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서울에서 열린 제2회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는 ‘서울어젠다 : 예술교육 발전 목표’가 만장일치로 합의되며 2012년부터의 본격적인 실행을 약속했다. 그 중 주목할 것은 ‘예술교육 발전목표 3’의 내용이다.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사회적‧문화적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도록 예술교육의 원리와 실천을 적용한다.”는 목표 하에 사회적인 과제에 예술교육을 적용하고 예술교육의 역할을 발전시키고 실천하자는 약속이 담겨져 있다.(기사 하단 관련링크 참조) 이는 현재 문화예술교육에서 왜 ‘사회적인 것’이 중요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근거일 수 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년 ‘문화로 행복한 삶’을 비전으로 내세우며 전년대비 예산을 13% 증액했다. 한 나라의 문화정책 예산 증액은 정부가 문화예술을 사회적 가치로서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의지를 암묵적으로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김인설, 2015).
이렇듯 현재 우리사회는 실질적으로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예술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예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실제로 예술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가치를 갖는지 증명하고 드러내야 하는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박신의, 2013). 이번 연구리포트에서는 다양하게 펼쳐진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보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이론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연구적 노력들을 소개한다.

문화의 민주화에서 문화 민주주의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 문화예술이 사회 여러 분야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을 주고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문화정책의 지향점이 ‘문화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culture)’에서 ‘문화 민주주의(culture democracy)’로의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문화의 민주화’는 클래식, 발레, 오페라 등 소위 말하는 고급예술을 가능한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확대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문화 민주주의’는 대중들이 문화예술의 창작과 소비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지향하며 대중의 직접적 참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것은 20세기 후반 서구사회를 이끌었던 커뮤니티에 기반을 둔 다양한 예술적 활동들의 긍정적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예술이 지역 및 도시 발전에 기여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책단위에서부터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예술의 가치와 효과에 대한 다양한 관점
1993년 영국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문화예술연구‧기획 단체 코미디아(Comedia)에 따르면 예술의 사회적 가치는 “다양한 예술체험을 거쳐 개인의 삶에 대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혹은 행동양식이나 가치관에 대한 변화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Landry et al., 1993). 그리고 1997년 유럽문화발전테스크포스(The European Task Force on Culture and Development)는 문화예술에 대한 직접적 영향과 간접적 영향을 분리하면서 좀 더 쉽게 예술의 사회적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예술의 사회적 영향
구분 정 의
직접적인
사회적 영향
  • · 문화와 예술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여가활동을 제공하며, 인간의 사고를 ‘고양’시키며, 그들의 심리적, 사회적 웰빙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며, 감수성을 발달시킴
간접적인
사회적 영향
  • · 예술은 공공적 편의시설에 대한 쾌적함의 요구를 자극하거나 만족하게 하여 사회적 환경을 풍요롭게 하는 것임
  • · 사회적인 ‘문명화’의 효과와 사회적인 조직(예: 아마추어 예술) 등의 지원을 활성화함
  • · 다양한 실험을 통한 창의적인 자극을 가능하게 하고, 사고의 혁신을 가져옴
  • · 예술 활동과 문화적인 산물 등은 지역사회의 집합적인 기억을 돕고, 다음 세대를 위한 창의적이고, 지적인 사고를 위한 저장소로서의 역할을 함
  • · 예술과 문화기관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특히 도시지역에서의 개인의 안전을 강화하며, 거리의 범죄와 무질서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함

[예술의 사회적 영향] (유럽문화발전테스크포스, 1997)
그러나 예술을 통해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결속력을 높이는 등의 다양한 효과를 경험적으로 확인하며 정책적 지원이 확대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예술 자체의 내재적이고 본질적인 가치까지 포함하며 인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04년 미국의 정책연구기관인 윌리스재단(Wallace Foundation) 소속 RAND예술연구센터의 연구 결과가 고무적이다. RAND예술연구센터는 예술의 본질적 혜택과 도구적 혜택에 대한 통합적이고 구체적인 유형을 제시하며 예술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정립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RAND 보고서에서 말하는 예술의 혜택 체계는 아래 그림과 같다.
예술의 혜택에 대한 이해를 위한 체계

