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적인 틀을 깨고 ‘행동하는 예술가’로

예술강사 영역을 이해하기 위한 7가지 요소

다양한 참여와 영향으로 확장되고 있는 예술가의 영역은 마치 형태가 일정치 않은 단세포생물과 같아 명확한 무엇이라고 정의하기가 어렵다. 예술가라는 직업에는 예술강사(teaching artist), 커뮤니티 아티스트, 시민 예술가, 입주작가(artist-in-residence), 예술활동가(artist-activist) 등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직업군들은 ‘예술가’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각각의 역사, 문화와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다. 각 직업군으로 보든, 하나의 큰 생태계로 보든, 현역 예술가(practitioner)의 영역은 비조직적이며, 시작과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명확한 로드맵이 없다. 간혹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 기관·단체와 빛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큰 시스템은 여러 가지 이유로 부재한다. 우리는 이렇게 완벽하지 않고 불명확한 구조를 어떠한 시선으로 봐야 할까.
예술가 영역에 대한 관습적인 시선
현재 확장되고 있는 ‘예술가’의 영역을 조금 더 명확하게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학교와 커뮤니티에서 작업하는 예술가들은 ‘행동하는 예술가’이다. 이들은 예술 속에서, 예술을 통해, 다양한 참여자들과 함께 예술에 대한 학습 목표와 광범위한 사회적 다양성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호기심, 습관을 개발한다.
Artists who work in schools and communities are practicing artists who develop the skills, curiosities, and habits of mind needed to achieve a wide variety of social and learning goals in, through, and about the arts, with a wide variety of participants.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그들이 ‘활동적인 예술가’라는 사실이다. 예술가들의 내재화된 시도와 경향으로부터 탄생하는 작업은 단지 재료상자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전문성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서부터 학교수업 참여도를 높이고 감옥의 상습적 범죄와 노인들의 약물 처방을 줄이는 것까지 수많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치매에 걸린 사람들까지 누구나 이들의 관객이 되고, 참여자가 된다. 예술가들은 기관 및 공동체가 원하는 ‘도구적’ 성과를 만들어낸다. 이를 성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참여자들의 ‘고유한’ 예술성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보통 미국의 예술가들(현역 예술가, 예비 현역 예술가와 이들의 고용주까지 포함)은 고용형태, 예술 활동 지역, 프로젝트의 종류에 따라 나뉜다. 이들은 ‘예술강사’, ‘커뮤니티 아티스트’ 등 흔치 않은 여러 가지 용어로 분류된다. 이러한 관례는 예술가들이 서로 동떨어진 개체라고 느끼게 하며, 예술가들의 분열을 고조시킨다. 실제로는 같은 예술가가 고용, 또는 독립적으로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술가에 대한 관례적인 인식과는 달리 예술가 사이에는 훨씬 높은 응집력과 공통성이 있다.
예술가 영역을 재구성하는 7가지 목적 요소
지난 5년간 필자는 실질적으로 예술강사가 어떠한 시스템 속에서 활동하는지 이해를 돕기 위한 몇 가지 요소를 구조화하였다. 개별 목적 요소들은 때에 따라 서로 겹치기도 한다. 하나의 목적을 먼저 달성하면 다른 목적이 부수적으로 달성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예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이 무엇인가”, “예술 활동의 효과와 영향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여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즉각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 가치 있다. 예술가 훈련의 질을 높이고 개선할 수도 있으며, 명확한 목적을 알고 실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또한, 예술가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이해하고 발전시키며 특정 예술 작업에 대한 효과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시작 단계 동료들의 역할에 빛을 조명해주기도 하고, 예술가 영역 밖 광범위한 세계와 예술가들을 신뢰하는 수많은 관계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목적 요소들은 미국 링컨센터 에듀케이션(Lincoln Center Education)의 국내 및 국제 예술강사 연구소(national/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Development Lab)를 구조화하기 위해 정리되었다.
