으로 사회를 주도할 시민이 갖게 되는 문화적 역량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래적인 가치와 의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학교라는 생태계 안에서 문화, 예술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모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제공되고 학교와 학생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생각만큼 단순하거나 쉽지 않다. 학교라는 장소는 복합적인 사회적 목적과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으로서, 그 안에서 교육적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들과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조정하는 과정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예술교육이 학교 안에서 나름대로의 가치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과 축적된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의 법제적 근거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부 차원의 예술교육 지원체계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이러한 기본 조건은 학술적, 실천적, 행정적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먼저 학술적 측면에서는 정책적 필요에 의해 배태된 ‘학교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용어가 정확히 무엇이 의미하거나 지칭하는지 정의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학교’, ‘문화’, ‘예술’, ‘교육’이라는 간학문적인 연구와 장기간의 토론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 개념을 정교화하고 일반화하는 과정을 반복하여야 한다. 실천적 차원에서는 다양한 정책과 사업에 담겨있는 사회적 요구, 교육 현장에서의 상황, 학습자의 다양성 등을 몸으로 부딪치면서 그 내용과 방법을 체득하고 재창조해야 하는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행정적 차원에서는 공적인 자금을 기반으로 사업이 계획되고 실행되는 만큼 우수한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고 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적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하는 책무성을 가진다. 이러한 복잡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 10여년의 역사를 지닌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아직 그 가능성을 실험하고 탐색하는 단계일 것이다. 즉 한편으로는 성찰과 자기반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를 향하는 상상력을 가지고 잠재된 교육적, 사회문화적 의미를 끊임없이 찾아나가야 한다.
긴장감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가지는 긴장감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영역과 교육적 영역의 교차점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실제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출발점이 된 2004년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은 당시 문화관광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공동으로 제안한 것으로 ‘학교-지역 연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포함하여 문화예술교육의 학습 참여권과 접근권의 확대를 위한 행정적, 제도적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이는 해외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는데,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1988년 문화예술교육법령을 제정하면서 교육부와 문화부 간 협력을 확실시하였고 지금까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문화의 민주화’라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문화예술교육의 전통에 바탕을 둔 것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예술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전제와 함께 예술교육을 통해 학교교육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신념에 기초한다(나애리, 2015). 따라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국가의 문화 정책과 교육 정책이 연결되고 충돌되는 가운데 예술의 교육적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교육부에서 발표된 「2016년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추진 계획(안)」에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예술 활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예술중점 학교, 예술교육거점학교, 예술드림학교를 운영하여 예술에 소질과 적성이 있는 학생들을 우선 선발, 배정하는 등 예술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교육부, 2016).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17년 주요 업무계획에서 ‘모두가 누리는 문화’라는 전략 안에서 창작과 향유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생활 속 문화 참여 기회의 확대를 위해 학교 예술강사 전달 체계 안정화, 학교 예술교육의 몰입도 향상, 학교 밖 문화기반시설 연계 확대 등의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7).
위와 같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모두 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학교 안에서 주변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제는 새로운 사업이나 정책을 고안하는 것 못지않게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학교 교육과정과의 관계 속에서 내실 있게 운영되어왔는지, 그 교육적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고 분석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이나 계층과 관계없이 예술교육의 기회가 평등하게 제공되고 있는지, 특정 분야에 한정된 프로그램으로 집중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하여 수요자 중심의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을 재설정하여야 한다(김정효, 2017). 또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경쟁 위주의 학교를 변화시키고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때이다. 이를 통해 문화 영역과 교육 영역 사이의 가교로서 예술교육이 평등한 문화 향유의 권리를 보장하고 다양성의 가치가 인정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가는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설레임
오랫동안 학교교육 안에서 예술교육은 놀이 혹은 부가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 자주 언급되는 융합인재육성, 4차 산업혁명, 창조기반 사회로의 전환 등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 속에서 예술교육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즉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상상력, 창의적 사고, 미적 감수성 등이 필수적인 역량이라는 점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개념, 지식, 기술 등을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융합하는 연결성(connectivity)이 핵심이 된다(김상윤, 2016). 이는 지식이나 기술의 습득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나름의 방식으로 탐구, 표현하고 소통, 공유하는 과정에서 길러질 수 있는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예술은 기존의 지식 중심의 학교교육의 균형을 회복하고 학습의 의미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자리에 위치한다.
가속화되고 있는 과학기술, 사회경제적 변화 속에서 예술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한다는 점은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긍정적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창의적 파트너십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예술교육 정책에서도 ‘창의성’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다양한 부처의 정책적 노력이 결집되고 예술교육이 사회적 변화의 동력으로 인정되었던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최보연, 2015). 하지만 이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책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신중한 접근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즉 현재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으로서 제공되고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내용과 방법들이 예측불가능한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으며, 실제적으로 아이들의 혁신적 역량, 창조적 에너지, 문화적 감수성을 계발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가를 비판적으로 점검하여야 한다. 또한 교사, 예술가, 문화예술교육 관련 강사, 학생 등을 포함한 학교, 문화 기관, 행정 기관 등의 협력 관계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 문화, 예술, 교육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이자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학생들의 인지, 감정, 정서, 사회적 관계에 관여하는 복잡성과 함께 개인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가지는 개인적, 사회적 가치와 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이제는 당면한 과제들을 점검하고 확장된 시각에서 그 해결점을 모색할 때이다.
[참고문헌]
교육부(2016). 2016년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추진 계획(안),
김상윤(2016). 4차 산업혁명의 혁심 동력 “소프트 파워”. POSRI 이슈리포트, 10, 1-13.
김정효(2017). 예술 향유 능력 제고를 위한 학교 예술교육 지원 방안. 조형교육, 62, 53-79.
나애리(2015). 프랑스 문화예술 교육 법령과 정책 연구. 한국프랑스학논집, 89, 245-265.
문화체육관광부(2014).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2017). 문화ㆍ체육ㆍ관광의 생활화로 행복한 대한민국. 2017년도 업무계획.
조길수(2017).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 다양성으로 접근하기. 과학기술정책, 27(1), 36-41.
최보연(2015). 창의교육에서 문화교육으로: 영국 신도동당 및 보수ㆍ자민당 연합정부 간 문화예술교육 정책변동에 관한 비판적 고찰. 문화경제연구, 18(1), 5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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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교수_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학과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응용미술교육과 부교수. 응용미술교육과 학과장,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예술치료교육 및 상담 전공주임을 역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 SUNY at Buffalo에서 M.F.A.를, Syracuse University에서 미술교육전공으로 Ph.D를 취득하였다. 한국조형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InSEA(국제미술교육학회)의 아시아 지역 세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sakim22@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