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국가예술교육제도에 대한 연구(Monitoring National Arts Education Systems, MONAES)’를 진행하고 있는 세 명의 연구자가 지난 7월 5일부터 9일까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제9회 문화정책 국제컨퍼런스(International Conference on Cultural Policy Research, ICCPR 2016)에 참가하여 문화예술교육 국제공동연구 추진사항을 발표하였다. 문화정책 국제컨퍼런스에 앞서 7월 5일(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에서 「나라별 국가예술교육제도에 대한 연구」에 대한 미니포럼을 개최하였다. 미니포럼을 마치고 세 명의 연구자를 만나 이번 연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보는 자리를 [아르떼365]에서 마련했다.
왼쪽부터 랄프 벅, 언스트 바그너, 투니스 아이덴스
독자들을 위해 지금 하고 계신 활동 등 소개를 부탁한다.
랄프 벅(Ralph Buck, 이하 벅)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 무용학과 학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세계예술교육연맹(WAAE: World Alliance for Arts Education) 의장이면서 세계무용연맹(World Dance Alliance)의 대표를 맡고 있다.
언스트 바그너(Ernst Wagner, 이하 바그너)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에를랑겐-뉘른베르크 대학교에 재직하고 있고,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석좌교수이며, 국제예술교육연구자들의 모임(INRAE: International Network for Research in Arts Education)에 소속되어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INRAE에서는 매년 학술지를 발행하고, 문화예술교육 관련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투니스 아이덴스(Teunis Ijdens, 이하 아이덴스) 네덜란드 문화교육·아마추어예술전문센터(LKCA: Netherlands Expertise Centre for Cultural Education and Amateur Arts)의 상임연구원으로 있다. 사회학자이면서 예술정책연구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4년 국제예술교육연구자들의 모임이 독일 뮌헨에서 개최한 「나라별 국가예술교육제도에 대한 연구」 회의에 초청받은 이후 MONAES에 참여하고 있다.
「나라별 국가예술교육제도에 대한 연구」는 예술교육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기 보다는 다양한 개념과 접근으로 넓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된 것 같다. 각 국가수준에서 해석되는 예술교육의 개념과 정의는 어땠는지 소개해달라.
아이덴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5%가 ‘예술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예술교육에 대한 정의나 이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일반인들에 비해서 어느 정도는 합의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15%정도는 창의교육, 문화교육, 혹은 음악교육, 미술교육과 같이 장르별로 구분해서 부르는 등의 다른 용어를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는데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주였기 때문에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예술교육을 정의할 때 어떤 표현을 사용하기를 원하는가?’ 하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가 시각예술, 디자인 등 전통적인 예술분야라고 답했다. 미용, 문신 등도 언급 되었지만 그 비중이 낮았다. 예술교육의 내용을 설명할 때에는 전통적인 예술교육의 범주에 해당하는 답변이 많았다.
변화하는 시대, 환경 속에서 예술교육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우리는 얼마나 폭넓게 예술교육을 살펴봐야 할까? 이 이슈들이 전 세계적으로 여러 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예술교육을 문화교육으로 확대한다면 너무 광범위해져서 모든 교육을 아우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예술강사를 양성하는데 있어서도 너무나 광범위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예술교육을 너무 협소하게 다루면 사회적인 연관성을 잃을 수 있다. 이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라별 국가예술교육제도에 대한 연구」는 다섯 개의 조사항목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있다. 그중 접근성(access)과 양질의 예술교육(quality), 사회문화적 문제(social and cultural challenges)는 서울 어젠다가 명시한 세 가지 목표에 기반한 것으로 이해했다. 교육 개선(renewal of education)과 연구(research)라는 키워드는 어떻게 도출되었으며, 그 의미가 궁금하다.
바그너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는 서울 어젠다에 숨어있었던 키워드이다. 세 번째 목표인 사회문화적 문제를 좀 더 광범위한 측면으로 살펴보면 교육의 개선도 포함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연구’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추가 된 것이다.
아이덴스 이번 연구는 서울 어젠다에 명시되어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했다. 더불어 교육 개선의 측면에서 예술교육은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관련 내용을 이번 연구에 포함했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의 배경, 관점, 전문분야 등에 따라 답변결과가 굉장히 다양했을 것 같다. 더군다나 한 전문가가 국가를 대표하여 정책, 제도, 사례 등을 제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가 있나?
