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문화예술교육을 싣고
ㅡ세계의 이동식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리뷰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대중의 마음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그들이 손 내밀면 닿는 곳으로 직접 이동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세계 각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상과 지역에 맞는 악기와 음향․영상장비, 책과 미술도구, 아이들의 예술작품, 그리고 예술가를 싣고 참가자를 찾아가는 이동식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이른바 「문화예술교육버스」. 미국, 코스타리카, 홍콩, 한국 등에서 바쁘게 달리고 있는 버스를 만나보자! 부릉부릉-

 

미국 「존 레논 교육투어버스」: 움직이는 최첨단 스튜디오

 

존 레논 교육투어버스는 사실 존 레논이 만든 버스는 아니다. 미국의 한 비영리 문화단체에 의해 만들어져 1998년 활동을 시작했고, 이제는 꽤 유명해져 굵직한 기업들의 후원과 협찬을 통해 예산을 충당하고 있다. 명칭의 차용에 대해서는 존 레논의 아내 오노 요코의 동의를 얻었으며, 오노 요코도 종종 프로젝트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존 레논 버스 내부를 살펴보면 그 좁은 공간에 갖춰진 시설들의 양과 질에 깜짝 놀라게 된다. 기타, 건반, 드럼 등 악기 뿐 아니라 Pro Audio, HD 카메라 등이 마련되어 있고 이 모든 장비들이 최신식으로 구비되어있다.

 

이 깜찍하게 기특한 스튜디오는 각 지역의 학교, 음악 축제, 지역사회 행사, 예술교육 관련 단체 등을 방문하여, 한창 음악에 관심 있어 하는 청소년들이 직접 작곡부터 악기 연주, 녹음 및 영상촬영, 공연까지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준다. 참여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노래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학교 별로 음악 컨테스트를 벌이기도 하고, 여기서 우승한 그룹은 전문 공연장 공연의 기회를 얻는다.

 

존 레논 교육 투어버스 홈페이지 http://www.lennonbus.org/

 

코스타리카 「도서관버스」: 추억의 이동식 도서관

 

코스타리카에는 책을 싣고 달리는 예술교육버스가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동식 도서관’의 형태지만, 책만 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코스타리카 국립도서관(Sistema Nacional de Bibliotecas)이 운영하는 이 「도서관버스(Bibliobús)」는 문맹률이 높고 도서를 비롯한 문화예술 시설 및 자료가 부족한 국가 특성 상, 산악지역이나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가 도서를 대여해주고 종이접기, 공작수업 등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곁들여 운영하여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코스타리카 이동 도서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코스타리카 국립도서관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sinabicr

 

홍콩 「예술버스 Arts Bus」: 모두 다 받아주어라!

 

홍콩교육원(Hongkong Institute of Education, HKIEd)은 미술교육을 중심으로 한 예술 참여활동에 초점을 맞춘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름하여 예술버스! 사실 대중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이동식 미술관이라는 개념이 20세기 후반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그리 참신하지 않다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예술버스는 압도적인 물량공세로 그 식상함을 반전시킨다. 예술버스의 수는 자그마치 22대. 홍콩 및 주변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예술창작 참여를 유도하며 ‘모두를 위한 예술’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버스의 디자인 자체도 미술참여교육과 홍보의 수단이다. ‘도로 안전’을 주제로 50여 개 학교 학생들이 출품한 500개의 디자인 중 우수한 작품들을 선정하여 20개의 버스가 꾸며졌고, 참여한 학교에 버스들이 방문하여 그들의 디자인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직접적인 관심을 끌어내고 인지도를 높였다. 물론 방문할 때마다 워크숍을 곁들여 운영한다.

 

나머지 2개 버스는 이 프로젝트의 아트디렉터인 ‘라우 호 퀑’과 홍콩교육원 학생들이 디자인하였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예술교육투어 활동 중이다.

 


홍콩 예술버스 http://www.facebook.com/artsbus

 

한국 「잔디를 달리다」 : 힐링의 출근길

 

한국에서는 버스를 접근성 확보의 수단으로 보는 것을 넘어, 그 공간 자체에 대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예술교육을 진화시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의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 ‘특별한 하루’의 일환으로 마련된 「잔디를 달리다 In 서울」은, 2012년 7월 높은 습도로 끈적이는 공기 속을 달리는 출근버스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깜짝 이벤트로 진행되었다. 일산부터 성남까지, 서울을 관통하는 버스노선 중간중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명예교사 이한철, 퍼커션 연주자, 멜로디언 연주자가 차례대로 탑승해 직장인들과 함께 했다.

 

 

우연히 이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은 풀냄새 가득한 공간에서 옆사람과 함께 미소를 나누며 음악을 즐겼다. 잔디라는 작은 장치로 묵직한 몸과 마음에 초록 바람을 불어넣어준 「잔디를 달리다 In 서울」은, ‘예술’이라는 묵직한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서도 이미 사람들을 예술의 한가운데에 들여놓기에 충분했다.

 

 

잔디버스는 올 10월에도 서울에 게릴라성 문화예술 소나기를 내릴 예정이다. 딱딱한 버스바닥을 ‘말랑’하게 만든 천연 잔디 위에서 사람들의 귓속을 ‘몰랑’ 하게 해주는 음악까지 더하여.

 

 

정리 | 국제교류팀 박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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