1. 예술 작업 (Work of art)
예술을 접할 다양한 기회들을 만들어낸다. 예술을 소개하고, 예술의 즐거움과 관심을 증대하는 ‘아웃리치’ 프로그램의 목적과 일치한다. 예술강사 개념을 창안한 링컨센터 에듀케이션은 ‘심미적 교육’을 핵심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가장 크고 오래된 네트워크인 영오디언스(Young Audiences)의 주요 작업 또한 이와 관련이 있다. <청소년 연주회(Young People’s Concerts)>를 시작한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의 직관, 박물관의 시각적 사고 전략(Visual Thinking Strategies)은 모두 예술 작업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영역의 예술강사들은 참여자들이 예술작품을 감상하거나 창조하게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들은 예술과 참여자 간의 관계가 깊어지도록 만들며, 예술 활동 참여도와 만남의 지점에 끼친 효과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2. 예술적 능력 향상 (Art skills development)
예술적 기능을 성장시키는 것에 초점을 둔다. 예술강사 영역에서는 논란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기술적인 부분만 가르치는 강사가 예술강사의 자격을 갖췄는지 의문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경험있는 예술강사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기술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이를 넘어 심화된 발전을 이끄는 값진 것을 추가하기도 한다. NY필하모닉 학교 연계 프로그램(NY Philharmonic School Partnership Program)에서는 학생들에게 리코더를 가르치며 또 다른 배움의 장으로 확장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낸다. 시카고 마르웬(Marwen)에서는 비범하고 젊은 시각 예술가들을 양성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이 영역에서는 학습자들의 동기부여 및 학습 의욕 유발, 학습자 개개인이 내는 목소리와 기술적 발전, 예술 창작에 대한 기여도, 학습자와 예술 간의 관련성 등을 평가한다.
3. 예술 통합 (Arts integration)
현재 미국 예술교육이 시도하고 있는 주요 영역으로, 비예술 콘텐츠 학습에 촉매작용을 한다. 예술 학습을 다른 과목과 복합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참여자 개개인이 깊이 있게 성장·발전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콘텐츠가 있는 만큼 균형 잡기가 어려울 수 있으며, 지루한 교육과정에 재미만을 더하거나 만들기에 치중하는 등 예술의 교육적인 가치가 주목받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교과 통합 과정에서는 주로 예술강사가 주도하며, 예술보다 다른 교과목을 중요시하는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계획할 때는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미국 전역에서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통합 교육 과정)에서 STEAM(STEM에 예술이 포함된 교육과정)으로 변화하는 등 예술 통합에 대한 연구와 커리큘럼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레너드 번스타인 센터(Leonard Bernstein Center)의 아트풀러닝(Artful Learning), 국립 프로그램인 영오디언스(Young Audiences), 케네디 센터(The Kennedy Center), 링컨 센터 에듀케이션(Lincoln Center Education) 등에서 학교와 연계한 예술 통합 교육을 시행 중이다. 이 영역에서는 예술과 다른 교과목의 학습 요소들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서 연극-역사 프로젝트에서는 학생들이 역사적 지식을 얼마나 습득하였는지와 더불어 역사를 각색한 연극 대본 등을 함께 평가한다.
4. 커뮤니티 생활 (Community life)
커뮤니티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커뮤니티 예술가와 예술강사가 커뮤니티와 관련된 예술 자산을 활성화하고 향상시키는 영역이다. 이는 공동체에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전 세계적인 커뮤니티 아티스트들의 기반이 되는 활동이다. 여기에는 전 세계의 커뮤니티 합창단, 벽화 프로젝트, 미국의 창조적 공간 만들기(Creative Placemaking) 등 무궁무진한 프로젝트들과 다양한 참여자들을 내포한다. 미국에는 아팔숍(appalshop), 필라델피아 벽화 프로젝트(Philadelphia Mural Project) 등 전통 있는 커뮤니티 생활 프로그램들이 많다. 이 영역에서는 공동체 멤버들에 끼친 영향과 그들의 시선과 태도 변화, 공동체 내에서 변화한 멤버들의 위치와 활동 등을 평가한다.
