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색과 시도는 계속되어야한다

2016년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③ 2015 문화예술교육 포럼 ‘문화예술교육, 한 걸음 더 나아가기’ 리뷰

문화예술교육, 새로운 10년의 첫 걸음을 시작하는 2016년이 밝았다.
최근 학교, 사회, 지역 등 문화예술교육 환경을 둘러싼 변화의 움직임을 읽어보고, 문화예술교육 정책 및 현장에서 앞으로 나아 갈 방향에 대해 깊이있게 고민해보는 기회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특집] 2016년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

  • ① 학교를 둘러싼 다양한 변화들
  • ② 문화예술교육 변화와 성장을 위한 제언
  • ③ 2015 문화예술교육 포럼 ‘문화예술교육, 한 걸음 더 나아가기’ 리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들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씨앗이 뿌려지던 초창기 시절, 경복궁 한 귀퉁이 거대한 컨테이너에 자리 잡았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일했던 필자로서는 감회가 남다르기도 하다. 그동안 국내 문화예술교육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정책적 추진력을 가지고 놀라운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는 데에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10년을 돌아보고 또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봐야 할 지금이야말로 반성적 성찰 속에서 다음 단계의 도전과제들을 헤아려보기에 가장 적절한 시간일 듯하다. 지난 12월 16일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2015 문화예술교육 포럼 ‘문화예술교육, 한 걸음 더 나아가기’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다음 단계 모색을 위한 네 가지 키워드 – 정체성, 인력, 네트워킹, 가치

첫 번째 발제는 ‘문화예술교육, 확산에서 심화로’라는 제목으로 김수진 교수(경주대학교 국제교양학부)가 맡아 문화예술교육에서 예술교육으로 개념과 정체성을 재구성할 것을 제안하였다. 애초 복합어이자 절충적 정책언어로 사용된 ‘문화예술교육’이 아니라 ‘예술교육’ 개념을 수용할 것을 제안하면서, 방법적 차원에서는 그동안 정책사업 추진과정에서 강조되었던 경험의 측면을 넘어서 예술을 매개로 사회를 읽는 사고의 훈련, 맥락과 가치를 읽어내는 예술교육을 제시하였다. 또한, 대상과 내용의 차원에서는 문화다양성 시대에 다름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되는 예술교육을 강조하였다.

이어서 ‘인력, 문화예술교육을 나아가게 하는 힘’을 맡은 박건배 교수(계명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는 문화예술교육의 핵심동력인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의 양성방향을 중심으로 발표하였다. 그는 그동안 인력 분야에서 이루어진 성과 중 2012-2013년 ‘문화예술교육사’ 제도 도입과 시행, 이를 통한 국가 공인 자격증이라는 법적 지위의 획득을 강조하면서, 향후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방향을 주체, 대상, 정책 차원에서 제안하였다. 우선 교육의 주체 차원에서는 그동안 일자리 창출에 국한되었다면 취창업 및 직업의식 기반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음을, 교육 대상 차원에서는 기존 수혜자 대신 수요자 개념을 바탕으로 좀 더 수요맞춤형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함을, 정책 차원에서는 지원사업 중심을 탈피하여 창조산업기반의 수요창조형 및 자립형 전문인력을 양성할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세 번째 발제자로 ‘참여와 협력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주제를 맡은 임학순 교수(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는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 간 관계 설정 및 협력방안을 발표하였다. 우선 문화예술교육 정책주체 관련 이슈로 정책주체 간 인식 공감 및 성과 공유 체계 미흡 문제를 들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 관련 부처 간 협력 사업이 효과적인 집행 차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공동 기획, 성과 지식정보의 생산 및 활용체계 구축 차원으로 성숙 발전해야 지속가능함을 강조하였다. 정부 등 공공부문 주도의 공급자 중심 모형의 한계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구축에 제약이 생긴 점 역시 이슈로 지적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민간의 다양한 단체와 인력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사회적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 필요성이 제시되기도 했다. 취약한 지방분권 체계 역시 주요 이슈로 지적되었다. 그는 앞선 쟁점과 관련하여 미래 문화예술교육 정책주체 간의 관계 구축 방향과 과제로 우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역할을 정책주창자(public advocacy) 기능, 협업기반의 창조적 혁신환경의 지속적 조성, 국제교류 협력 기능, 정책 기획개발·평가·피드백 기능의 강화로 꼽았다. 또한 타 부처 및 수혜조직과의 문화예술교육 성과 활용체계 구축, 지역 문화예술교육 자치 역량 강화, 기업 및 연관 분야 등 새로운 참여자 발굴 및 협력관계 구축, 정책파트너로서 문화예술교육단체의 다양한 욕망과 특성 및 역량을 고려한 활용 등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김창환 본부장(한국교육개발원 교육조사·통계연구본부)은 ‘문화예술교육 가치의 확산과 공유’를 주제로 발표하였다. 문화예술교육은 다양한 가치, 즉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가치,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균형을 추구하는데, 가치 창출 및 확산, 특히 확산을 위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가치 확산 전략으로서 통계조사와 DB 구축을 통해 객관적 가치들을 확인하는 작업, 이에 기반한 정책 연구, 국내외 협력(네트워킹) 강화, 가치전달체계(value delivery system)로서 홍보 등을 제시하였다.

