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소비’하는 시대에서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시대로 변화하면서 문화예술교육 영역이 확대되고 그에 따른 전문인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11년 12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개정에 따라 2012년 시행령 개정 및 시행규칙 제정이 이루어지고 문화예술교육사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지난 4년간 1만여 명 이상의 문화예술교육사가 양성되었다. 국가 자격제도를 통해 인증된 전문 인력을 배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성과도 있지만 새롭게 배출된 인력을 어떻게 양성하고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전문가들을 만나 문화예술교육사와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양성에 대한 현황과 제언을 들어보았다.
좌담 개요
일   시| 2016. 12.7.(수) 오전 10시
장   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2층 회의실
참석자| 김석범(수원대학교 공연영상학부 교수), 김태수(전남문화관광재단 팀장), 여숙기(국민체육진흥공단 과장, 전 소마미술관 교육부장)
사   회| 임학순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오늘의 주제가 ‘문화예술교육사와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양성’이다. 오늘 서로 다른 위치에 계신 전문가들이 나오셨는데, 문화예술교육사에 대한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소개 부탁드린다.
김석범 수원대 공연영상학부(영화영상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영화 제작 일을 계속 해왔다. 2003년 어느 날 초·중·고등학교 영화교육에 대해서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와서 그때부터 공교육 현장에서 영화를 문화예술교육의 시각으로 어떻게 바라볼까를 고민하면서 매뉴얼 제작 등을 했었다. 현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사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태수 전남문화관광재단에서 6년간 문화예술교육팀장으로 근무하다가 얼마 전 기획경영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이전에는 교직 생활을 했었다. 우리 세대는 문화예술교육보다는 예술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이다. 문화보다는 기능을 전수받는 교육을 받았다. 전남의 경우 가장 난감한 게 도서벽지 지역이다 보니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다.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술강사 사업’, ‘매개인력 양성 사업’과 접점이 생기게 되었다. 부족한 학교 예술강사와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호남대 문화예술교육원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여숙기 소마미술관 교육부장으로, 미술관 에듀케이터(학예사)로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15년간 일했다. 최근 ‘문화예술교육사 진로워크숍’ 강사로 이화여자대학교, 인하대학교, 부산대학교의 문화예술교육원을 다녀왔다. 미술관·박물관에는 학예사 제도가 있다. 그래서 처음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에 대해 또 다른 자격증을 남발하는 제도는 아닌가 하는 약간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봤었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도 문화예술교육사 과정을 수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진로워크숍 현장에서도 특강을 진행하면서 문화예술교육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앞으로 이 제도를 잘 이끌어 나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도 ‘문화예술교육사 제도 도입 방안 연구’를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의구심으로 시작했는데, 그 당시 ‘예술강사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예술강사를 분야별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며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예술강사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국가 자격증을 주면 최소한의 현장 합의 기준이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직 정착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2년에 제도가 본격 도입된 후 4년 동안 1만여 명의 문화예술교육사가 배출되었지만, 자격제도의 개념이나 기존 문화예술교육 환경에서 어떻게 자리할 것인지에 대한 혼란도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각자 계신 분야나 위치에서는 이 자격제도에 대해서 어떤 관점으로 보고 계신 지 궁금하다.
김석범 현재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은 2급만 시행되고 1급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2급이 처음에는 진입장벽이 조금 높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9과목을 이수해야 했지만 교육과정이 변경되면서 5과목으로 줄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교육사가 많이 양산되었는데, 정책 입안 뒤 가장 큰 성과는 자격증 취득자가 양적으로 많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1만 명 가까이 되는 숫자를 어떻게 안고 갈 것인가가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국가 자격증을 만들어놓고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와 더불어 1급 자격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격제도 심의를 하면서 걸렸던 부분은 ‘질적 관리’ 측면이다. 과연 고졸 이상의 학력자가 직무역량 5개 과목, 예술전문성 10개 과목을 이수하고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사에 걸맞은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 매개자 혹은 교육 주체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식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또한, 전국에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지정교육기관으로 10개 기관이 있는데, 지역마다 편차가 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배출되는 인력 역시 질적 관리 측면에서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다.
