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초·중·고등학교 각 단위에서 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과거에 비해 대폭적으로 다양화되고 활성화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문화예술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학교가 문화예술교육의 중심 역할을 하는 지역일수록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 효과란 무엇일까? 전문적인 교육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고 전문가들이 가르쳐 주는 문화예술 경험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끼와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하며, 기존의 틀과는 다르게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한 학생들이 앞으로 문화예술을 당당히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 소비자가 되는 것은 물론, 나아가 미래 우리나라 문화예술을 이끌어갈 뛰어난 예술인 또는 문화예술 산업을 주도할 CEO도 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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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스토리를 활용한 ‘조강거리 가면춤’

자유학기제를 통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기대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는 요즘 학교 현장의 화두는 ‘자유학기제’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수업 운영을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개선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2013년 42개 연구학교로 처음 시행되어, 2014년 25%, 2015년 79%, 그리고 올해 전국 중학교를 대상으로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자유학기제가 운영되면 오전에 일반교과 수업이 이루어지고, 오후에 자유학기 활동으로 주당 12시간에서 15시간 정도 진로탐색활동, 주제선택활동, 예술체육활동, 동아리활동으로 나누어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의 실정에 따라 4가지 영역을 각각 비중을 다르게 하여 운영할 수 있다. 수업 방법도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교과 간의 융합 수업도 가능하며, 학생 선택을 최대한 반영한 다양한 체험활동도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외부강사를 초빙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지역의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여 활동 중심의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학교 교육에서는, 교사들은 교과 교육과정, 학생들은 시험이라는 틀 때문에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지식 위주의 교과 내용을 교사가 중심이 되어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유학기제에서는 이러한 제한된 틀에서 벗어나 체험 중심의 다양한 활동들을 학교에서 시도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면 학교 교육에서 문화예술교육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예술체육활동이 주당 3시간에서 5시간 정도 배정되어 학생들이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다양한 문화예술 과목을 개설할 수 있으며, 교육 내용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를 초빙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부 문화예술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고, 2,3차시를 묶어서 운영할 수 있는 블록타임(block time) 수업도 가능하여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또한 진로탐색활동, 주제선택활동, 동아리활동 등에도 문화예술 관련 활동을 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로탐색활동에서 문화예술 산업 직업군에 대해 알아보는 활동도 할 수 있고, 주제선택활동에서 문화예술과 관련된 프로젝트 수업도 운영할 수 있으며, 동아리활동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동아리를 개설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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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 타일 액자

목표 명확히, 협업과 협력으로 좋은 내용물 담아야
그러나 제도는 하나의 형식이기에 이러한 제도가 마련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문화예술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유학기제’라는 좋은 그릇에 어떠한 내용물을 담느냐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교, 지역 공공기관, 교사, 문화예술전문가(예술강사)들의 의지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학교와 지역 공공 기관은 예산이나 체험 장소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담당한다면, 교사와 문화예술전문가는 프로그램 기획이나 교육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실행에 앞서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자유학기제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를 명확히 해야 자유학기제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이 일회적인 이벤트 행사, 교육적으로 의미 없는 체험활동, 시간 때우기 식의 운영, 기존 교과 수업과 차별화 되지 않은 수업 방식, 획일화된 프로그램 운영, 모든 자유학기제 활동을 학교 교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안전 문제를 이유로 대부분의 체험 활동을 학교 내에서만 하고자 하는 생각 등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자유학기제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사의 역할과 외부 문화예술전문가(예술강사)의 역할이 조금 구분될 필요가 있다. 학교 교사는 본인의 전공과 관련된 일부 활동을 교육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학기제의 모든 교육을 담당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학교 교사는 프로그램 기획, 우수 외부강사 초빙, 외부 문화예술 시설 및 기관과의 연계, 외부 전문가와 학생의 눈높이를 조절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매니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외부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는 학교 교사와 협력하여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 미래지향적 역량(창의성, 인성, 사회성 등)을 키울 수 있는 수업, 학교 교사나 다른 분야 전문가와 함께하는 융합 수업, 학생들이 스스로의 꿈과 끼를 발견할 수 있는 수업,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작년에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였고, 2학년을 대상으로 무용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일반 교과 시간에서 배울 수 없었던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었다. 당연히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학년말에 있었던 문화예술제에서 의미 있는 공연도 하였다. 학교 교육에서 문화예술교육이 활성화 될수록 학생들의 자신감 및 창의성은 더욱 향상될 것이고 인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문화예술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다.
참고자료
· 자유학기제
사진제공 _ 통진중학교

김선기
김성기
통진중학교 교사, 방과후학교 부장.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2년부터 통진중학교에서 교과 교육 이외에 풍물 및 무용동아리를 운영해오고 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통진중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담당하고 있다.
janyang@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