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작곡가(Very Young Composers)’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음악창작 프로그램으로, 뉴욕 필하모닉과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 도입해 2013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14년부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통해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주로 10~13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작곡 기술이 없더라도 자기 생각과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발표하게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그동안 15주 단기 프로그램으로 운영된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이 높은 만족도를 얻으면서 후속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자 이에 대한 심화 프로그램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른바 꼬마작곡가를 잇는 ‘브릿지’ 프로그램을 위한 연구개발을 시도한 것이다.
창의적 영감을 키우는 음악적 어휘력
지난 1월 19일 교육진흥원에서 열린 ‘꼬마작곡가 브릿지 프로그램 결과공유회’는 2016년에 시범 운영된 꼬마작곡가 심화 프로그램 사례를 토대로 관련 커리큘럼의 구성과 과정 등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뉴욕필하모닉에서는 뉴욕필하모닉 VYC 후속 과정인 브릿지(Composer’s Bridge) 프로그램을 단계별 심화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교육 과정에 대한 커리큘럼이나 교재는 부분적으로 활용할만한 것으로 주차별 워크북과 프로그램에 관한 간략한 소개에 그치고 있어, 뉴욕필하모닉의 운영지침을 참고하여 한국 실정에 부합하는 꼬마작곡가 후속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가 진행되었다.
지난 8월부터 꼬마작곡가 강사와 연구진, 교육진흥원은 해당 프로그램의 취지와 철학을 공유하고 커리큘럼을 설계했으며, 교육 현장을 참관한 공동연구원이 매주 교육현장 모니터링 후 프로그램 보완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지난 12월 뉴욕 필하모닉에서 운영하는 브릿지 프로그램 워크숍에 참가하여 한국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의 내용을 이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한 커리큘럼 설계와 방향성 등 국내 브릿지 프로그램 개발과정에서 보완하고 집중하고자 한 내용을 뉴욕 필하모닉 워크숍 실제 과정과 비교하면서 이를 점검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음악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창작의 도구 만들기
군포문화재단의 시범 운영 사례를 발표한 김연수 강사는 브릿지 프로그램에 과정별 참가자의 집중도를 높이는 놀이요소를 강화했으며, 기존 프로그램에서 참가자가 아쉬웠다고 말한 부분을 보완한 커리큘럼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커리큘럼은 워밍업, 악기인터뷰, 브릿지 심화프로그램, 작곡, 공연 만들기 등 다섯 가지 세션으로 구분했는데 이는 기존 프로그램과 비슷한 구성과 방식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미 꼬마작곡가를 경험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심화 과정이라는 점에서 어린이의 음악적 표현력을 더욱 향상하기 위한 세분된 듣기, 악보 읽기, 악기 이해하기, 공연 만들기를 통해 음악과 악기를 이해하는 경험을 넓히고 그에 따른 스펙트럼을 한층 다양하게 제공하고자 했다.
뉴욕 필하모닉 브릿지 프로그램이 어린이의 정확한 기보 능력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은 어린이가 혼자 지속해서 자신의 음악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창작의 도구로써 기보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맥락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김연수 강사 역시 공감하는 부분으로 브릿지 과정을 거친 어린이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기보법을 받아들일 수 있게끔 다양한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또 하나의 주입식 수업으로 변질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강사는 어린이가 악보를 읽고 악기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혹여 어린이의 표현력을 제한하거나 어떤 틀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경계할 수밖에 없다. 김연수 강사 역시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어린이의 자발적인 흥미와 음악적 상상력을 보장하는 접근 방식을 도입하려 했으며, 이 과정이 브릿지 심화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영화음악 만들기와 악보 읽기 게임 등 다양한 형식으로 도입되어 어린이의 작곡 역량을 키우는 기반으로 작용했다. 또한, 기존 프로그램에서 하루 만에 공연이 이뤄진 것이 아쉬웠다는 어린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 진행 과정을 충분히 점검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발표가 끝난 후 자체적으로 간담회 과정을 16주차에 별도로 편성해 어린이가 자신들의 공연 영상을 모니터하고 악보집 등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소리노트, 컴퓨터 그래픽, 영상 등 음악 재료 확장
강예진, 소수정, 우현주 강사가 소개한 하남문화재단의 사례 발표에서는 이번 브릿지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음악에 관한 참여자의 직관적 표현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기존 프로그램과 무엇이 달라져야 작곡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존 커리큘럼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브릿지 프로그램의 취지를 반영하는 새로운 요소를 접목하고자 했는데, 이는 군포문화재단에서도 동일하게 고려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남문화재단의 경우 매회 수업 과정에 참여자가 인상적으로 경험한 소리를 채집하고 기록하는 ‘소리노트’ 활동을 비중 있게 진행하면서 이것이 어린이의 음악적 표현을 풍부하게 뒷받침하는 재료로 활용할 수 있게끔 했다. 그리고 소리노트를 포함해 음악 토론과 게임을 접목한 음악 용어 익히기, 주차별 수업 내용을 점검할 수 있는 과제와 다양한 관점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토론 활동이 진행되었다.
