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전주 효자동에 위치한 문학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는 만화수업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조송현 예술강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었고 여기저기 환호와 한숨이 교차한다. “다음에 그릴 것은 칭찬이예요.” 조송현 강사의 말에 아이들이 “아~” 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그린다. 오늘 수업은 만화빙고, 강사가 단어를 제시하면 그와 관련된 25가지 그림을 자신이 넣고 싶은 칸에 그리고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단어를 제시하면서 맞추는 게임이다. 조송현 예술강사가 진행하는 아이들을 위한 만화시간이다. ‘딩동댕동~’ 수업 끝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아쉬운 표정으로 다음 만화수업을 기약한다.
졸라맨과 지우개 로봇
인터뷰 전 조송현 예술강사가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 연재하고 있는 <조군의 강사생활>이란 웹툰을 먼저 접하게 되어 조송현 예술강사가 어떤 분일까 매우 궁금했다. 깔끔한 외모에 굵은 목소리 톤, 유머러스한 말솜씨까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을 갖춘 남자강사, 그것도 만화장르이니 그 인기는 당연지사, 필자 역시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 인터뷰 시간이 기다려졌다. “제가 소극적인 사람이라서 잘 이야기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색한 기류 속에서 시작한 인터뷰는 조송현 예술강사의 재치 있고 끊임없는 이야기로 한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편안하게 이어졌다.
“졸라맨 부터 그렸고, 친구한테 못 그린다고 엄청 구박을 받았죠.”
처음부터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하거나 잘하지 않았던 어린 조송현은 그림 잘 그리던 친한 친구를 따라 그리면서 만화를 시작했다. 손재주가 많았던 조송현 예술강사는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 같은 것을 지우개로 조각하는 것이 특기였다. 지금도 어머님께서 그때 만들었던 지우개 조각을 담은 상자를 간직하고 계신다. 만화 <드래곤볼>을 유난히 잘 그렸던 그 친구로부터 “나 이거(지우개 조각) 가르쳐줘. 그럼 내가 그림 가르쳐줄게.”하며 시작한 만화 그리기는 이제 조송현 예술강사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되었다.
“중학교 3학년 때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냥 즐거웠어요. 하얀 종이에 무엇인가 담을 수 있는 기쁨과 두려움. 지금도 아무것도 그려있지 않은 하얀 종이를 보면 두려워요. 그리고 그 위에 무엇인가를 그려내는 기쁨. 그 미묘한 감정 때문에 그림에 빠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하얀 종이위에 자신을 담아내고 그것에 대한 만족과 위안을 받으면서 인생을 그려내고 있는 만화작가, 새로운 도전을 계속 시도하는 자신의 자화상 같다.
눈높이를 맞추고 위트 있게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 입학해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기대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독학해서 공부했던 것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해 크게 실망하고 만화를 포기하려고 했던 시절도 있었다. 휴학을 하고 군대 조교를 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이 또 다른 전환을 가져온다. 군대에서 그림을 그리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하려던 고민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을 찾게 된 것이다. “군대에서 조교를 했는데 제가 은근히 사람을 잘 가르치더라고요.” 제대 이후 다른 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해보고 싶어서 미술학원에서 8개월 동안 만화수업을 시작했다. 그의 웹툰을 보면 아이들 언어를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에서 그 만의 특유한 위트가 보인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아이들 눈높이에서 함께 했던 건 아니었다.
“예술강사 7년의 세월동안 차츰 아이들과 맞춰가고 있지만 여전히 한발자국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있어서 처음 예술강사를 시작했을 때 주입식 교육으로 결과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었죠. 결과는 항상 좋게 평가되었지만 해를 거듭 할수록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활동이 아닌 교사가 주도적으로 하는 교육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번은 아이들에게 주제만 주고 지켜본 적이 있었는데, 진짜 신기하게도 아이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그는 수도권에서 3년 정도 예술강사를 하다가 지역에 있는 작은 학교로 옮겼을 때, 아이들의 분방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해답을 찾게 된다. 가르치는 사람이 다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고 활동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예술교육의 강점이라고 그는 믿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도 진다는 것을 7년 동안 예술강사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터득했다.