김태수 예술이라는 것을 과연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느낌이나 감정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전문성을 가진 문화예술교육사를 양성한다는 건 지식으로만은 해결될 수 없는데, 현재의 과정은 교과목으로만 나눠서 교육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문화예술교육사가 갖춰야 할 역량이 너무 높지 않나 생각한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교육 기획, 진행, 평가를 수행한다고 하는데 이는 대학교수들도 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2급의 경우 문화예술교육을 진행 및 소화하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1급은 기획, 평가, 분석을 바탕으로 심화 과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할 부분은 이 과정을 이수했을 때 전문성을 갖췄느냐가 내적인 고민이라면, 문화예술교육사를 취득하고 나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외적인 고민인 것 같다.
여숙기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지정된 교육원 과정을 새롭게 들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이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기본 교육과정을 다시 이수해야 하는 부분이 아이러니하다. 비슷한 사례로, 학예사 자격제도를 살펴보면 전문적인 석사 과정을 졸업하거나 국가공인 자격시험인 준학예사 시험을 합격한 후에 분야별 인증된 기관에서 경력을 쌓아야만 자격증이 부여된다. 기본적인 자격과 현장의 실무경력이 매칭 되어야 자격증이 부여되는 시스템이다. 이에 비해 문화예술교육사제도는 1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바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전문성과는 별개의 영역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왼쪽부터 임학순, 김석범, 김태수, 여숙기
개인적으로는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가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에서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알렸고, 문화예술교육 인력의 직무와 역량의 기초적인 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교육사는 자격증 취득 후 기본적인 직무와 역량을 파악하고 학교나 사회 현장에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국가 자격제도가 사실상 그 분야의 전문성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출발점이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문화예술교육사 제도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기초적인 인식과 이해의 바탕을 마련하는데 어느 정도의 역할과 기능을 해왔다고 보는가?
김태수 문화예술교육사의 순기능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전남은 전통문화가 강세인 지역이다 보니 예술교육에 종사하는 고령층 어르신이 많은데 많은데 이런 분들을 설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사 제도를 통해 그런 분들까지 설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격제도의 교육과정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예술적인 능력 뿐 아니라 교육역량과 행정능력도 필요하고 이런 능력이 갖춰질 경우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기능이 많다. 전남의 경우 인력난이 심하다.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싶어도 매개인력이 상당히 부족한데 ‘문화예술교육사 양성 사업’을 통해 많은 문화예술교육사가 배치되었고, 4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전남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큰 성과를 가져다줬다.
김석범 2급의 본래 취지는 학교나 현장에서 교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을 목표로 나온 제도인데 이 역할 기능은 이미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취지에 걸맞지 않게 너무 많은 인원이 배출되었고, 배출된 인원이 질적으로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을 정도의 자격을 갖췄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 장르별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문화예술교육에 종사하겠다는 인력보다는 ‘자격제도가 필요할지도 모르니 일단 해보자’는 모험성을 전제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에서 문화예술교육사 과목 수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수강생의 90%가 전공과 상관없는 직장인이었다. 2급이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낮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 낮아진 걸 오히려 더 낮춰서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
여숙기 우선 ‘문화예술교육사’라는 명칭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상징적이다. 문화예술의 주체로 예술가가 중심에 있지만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향유’를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문화예술교육가의 역할이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가의 그 역량은 분명 다르다. 뮤지엄 학예사의 경우도 요즘은 교육학예사로 구체화하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학예사 내에서 전시를 중심으로 교육은 부수적인 업무형태로 병행하는 일이 많아 교육 전문인력이 많지 않았다. 또 ‘에듀케이터’라는 역할에 대해서도 기획가와 강사(Museum Teacher)를 혼동하기도 했었다. 2005년에 교육진흥원이 출범하면서 문화예술을 ‘교육해야 하는 것’으로 세분화시키고 특화시켰다. 그 안에 ‘문화예술교육사’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것은 문화예술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방법을 ‘교육’이라는 콘텐츠와 연결시켜서 하나의 장르로, 직업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자격증은 이 직무 자체가 사회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사’라는 단어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분야가 구체화되고, 이 영역의 사람들을 직업군으로 분류했다는 건 굉장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현장에서는 예술강사가 ‘예술가’인가 ‘교육자’인가에 대한 정체성 혼란이 있는 것 같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이 지역과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예술가의 ‘사회적 참여’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회문화예술교육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예술가로서 사회적 참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교육사는 ‘사회적 참여’인가, ‘전문 직업’인가에 대한 물음도 중요한 이슈인 것 같다.
