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학습의 기초능력이 집중되는 시기인 유아‧아동기의 문화예술교육은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발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그러나 아이들 개개인의 흥미와 특성, 발달지점 등을 모두 고려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하여, 아이들과 직접 만나 다양한 예술교육을 진행한 전문가들이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유럽 국가 간 동반 사업으로 두 교육기관이 협력하여 진행하는 코메니우스 레지오(Comenius Regio)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스웨덴과 덴마크의 ‘예술을 통한 아동 발달에 관한 관찰 연구 프로젝트-LATTA’를 소개한다.
예술을 통한 창의 언어 발달에 관한 프로젝트-LATTA(Developing Creative Language Skills through the Arts – LATTA)는 유치원 아동을 대상으로 약 2년간 스웨덴과 덴마크 지역의 유치원 및 문화학교, 음악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유아‧아동의 ‘창의적 표현’은 어떻게 발현되는지, 또 예술교육 과정에서의 아이들의 언어능력은 어떻게 개발되는지를 관찰하기 위한 연구로 스웨덴의 문화학교,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 및 후딩예 콤뮨 도서관에서 관장을 역임한 프로젝트 리더 마가레타 린트(Margaretha Lindh)와 덴마크 링뷔-타르백 음악학교 교장 아스트리드 브레인홀트(Astrid Breinholdt)를 중심으로 각 지역의 음악, 미술, 연극분야 교육자들이 참여했다.
LATTA는 아이들이 하나의 예술 활동 경험으로 또 다른 예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예술 언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워크숍 구성도 음악 감상 교육에서 출발하여 연극 교육으로, 연극 교육에서의 결과물을 다시 미술 수업에서 활용하고, 미술 작품을 연기 활동으로 전환하며, 다양한 예술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또한 각 분야의 교육 담당자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아무런 제약 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아이들의 유치원 활동 모습이 담긴 영상을 살피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스웨덴 스쿠고스(Skogås)에 위치한 리크탄 갤러리(Galleri Lyktan)에서 스발란 유치원(Forskolan Svalan) 아이들 대상 음악 감상 교육으로 프로젝트 워크숍은 시작된다. 음악 교육 담당자들이 아이들 앞에서 바이올린과 첼로를 연주하면, 아이들은 두 악기 소리의 차이 및 감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교육자들은 아이들이 무엇을 듣고, 느끼고, 이야기하고 싶은지 연속으로 열린 질문을 던지며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준다. 그리고 다시 연주를 시작한다. 이번에 아이들은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고, 동작을 선보이며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음악 워크숍이 끝나면 연극 교육 담당자가 기쁨, 화남, 슬픔, 두려움의 표정이 담긴 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각각 다른 장소에 펼쳐 놓는다. 그리고 음악 교육자들이 그림에 해당하는 감정들을 연주한다. 아이들은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이 어떤 감정을 표현한 것인지를 판단하여 자신이 느낀 감정의 공간으로 이동하여 기쁨의 춤을 추거나 두려움에 숨는 동작 등을 표현하는데, 이때 교육자들은 아이들이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도록 같이 춤을 추며 유도하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활동이 끝나면 아이들이 활동 감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으로 첫 워크숍은 마무리된다.
음악과 연극이 융합된 워크숍 후 미술 교육이 진행된다. 미술 교육 담당자는 아이들과 함께 리크탄에서 진행했던 활동 영상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에 관한 활동을 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는 각자의 경험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한다. 우선 각자 펜과 종이를 들고 워크숍에서 들었던 음악을 감상하며 감정을 표현하게 하면 아이들은 워크숍의 네 가지 감정만을 표현하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더 다양한 표현을 발산시키기 위해, 커다란 종이에 다른 아이들과의 공동 작업으로 물감으로 칠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이전에 비해 내용과 표현이 훨씬 자유로워진다. 그러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는 수많은 감정을 표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래서 LATTA에서는 미술 교육에 음악 교육을 다시 접목시켜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말로 표현하고, 음악을 들으며 각기 다른 감정들이 어떤 색일지 눈을 감고 느껴보게 한다. 예를 들면 ‘화’는 빨강, 노랑, ‘두려움’은 검정, 회색. 그리고 물감으로 색을 칠하며 계속 음악을 듣는다. 복합적인 예술적 영감을 받은 아이들은 훨씬 다양한 느낌과 형태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미술 워크숍에서 아이들의 그림에는 주로 다양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등장한다. 연극 교육 담당자는 이 작품들을 복사하여 종이인형으로 만든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종이인형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야기를 끌어 모으기 위해 강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을 펼칠 수 있게 돕고,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토리가 있는 한 명의 인물을 만들어내고, 이 인물들이 모인 한 편의 동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동화 속 인물을 연기한다. 연기가 익숙지 않은 아이들은 처음에는 어색해하지만 곧 자신이 만든 동화에 빠져들어 인물을 상상하며 몸짓, 대사로 인물을 표현하고, 상대방과 역할을 바꾸어 보는 활동을 통해 더욱 풍부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예술분야가 접목된 워크숍과 활동들은 아이들에게 내재된 감정의 장치를 켜는 역할을 하게 되고, 이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춤, 연극,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점점 거리낌이 없어지고 흥미를 갖고 참여하게 된다. 또한, 전 연령의 아이들이 모두가 같은 조건 아래에서 동작으로 표현하는 워크숍 환경에서, 나이가 어릴수록 육체적 표현이 큰 의미를 갖는다. 이는 언어로 표현이 서툰 어린아이들일수록 언어보다 몸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LATTA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있어 문화예술교육은 아이들의 내재적 감정이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발현될 수 있도록 돕는 교사의 역할이 더해질 때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관점에서 출발한 LATTA 프로젝트는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사진출처 _ 예술교육을 통한 창의 언어 발달-LATTA(스웨덴어)
- 김가영 _ 대외협력팀
- kykim@art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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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의 돌파구를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감성발달에서 찾아야 합니다!
동감합니다. 감성 발달에 도움이 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