[예술의 혜택에 대한 이해를 위한 체계] (RAND예술연구센터, 2004)

예술의 도구적 혜택은 예술 자체가 갖는 의미보다는 그로 인한 결과에 관심을 두는 것이고, 본질적 혜택은 예술체험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위 그림에서는 예술의 본질적 혜택(매료, 기쁨, 공감 능력 등)과 도구적 혜택(학습능력 향상, 자기 효능감, 사회적 효과 등)을 아래위에 두고 그 사이에 사적 혜택과 공적 혜택을 수평구도로 배치함으로써, 본질적 혜택과 도구적 혜택은 상호 넘나드는 관계로, 사적 혜택과 공적 혜택은 수평구도 사이에서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를 발휘할 수 있게 정리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적 혜택과 공적 혜택 사이의 스필오버 효과이다. 스필오버 효과란 특정 현상이 다른 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즉, 개인적인 혜택이 스필오버 효과인 공감능력을 확장시키고 인식능력을 성장시켜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공적 혜택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MaCarthy et al,. 2004). 예술이 도구적이든 본질적이든 간에 지속적인 예술체험이 더 많은 스필오버 효과를 제공하며 예술체험의 기회가 많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실제로 어린 시절부터 예술 체험의 기회를 갖는 경우는 미래에 대한 예술 체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결과적으로 RAND의 연구는 예술의 본질적 가치가 예술이 줄 수 있는 모든 가치와 영향을 작동하게 하는 핵심적 요소라는 사실을 인식시켰다.
예술의 탁월성으로 사회적 가치를 발현시켜야
앞서 소개한 기존의 연구자들이 제시한 이론적인 내용을 종합해보면 예술이 개인적 가치에만 머물고 있거나, 개인과 무관한 사회적 가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문화예술교육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결국 개인의 예술체험에서 비롯된 감동과 행복에서부터 온다. 그러려면 문화예술교육이 좀 더 일상 속에서 개인의 삶과 밀접하게 만나야만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받은 개인적 감동이 사회적 영역의 확산까지 연결될 수 있는 스필오버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 문제를 예술로 접근하는 호주 빅하트(BIGhART)의 설립자인 스콧 란킨(Scott Rankin)의 말을 빌리고자 한다. 스콧은 현재 사회적 문제해결을 예술로 풀고자 하는 예술단체들이 많은 실정 속에서 예술의 결과물이 곧바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과정 속에서 어떠한 문화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가이다. 예술가는 예술의 순수성, 탁월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탁월한 예술의 세계를 지켜나갈 때에 변화를 일으키는 프로세스는 더 강력해지고 그에 따라 더 큰 변화를 가져온다.”
결국 변화는 ‘과정’ 가운데 나타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가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많은 연구가 결과측면의 영향만을 강조하지 않고 예술의 본질적 가치부터 발현되는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영향력을 설명해내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콧의 말처럼 먼저 탁월한 예술성이, 예술의 본질적 가치가 문화예술교육의 모든 과정 속에 녹아있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이광준(2014). 사회적 문제의 개선, 문화예술교육을 통하여, 2014 문화예술교육 포럼 ‘새로운 사회를 여는 키워드’ 자료집
· 김인설(2015).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합의, 그리고 정책적 과제, 2015 웹진 아르코 문화정책 이슈.
· 박신의(2013). ‘예술의 사회적 영향’ 연구 분석과 정책적 함의, 2013 문화정책논총 제27집 1호.
· 정경은(2014). 문화예술교육 가치에 대한 학술적 접근, 2014 문화예술교육 포럼 ‘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다’ 자료집
· 최미세(2014), 문화예술의 공적가치와 민주주의, 독일어문학
· MaCarthy et al.,(2004), Gift of the Muse: Reforming the Debate about Benefits of the Arts. Santa Monica: RAND Institute.
· Arts Council England(2004), The Impact of the Arts: Some Research Evidence. London: Arts Council England.
· 김소연, “[인터뷰] 지역의 문제에 예술로 주목하라-스콧 란킨, 세실리 하디 / 호주 빅하트” 웹진 [아르떼365], 2015.11.9.
관련링크
· 제2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서울 아젠다
박진아 _ 정책연구팀
박진아 _ 정책연구팀
merryjina@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