소수정 강사는 주차별 커리큘럼 간의 연계 과정을 유기적으로 구성해 궁극적으로는 참여자가 다룰 수 있는 음악 재료를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식의 악보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어린이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그래픽 스코어, 즉 오선지 형태에서 벗어나 세모, 네모를 비롯한 특이한 문양 등을 이용해 입체적인 악보가 만들어진 사례를 제시했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자음악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곡을 만들고 영상을 촬영해 이를 접목하는 과정도 진행했다. 이렇게 영상, 색채, 놀이 등을 통한 다양한 미적 체험을 음악으로 연결하기 위한 활동들은 이번 시범 운영을 진행했던 강사 모두에게 일종의 도전이자 과제였을 것이다. 또한, 새로운 교구나 교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수업 준비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했다. 하지만 참가자의 작곡 기량은 기존의 성과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으며, 무엇보다 참가자의 자부심, 이를테면 작곡가로서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 이번 브릿지 프로그램의 시범 운영을 통해 확인한 강사와 연구진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기존의 틀을 유지하고 심화하는 과정
박윤경 책임연구원은 “큰 맥락에서 볼 때 브릿지 프로그램은 음악을 배우고 자기 곡을 쓰고 연주자와의 소통을 통해 창의적 사고를 협업해서 발휘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1단계라 할 수 있는 꼬마작곡가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심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똑같은 곡을 듣더라도 필요한 요소는 더 확실하게 짚어주어 자신의 곡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물론 강사가 너무 많은 지식을 제공하기보다는 참가자의 상태나 경험을 놓고 선택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정보와 이를 전달하는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참가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과 그룹별 활동으로 적합한 과제, 그리고 강사와 참여자 간의 일대일 소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이나 과제의 피드백 등을 적절히 구분해서 운영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연구개발 결과 및 보완사항이 반영된 운영가이드는 향후 브릿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강사 및 기관 관계자 대상으로 상반기 중에 배포될 예정이다.
이날 결과공유회에 참석한 꼬마작곡가 강사와 관계자는 사례 발표 이후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브릿지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또한, 참여자의 음악적 흥미를 유지한 채 ‘기보’라는 이론적 정보와 형식으로부터 제한받지 않는 자유로운 창작의 도구를 어떻게 참여자에게 전달할지에 대한 방안과 고민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사실 강사가 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목표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수업의 구성이나 세부적인 진행 방식이 달라질 것이며 참가자의 경험이나 상황에 따라 활동의 수준이나 범위가 달라지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참가자의 음악적 이해와 깊이를 향상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 사례가 적용되어야 함은 참석자 모두가 공감하는 전제임에 분명하다.
- 염혜원
- 자유기고가. 연극을 공부했고 월간 [한국연극], 국립오페라단,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일했으며,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나오시마 삼인삼색』(웅진리빙하우스)이 있고, 『연극 속의 청소년극, 청소년극 속의 연극』(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등을 기획·편집했다.
byeyum@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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