5. 행동주의/실천 (Activism)
예술가가 정치적 혹은 사회적 움직임에 영향을 준 활동을 일컫는다. 커뮤니티 생활 영역과 연결되며 긴 공적 역사가 있다. 때로 ‘프로파간다’로 불리는 예술 작업이 포함되며, 주로 논쟁적이거나 선동적인 성향을 띤다. 사회 발전을 위한 연극(Theater for Social Development), 코너스톤 씨어터 컴퍼니(Cornerstone Theater Company), 거리극장, 합창, 정치적 예술, 그래피티, 공공예술 등 인식을 바꾸고 연대를 쌓는 예술 작업들이 있다. 이 영역은 미국 흑인 생명권 운동에서부터 뱅크시의 작품까지 확대되고 있다.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문제들에 대해 예술로 작품을 만들고 메시지를 전달하며, 몇몇 예술가는 행동주의적인 기술을 발휘하여 공동체와 정치 조직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영역에서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그들의 마음을 오랫동안 움직였는지에 대해 평가한다. 오바마 대통령을 향한 세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그림 <희망(Hope)>처럼 모방 작품 또한 영향이 될 수 있다. 예술 행동주의는 활동가의 운동, 1960년대 나이지리아 록 음악, 1990년대 LA의 춤곡 형식인 크럼핑(krumping) 등으로부터 탄생하였다.
6. 사회적/개인적 발전 (Social/personal development)
예술을 통해 발견하는 개인과 사회적 수용력의 발전가능성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예술강사들은 사회적 단체와 협업하고, 사회적 목표를 달성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난한 어린이들의 삶을 지속적인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변화시키는 엘 시스테마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영역에서는 예술강사 영역에서 현재 떠오르고 있는 ‘창의적 노년’(Creative aging) 영역과 교정시설·소년원 예술 프로그램, 미혼모와 아이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카네기홀의 룰라바이(Lullaby) 프로젝트 등을 포함한다. 이 영역에서는 사회적으로 개선된 점, 노인복지관에서 시니어들의 약물 복용 축소, 도덕성 개선, 건강 문제, 그리고 엘 시스테마 청소년들의 상습적 범행 및 범죄 감소와 졸업 등을 고려하여 평가한다.
7. 비예술적 목표를 위한 협력 (Partnering for non-art goals)
이 영역의 목적은 기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예술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기업과 작업하며 혁신을 가져오고, 팀워크, 리더십, 창의력을 증진시킨다. 의사들의 명민한 진단과 환자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도시계획위원회가 창의적이고 생기 있는 도시계획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이 영역은 사업단체들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창의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을 물색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술강사 사이에서는 한정적인 고용 환경으로 인해 이 영역에 대한 명확한 조사내용이 없다. 이 영역에서는 프로젝트의 목표와 달성도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8. 디지털 (Digital)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개인의 예술성을 활성화한다. 아직 정식 요소로 보기는 어렵지만, 필자는 그래야 한다고 판단한다. 디지털 영역에서 예술강사들이 이해하고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한정적이다. 예술강사들이 인터넷으로부터 가져올 수 있는 특별한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예술강사들의 작업은 디지털 미디어 포트폴리오에 등장하고, 검색과 통신, 워크숍 등에서 나타나지만, 예술교육의 본질적인 능력은 아직까지 인터넷에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디지털을 하나의 요소로 제안하는 것도 그러한 의미에서이다. 카네기홀의 글로벌 익스체인지(Global Exchange)와 몇몇 예술가들이 독립적으로 하는 창의적 온라인 프로젝트들은 있지만, 앞으로 이 영역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미국 뉴욕 링커센터에듀케이션 “A New Framework for Understanding the Field of Artists Who Work in Education and Community Settings”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요약번역 _ 상상놀이터

에릭 부스
에릭 부스
‘티칭 아티스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국 예술교육 전문가 에릭 부스는 줄리아드 음대, 스탠퍼드 대학, 뉴욕대학, 링컨센터에듀케이션, 케네디센터 등에 출강하면서 예술교육의 영향력 있는 교육자로 활동 중이다. 미국 엘 시스테마 수석 고문으로 오케스트라 교육개발에 참여했고 제1회 유네스코 예술교육컨퍼런스 폐막식 연설(2006)을 맡았다.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에서는 ‘예술강사의 중요성’에 대한 주제로 개막 강연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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