아이덴스 한국에서는 4명 정도가 참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 번째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 조사에는 참여하겠지만, 국가적인 평가를 하는 두 번째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국가를 대표하여 설문에 응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이 조사를 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정부의 의견이 아닌 독립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있었다. 유럽과는 반대의 경우였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와 함께 예술교육 시스템이 정치적인 상황과 어떻게 연계가 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바그너 한국 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매년 학술지를 만들고 있는데, 다른 국가 연구진들이 참여하거나 코멘트 하는 것을 반기고 있다. 한국 전문가들이 국제적인 연구에 참여한다면 이후에 한국과 유럽 간에 협력이 더욱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나라별 국가예술교육제도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고, 연구가 끝난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바그너 조사는 모두 완료되었고,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과 해석 과정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것도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결과를 어떻게 논의하고 공유할 것인지 포맷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아마도 이 주제와 관련된 학술지를 곧 출간하고 그 결과를 유네스코 본부에 전달하게 될 것이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이하 ‘세계대회’)에서 서울 어젠다가 도출되었고, 서울 어젠다 후속으로 MONAES 보고서를 발간하게 된다.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예술교육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유네스코에 알리는 것이 우리의 단기적인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재원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이러한 연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획하고 있다. 또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5년, 10년 후 그 사이 발견되는 차이점이나 발전 현황들을 살펴보고 싶다.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각 지역의 움직임, 현상 등을 살펴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미래에는 네트워크의 힘이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라 믿는다. 국제적인 논의들이 계속해서 생명력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공유되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나 시스템을 다양한 네트워크들이 만들어 내고 있다. 「나라별 국가예술교육제도에 대한 연구」가 미래에도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유네스코 유니트윈(UNITWIN, University Twining and Networking)이나 국제예술교육연구자들의 모임(INRAE)이 지속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네트워크가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진흥원 같은 여러 네트워크와 협력해서 거버넌스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아이덴스 「나라별 국가예술교육제도에 대한 연구」가 실질적인 국제 프로젝트가 되기 위해 다음 단계에서 국가나 권역별로 세분화하여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지역 같은 경우 많은 전문가들이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많이 참여하지 못했다. 아시아, 아프리카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동일한 기준 하에 측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번 연구 프로젝트 자체가 매우 야심 찬 계획이었고, 과연 이것이 현실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도 많았다. 하지만 어디선가는 시작을 해야 했기 때문에 좀 무리를 해서라도 시작했다. 「나라별 국가예술교육제도에 대한 연구」는 연구발전과 네트워크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바그너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예술교육 담론을 형성하는데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도 개최했고, 매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도 개최하고 있어 아주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계속해서 이런 노력을 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유네스코에서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개념 중 하나가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예술교육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노력과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한국의 협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교육진흥원에서도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긴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
투니스 에이덴스(Teunis Ijdens)
투니스 아이덴스(Teunis Ijdens)

예술, 예술교육, 문화참여, 문화산업 정책연구, 문화 분야 노동시장 및 기관, 지식관리 등 문화예술분야 사회학자이자 정책연구가이다. 네덜란드 문화교육·아마추어예술전문센터(LKCA) 상임연구원으로 있다.
언스트 바그너(Ernst Wagner)
언스트 바그너(Ernst Wagner)

뮌헨 대학에서 미술사와 미술철학을 연구하며 시각예술 교수로 재직했다. 2006년부터 2008년에는 뮌헨에 있는 ‘학교 교육 품질조사연구소(Institute for School Quality and Research in Education)’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부터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석좌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에를랑겐-뉘른베르크 대학교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랄프 벅(Ralph Buck)
랄프 벅(Ralph Buck)

오클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Auckland) 무용학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세계무용연맹(World Dance Alliance) 대표이자 교육연수 네트워크 위원장, 세계문화교육연맹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의 제2회 예술교육 컨퍼런스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정리 _ 상상놀이터
사진 _ 마루스튜디오

김자현 _ 대외협력팀장
김자현 _ 대외협력팀장
jhkim@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