자격제도 자체의 정교한 설계만큼이나 기존의 환경 안에서 잘 안착되어 선순환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사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자격 제도에 대한 현장의 반응, 수용도, 기대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되는가? 여숙기 과장께서 올해 ‘문화예술교육사 진로 워크숍’ 강연을 다녀오셨는데, 현장의 반응은 어땠나?
여숙기 문화예술교육사 교육기관인 문화예술교육원을 대상으로 다녔는데, 지역 편차와 참여자의 관심사가 달랐던 것 같다. 이화여자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에서는 대부분 연령층이 높고 현장 경험이 많은 분들이 참석했고, 인하대학교나 부산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은 자격증에 관심이 많은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대학(원)생들은 문화예술 장르가 취업과 연결될 수 있는 사례가 많지 않아 현장사례와 취업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던 것 같았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계신 분들은 자격증을 하나라도 취득하면 자기 영역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오는 분들도 있었다. 문화예술은 100% 현장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프로그램 관련 기존 교안이 있어도, 참여해본 경험이 있어도, 누군가를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대학생에게는 이 자격증이 바로 취업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현장 경험치를 쌓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 나눴다. 다른 한편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요즘 융복합이라는 트렌드로 움직이고 있는데 사실 다른 장르와의 네트워크 형성이 그리 쉽지는 않다. 이에 문화예술교육사 교육과정을 통해 다른 장르를 접해보고 다른 분야 사람들의 사례도 경험해 보면서 재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태수 올해 여름에 지역 소재 대학의 학생들이 직업체험을 하러 우리 재단에 왔는데, 비예술 전공자인데도 문화재단에서 근무하고 싶다거나 비예술 전공 인력들이 우리 재단에 지원한 적이 있다. 이런 걸 보면 예술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도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사 과정 수강생들에게 물어보면 교육과정을 처음 할 때와 수료 후 반응이 굉장히 다르다. 처음에는 보험 성격의 자격증 취득을 하기 위해 왔다가 끝날 때는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 중 한 가지는 개인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정이 끝나고 그들끼리 새로운 협동조합이나 단체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이 기존에 틀에 박힌 프로그램 외에 창의적이고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 같다.
김석범 지식정보사회에서 창의성과 감성, 소통이 중요한 사회로 급변하면서 문화예술의 가치가 인정받게 되었다. 부처 간 협력도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지역 안에서도 수혜자, 수용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현재 제도에서 한 걸음 더 진보할 수 있도록 정책과 교육과정의 질을 높이고 정비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10개의 지정 교육 기관의 형태를 보면 여전히 장르 중심적이고 어느 특정 장르에 국한되어 있는 교수자가 교육하다 보니 문화예술교육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과정이 애매하다.
국가 자격제도이기는 하지만, 개인이 이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회적 참여에서 머무를 것인가, 전문 직종으로 갈 것인가, 혹은 교사가 될 것인가,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로 경력을 확장할 것인가 등 여러 가지 고민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자 자격 제도를 바라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불확실성을 말끔히 해소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미술관, 사회복지, 평생교육, 공공도서관 등 기존의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기관이 많다. 초기에 평생교육 차원으로 강좌형 사업을 해왔던 기관들이 문화예술교육과 만나서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를 들어 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그동안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가르치는 양상이 많았는데, 문화예술교육은 과정 관리를 해가면서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특성까지 파악할 정도로 정교하다. 그리고 협업 기반의 통합 예술 교육 프로그램도 시도되고 있다.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지속, 발전하고,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신뢰가 형성된다면 문화예술교육사의 활동 무대가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숙기 이번 진로 워크숍 참여자 중에서 문화예술계 경력단절 여성분이 있었는데 문화예술교육사 제도를 통해 새로운 시도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어르신 참여자는 남은 생(生)을 문화예술교육으로 사회적 참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기존에는 현장에서 자생적으로 성장, 활동한 매개인력들이 현장을 이끌어왔다면, 앞으로는 자격제도를 통해 배출된 매개인력들의 비중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이 생소한 시설이나 기관에 문화예술교육사 제도는 매개인력을 만나는 기초적인 접근지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화예술교육사에 대한 신뢰가 곧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사의 수준에 대한 관리는 곧 문화예술교육 질적 제고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사 질 관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조금 더 세부적으로 앞으로의 대안에 대해서 의견 부탁드린다.