인력, 가치측정 등 활발한 토론 이어져

1부 발표에 이어, 2부에서는 각 주제별 지정토론자 4명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박일호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양혜원 연구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기획평가센터), 류해석 장학사(경기도교육청 문예교육과), 김인설 교수(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는 각 발제자들의 발제 내용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 구체적 방향과 방법론에 대한 질의하였고, 이에 대한 발제자들의 답변이 이어졌다.

특히 ‘인력’ 주제는 지정토론자 외에도 플로어의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및 예비인력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지정토론자인 양혜원 연구위원은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정에 대한 참여자들의 효능감과 만족도가 낮은 문제, 2016년부터 도입될 ‘국공립 교육시설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사의 의무배치’ 제도의 실효성 문제, 현장에서 보다 전문적인 혹은 기능적인 문화예술교육 수요가 대두하는 것에 대한 대응,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에 대한 평가체계 및 처우개선 문제 등을 제기하였다. 플로어에서도 인력 주제와 연계된 다양한 의견과 질의가 이루어졌다. 학교 교사와 박물관·미술관의 문화예술교육사 간 교육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이들 사이에 질적인 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화예술교육의 다음 단계를 고민할 때 예술강사의 현재 또한 반드시 짚어야 할 과제로, 이들이 현장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는 동시에 적절한 처우개선이 이루어져야 함이 다시 한 번 지적되었다. 다른 한편 대학에서 문화예술교육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교직 이수를 한 예비인력들의 경우 문화예술교육 현장 진입장벽이 있다고 느껴 경력경로를 개발하고 단계에 맞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지원에 대한 요구들이 있었다.

가치 측정의 이슈 또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는데, 인지적 측정에 비해 창의성, 인성 등 비인지적 측정의 어려움이 존재하고 우리 사회의 불신의 문화까지 겹쳐져 문화예술교육 가치 측정 문제가 늘 만만치 않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문화예술교육 참여 동기가 사실상 수치화된 객관적 가치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확인가능성과 중요성이 늘 일치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양적 평가 외에 그 보완재로서 자체 보고서 작성 및 전문가 의견을 신뢰하는 문화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었다. 리처드 레이어드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측정하려고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 반면, 알베르 아인슈타인은 “중요한 것을 모두 측정할 수는 없고, 측정할 수 있는 것이 모두 중요한 것도 아니다.”고 하지 않았던가. 쉽지 않지만 중요한 문제인 건 분명하다.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호흡 고르기

사람의 생애주기가 있듯 정책과 조직도 생애주기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압축형 성장모델에 바탕을 둔 한국의 특수성은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로 양적 성장을 이룬 문화예술교육에서도 발견된다. 발전의 어떤 단계에 양적 규모의 성장은 필수적일 수 있지만,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질적 고민과 대화, 소통과 협업의 지속적인 모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포럼은 그러한 모색을 위한 다양한 주제어를 한 자리에서 제시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양적 규모에 압도되지 않고 제도에 고착되지 않는 질적인 대화와 다양한 시도들이 정책과 현장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이루어지길 바란다. 무엇보다 교육 현장의 인력 이슈 등 주요 정책이슈들에 대해서는 좀 더 심화된 포럼 자리가 기획되길 희망한다.

arte365
이선옥
예술교육과 예술경영, 정책과 현장을 가로지르며 일해 왔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하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재청,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에서 프로그램 기획홍보, 연구조사,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숨고르기를 위한 자체 휴식시간을 즐기고 있다.
dal0310@naver.com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son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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