그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놀고 싶은 것도 많고 주변의 유혹도 많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하자는 의지를 담아 필명을 ‘집중력’으로 정했다. 필명을 정하고 ‘집중해서 그림 한번 제대로 그려보자’ 하고 시작한 작품이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는 웹툰 <조군의 강사생활>이다. 학과 후배들이나 친구들 중에서 유명해진 사람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제대로 하기 위해 100번 이상 집중하고 노력한다면 언젠가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만은 잃지 않는다. 천천히 가도 포기하지 않는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근성을 가지고 만화작가의 길을 가려는 조송현 예술강사의 의지가 대단하다.
“연재하던 사이트가 1년 만에 갑자기 그냥 문을 닫았던 적이 있어요. 사이트가 그렇게 없어지면 경력도 안 남아요. 실컷 연재했는데 사라지고 확인할 길이 없잖아요”
아쉽고 허무하긴 했지만 한번 경험 했으니 다음엔 성급하지 않게 조심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청년 만화작가의 어깨 넘어 현실적인 아픔이 느껴졌다. 창작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젊은 만화작가들에게 좋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교훈과 아이의 엄지손가락
“어머니께서 살아가면서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실적인 것들을 많이 이야기해주셨어요. ‘남자는 무게 있게 놀아야 되고 기죽어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당당한 행동만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어요. 불의를 보고 참지 않는 것, 약한 사람은 도와주고, 조금 있는 놈 것은 벗겨먹어도 된다고 하셨죠.(웃음)
웹툰에 자주 등장하는 어머니는 그의 정신적인 지주다. 중학교 시절 공부보다는 만화에 빠져있는 아들과의 대립 속에서 힘들어 하셨지만 그 이후 평생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 그 누구보다도 작가의 길을 지지해준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 최선을 다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는 어머니 철학이 조송현 예술강사의 교육방향과 일치되는 점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에 대한 책임도 지는 것, 그것을 위해 아이들 스스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직접 경험 할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아이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만화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농구선수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못하게 되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화를 그린 거죠. <슬램덩크> 첫 권에서는 그림이 투박한데 마지막 완결에서는 ‘펜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나게 멋지게 그려진 것처럼 노력한 과정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이 좋아요.”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처음 설정에선 능력 없던 캐릭터들이 자신의 재능을 찾아가고 노력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만화, 조송현 강사도 그런 감동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한다.
“만화는 제 삶의 표현입니다.”
그가 최근까지 웹툰 사이트 엠툰에 연재한 웹툰 <그날>이란 작품을 보면 조송현 예술강사의 생각이 담겨있다. 어린 시절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작품을 통해서 독자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가치를 찾아내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 사람들과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게 할 수 있는 감동의 작품, 그런 작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만화 예술강사다.
수업 평가 받는 어느 날, 긴장한 탓인지 힘든 수업을 마치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나서는데 교실 밖에서 책가방을 메고 기다리고 있던 아이가 엄지손가락을 내밀면서 던진 한마디 “선생님 오늘 수업 최고였어요.”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이 지금도 큰 힘이 된다. 어머님이 가르쳐 주신 삶의 교훈, 아이가 보여준 엄지손가락의 감동, 그리고 15주 된 뱃속의 아이 ‘꼭꼭이’가 조송현 예술강사의 내적인 힘의 원천인 것 같다. 꼭꼭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아빠가 그리는 만화 세상에서 함께 행복하길 바란다.
조송현 (집중력)
2009년 조선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부를 졸업하고 군대에서 확인한 교육자로서의 가능성을 살려 미술학원 강사를 거쳐 현재는 7년째 예술강사이자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과 교실에서의 이야기(강사생활)와 자신의 이야기(사생활)를 담은 웹툰 <조군의 강사생활>을 2012년부터 연재하고 있으며, 최근 엠툰에 웹툰 <그날>의 연재를 마쳤다. 슈퍼히어로들의 ‘초능력’보다 강력한 ‘초등력’을 매일 실감하며 조군의 슈퍼히어로들과 함께할 새로운 놀이를 위해 집중하고 있다.
생활체육과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생활체육협의회, 청소년수련관에서 일했으며, 현재 전주 효자문화의집 관장이다. 2005년 우연히 들어온 문화의집에서 지역문화의 가치와사람 중심의 문화에 심취해 10년 넘게 지역 주민들과 생동감 있는 문화활동을 만들어가고 있다. yuna135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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