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활문화 관련 정책사업이 활발하다. 지난 2014년 생활문화센터가 착수한 뒤, 2016년 생활문화진흥원이 설립되면서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관계 설정이 논의되고 있다. 우선 법률에 제시된 문화예술교육과 생활문화의 개념을 알아본다. 또한,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공통점과 차별화된 지점에 대해 살펴보고,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관계성을 짚어본다.
법률에 나타난 문화예술교육과 생활문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 문화산업, 문화재를 교육내용으로 하거나 교육과정에 활용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문화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역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생활문화의 정의에서 언급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은 문화예술교육에 포함되는 영역으로서 둘 관계의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키워드로 본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
첫 번째 키워드는 지역성이다. 모든 문화예술 활동이 물리적 공간 혹은 지역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지역 기반이 특별한 건 아니다. 다만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은 행정 단위로서의 지역보다 범위가 다소 좁은 특성이 있다. 특히 생활문화의 경우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활동 공간이 마을에서 기초지자체 사이에 있다.
현재 생활문화 정책사업 가운데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은 마을, ‘우리동네 생활문화프로그램’은 마을과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진행된다. 문화예술교육 현장 역시 마을과 기초지자체 단위에 걸쳐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문화파출소’ 사업은 마을에 한정돼 있지만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예술꽃씨앗학교’,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사업 등은 마을과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편, 지역성에 눈여겨 볼 점은 생활문화 활동이나 일부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지역(마을)만들기에 참여하거나, 지역(마을)의 콘텐츠를 활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발성이다. 자발성 역시 모든 문화예술 활동의 보편적 특성이다. 문화예술 활동은 단체 관람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원해서 참여하는 행위다. 하지만 동호회 중심으로 이뤄지는 생활문화 활동은 자신이 원하는 집단적 행위이고, 문화예술교육 참여는 정해진 시간과 기간 동안 꾸준히 참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다른 문화 활동에 비해 자발성 즉, 참여 욕구가 높은 편이다.
세 번째는 참여 주체의 성격이다.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 참여자는 대부분 일반인이다. 오랫동안 활동 중인 생활문화 동호회 회원이 준전문가 수준에 다다른 경우는 종종 있지만, 동호회와 문화예술교육 참여자는 비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은 보통 초보자를 대상으로 일반적 수준에서 진행된다. 일부 동호회에서는 문화예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은 항상 전문 예술가(단체)와 일반인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생활문화 활동과는 참여 주체가 다르다.
네 번째는 참여자 간 관계다. 생활문화와 동호회 활동은 ‘모임’이란 점을 인지하고 참여하기 시작하지만, 문화예술교육 관련 참여자는 모임 자체보다 배우겠다는 욕구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공동체 지향성은 문화예술교육보다 생활문화 참여자가 높은 편이다.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관계
생활문화 활동과 문화예술교육 참여를 연계하는 방법은 먼저 문화예술교육을 이행한 후 생활문화로 옮겨 가는 게 일반적이다. 상대적으로 생활문화 활동이 문화예술교육보다 지역성, 자발성, 관계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까지 생활문화정책은 이런 과정을 전제해 왔다. 1991년 시작된 ‘문화학교’ 사업은 문화원·도서관·박물관 등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수행할 뿐 아니라 문화동호회 활동까지를 포괄했다. 이 사업은 지역 단위 문화예술교육 그리고 문화예술교육과 생활문화 연계의 첫걸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09년 시작된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 역시 교육에서 마을공동체(생활문화)로 연계를 꾀한 사업이다. 하지만 ‘문화학교’ 사업과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이 성공적이었다고만 보기 어렵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됐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을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한 매개물로 인식한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수준이 제고됨에 따라 문화예술교육과 생활문화의 연계를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다년간 동호회를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연계하거나, 마을 단위 활동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장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생활문화를 위한 하나의 단계로 설정함은 숙고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참여자가 자연스럽게 생활문화 활동으로 옮겨갈 수는 있지만, 교육 이후의 선택은 참여자의 몫이며, 더욱이 생활문화 활동은 자발적인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한편, 기존 생활문화 활동에 문화예술교육을 접목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다. 이런 접근은 생활문화 활동 참여자, 특히 동호회 참여자와 같이 문화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이는 사회 문화예술교육 대상이 취약계층 중심에서 일반 시민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논리와 상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사회문화예술교육 가운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서 실제 참여자는 취약계층의 극히 일부임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인복지관에서 시행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참여 노인은 65세 이상 인구의 0.09%와 복지관 이용 노인의 1%에 불과하다. 향후 문화예술교육 예산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취약계층을 넘어 생활문화 활동 참여자가 교육의 수혜자가 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생활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집단은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겨질 경우 사비를 들여 수행하기도 한다.
전문성 제고를 통한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목표 설정
현재 문화예술교육은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여 개개인의 완결성을 제고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개개인의 자기 완결성에 대한 제고는 지역 차원에서 시도해봄직하다. 지역의 예산과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권한 및 장점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초지자체 또는 마을 단위의 참석자들의 특징은 지역에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으며 개개인에 적합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체 역량이 증대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목표와 방향성 설정은 중앙의 몫이다. 단순히 삶의 질 그리고 국가의 문화역량과 같은 추상적인 목표를 넘어 구체적인 문화예술교육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중앙 정부와 지역의 역할이 분담되고 문화예술교육의 전문성이 높아진다면 생활문화와 연계된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모른다.
- 조현성
-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북한대학원 대학교에서 북한문화를 연구했다. 2001년부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으며, 주된 연구 분야는 문화예술교육과 북한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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