김석범 질적 제고를 위해서는 지정교육기관과 운영교육기관의 공급자 역할을 고민해봐야 한다. 공급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아까 얘기했듯이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 실질적으로 평가와 관리를 하겠다면 교육기관 보조금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 지금 문화예술교육사는 1만 명이고 운영기관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3~4년 후에는 더 많은 자격증 취득자들이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바로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검증이 어려운 상태이다. 그래서 개선책으로 그들이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가치를 두고 활동하기 위해서 인큐베이팅이 필요하다.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인 프로그램이나 지원을 보완해서 2급 취득 이후에도 자신의 경력을 쌓아서 1급까지 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1급은 매개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성해야 한다. 그런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책과 자격증 취득자들의 지원, 그들의 역량을 어떻게 보완하고 교육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여숙기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은 과목 이수를 통해 쉽게 취득할 수 있다. 물론 교과과정 중에 실습이 있지만, 그 과정이 짧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유사한 다른 자격증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학예사의 경우, 실습인증이 까다로워서 자원봉사나 도슨트가 아닌 직원으로서 최소 2년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인턴십 프로그램이나 인력지원사업이 많은 편이다. 평생교육사 자격증의 경우도 160시간을 이수해야만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사는 지정교육기관에서의 수업이수만으로도 자격이 가능하다. 강좌수강만으로는 문화예술교육사의 질적 관리가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수강생들이 실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운영해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커리큘럼에서의 실습설계나 현장지원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실습기회 제공이 필요할 것 같다. 또 문화예술교육사 자격과정을 수강하는 분들의 경력이 전문가에서 입문자까지 상이하고, 장르 또한 분야별로 다양해서 그 수요에 맞는 커리큘럼을 개발을 연구하는 것도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김태수 한때 예술 대안학교를 세우는 꿈이 있었다. 그래서 뒤늦게 상담 교육도 전공해보고, 대학원도 다니고, 평생교육사 공부도 도전해봤다. 하지만 정말 힘들었다. (웃음)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할 때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실습이었다. 실습 기간이 굉장히 길고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은 평일에 실습할 수 없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사 교육기관의 현장 실습 과목은 실습 시간이 너무 짧은 데다 자신의 영역과 맞는 기관과 연결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장르와 전혀 다른 곳에서 실습하면 다른 영역을 접하는 할 수도 있지만, 전문성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영역과 맞는 기관으로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 전남 지역은 문화예술교육원을 운영하는 호남대와 현장실습 기회를 만들고 있다. 학교 방과후교실 같은 프로그램에 보조강사로 참여하면서 교육의 스킬을 배우는 과정 등 만족도가 높다. 획일적인 질 관리는 의미가 없다. 이런 부분들은 지역 재단이나 운영하는 교육기관, 대학과 공통 과정을 만들어서 여건이 맞는 부분은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중앙정부나 지역이 일정 틀을 짜는 것도 좋지만, 문화예술교육사 스스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스스로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탐색하고, 문제 해결과 연구 개발을 포함한 자기주도적 학습 방법을 모색해봤으면 한다. 이런 시도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사의 지평을 다양하게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중요무형문화재가 문화예술교육사로 활동하는 경우, 자기 분야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 알지만, 현장에서 학생들과 만나서 상호작용하는 부분은 약할 수도 있다. 이럴 때 기획자와 중요무형문화재의 새로운 형태의 협업을 개척해줘야 현장성을 반영한 질 관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 기획 관리자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연결해서 향후 정부-교육진흥원의 역할에 관해서 이야기 나눴으면 한다. 조금 더 큰 틀과 전략 안에서 자격제도의 안착과 활용에 대한 전방위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진흥원이나 중앙부처에서의 전략적인 접근과 고민이 필요할 텐데, 이와 관련해 정책적 대안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김태수 먼저 기존에 있는 사업에서부터 뭘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의 경우 우리 지역은 5단계 배치가 끝나도 배치가 안 돼서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배를 타고 3~4시간 들어가야 하는 학교는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예술강사 배치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기존 예술강사가 안 되면, 가고 싶어 하는 문화예술사를 배치해달라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이 있는데도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문화예술교육사들은 소규모 학교에서 더 경험을 쌓고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넓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화체육관광부나 교육진흥원 차원에서 문화예술교육사가 활동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예산의 구조상 쉽지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을 들여다보면 문화예술교육사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공공사업이 충분히 있다. 예를 들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추진하는 ‘문화예술회관 문화예술교육지원 프로그램’은 문화예술교육사에게 적합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나는 예술여행(소외계층 문화순회사업)’의 경우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향유 프로그램이니 문화예술교육사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처 내에서 협력이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보건복지부에서 바우처 사업으로 하는 ‘아동정서발달 지원사업’도 기존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은데, 이 사업은 자격 기준 없이 4년제 대학만 나오면 된다. 이런 부처 간 협력만 이끌어낸다면 문화기반시설에서 고용할 수 있는 빈틈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여숙기 내년 문화예술교육사 진로 워크숍에서 어떤 방식으로 교육대상자에 따른 편차를 줄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된다. 각 기관별로 공통적으로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사 기본 교과 과정이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사는 장르가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과정으로 정립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문화예술교육사의 재교육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전반에 걸친 기획역량이 필요한데 분야별 수업(teaching) 기술에만 집중하다 보니 업무에 따른 다양한 다른 역량을 놓치거나 기본적인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공통단위 교육이나 지역단위 네트워킹 프로세스를 통해 체계화된 통합적 커리큘럼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업에 대한 안내와 문화예술교육 현장 인터뷰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과정들의 커리큘럼을 분석해서 편차를 줄여야 한다. 또한 그들의 관심과 수준에 맞춰 어떤 식으로 현장과 연결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
김석범 처음에 예술강사 개념이 해외에서 들어올 때도 예술교육가(Teaching Artist, TA)의 개념으로 들어왔다. TA는 예술을 바라보는 것을 전제하고 교육을 하는 것인데, 지금 우리의 예술강사는 제도적으로 급하게 만들다 보니 정체성이 모호하다. 교사와 예술가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은 결국 질적인 부분에서 문제제기를 하게 된다. 예술강사가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할 때, 자꾸 교과과정 안으로 들어가니까 교과적 프레임 안에 갇히게 된다. 문화예술은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과과정 안으로 들어가면 15회차의 수업 지도안이 나와야 하고 정확하게 교육적인 효과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하향식(Top-down) 정책사업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책은 이루어졌고 제도도 만들어졌으니 나머지 부분은 다양한 사업과 지원 프로그램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청년 취업이나 일자리 창출로만 연결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학교에 가서 교수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공공사업에 가서 기획자 역할만 하는 것도 아니다. 교육진흥원이 사회 곳곳에 문화예술이 미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조사하는 등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했으면 한다. 그렇게 다양한 방향으로 열어두면 현재 획일적인 문화예술교육사의 길을 조금 더 다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연구 개발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첫째는 문화예술교육사에 대한 전문인력 실태조사를 통해 경력에 따라 어떤 수요를 갖고 있는지, 어떠한 형태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어떠한 수요가 존재하는지를 조사해서 그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다음에 장기적으로 공급, 즉 환경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사가 기존의 교육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에 참여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는 생활문화공동체나 커뮤니티, 지역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와 협업 관계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그런 연결성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로 문화예술교육의 소통과 공유, 협업이 가능한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교육진흥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 연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사의 층위가 다양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조사·연구하고 다양한 시범 사업 등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학순
임학순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행정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및 문화비즈니스연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관심 영역은 문화정책, 문화예술교육정책, 콘텐츠산업, 예술경영, 문화유산정책이며, 문화예술교육정책에 대해서는 2005년부터 연구와 현장 모니터링 등을 계속하고 있다.
김석범
김석범

수원대학교 영화영상전공 교수이다. 노스텍사스대학교(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방송영화과(Radio, TV & Film) 전공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월드컵 공식기록영화 자문위원, 여수 세계엑스포 영상제작 자문위원, 영상물 등급위원회 위원,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자문위원,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집행위원장, EBS ‘시네마천국’ 진행자, 현재 문화예술교육사 운영위원 및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태수
김태수

전남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교육팀장을 거쳐 지금은 기획경영팀장으로 재직중이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음악교육학과 상담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조선대학교 대학원 문화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
여숙기
여숙기

소마미술관 교육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박물관미술관경영) 석사학위를 받았고, 문화예술현장에서 성인에서 어린이,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15년간 일 해왔다.
사진 _ 마루스튜디오
정리 _ 상상놀이터
정리 _ 상상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