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해가 긴 여름임에도 숲 속 선덕보육원엔 이미 땅거미가 내려앉아있었다. 잘 살펴지지 않는 나뭇잎과 어렴풋이 보이는 능선은 이곳이 산 속에 위치해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살피는데 여름비가 발길을 재촉한다. 한 여름 밤, 국악기 소리가 이진 예술강사로부터 아이들의 손과 귀, 마음을 통해 울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는 어떤 이도 우연히 들었을 일이다.
8년차 베테랑 예술강사 이진의 힘은 참 대단했다. 내발적(內發的) 가치와 자신을 이끄는 신념이 없이 요즘 아이들을 이겨낸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진 예술강사의 첫인상은 고운 외모에도 다부졌다. 유년시절부터 노래 부르기와 음악을 좋아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늴리리야’를 불러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국악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지금 이렇게 그것을 매개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을 위한 관계 맺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진 예술강사가 평소에 복지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수업이 진행된 선덕보육원 역시 복지시설이기도 했다. 그녀는 복지란 ‘행복을 좇아가는 것’이란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의 목적도 행복이라고 답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수식어를 들어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을 논하거나 이론적 배경을 통해 설명한다. 그러나 이보다 명확할 수 있을까? 예술적 감수성, 예술치유, 예술을 통한 관계기술 획득, 기능 습득 과정에서 파생되는 집중력의 확보, 또래 간 공동체 구성……. 아무리 둘러봐도 이진 예술강사의 ‘행복’을 앞서는 답을 찾기 힘들다. 그리곤 덧붙인다. 행복이 밥상이면 예술은 반찬이라고, 예술 자체가 행복이 될 수는 없지만 그 행복의 밥상을 채우는 훌륭한 반찬이라고, 그래서 본인은 그 반찬을 만드는 요리사라고 밝힌다. 그가 문화예술교육사를 비롯해 동화구연지도사, 사회복지사 등 6개의 자격증을 가진 이유는 결국 예술교육을 매개로 한 행복요리사가 되어 맛있는 행복밥상을 차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수업 중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핀잔이나 큰 소리는 없다. 오히려 놀이로 만들어 다시 수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와 시간을 준다. 그만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관계에 집중한다. 전문 국악인이 되기 위해서라면 타악의 박자와 기능에 반드시 숙달되도록 해야겠지만, 행복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라면 강사와 아이의 관계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이진 예술강사는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즐길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늘 구하고 있다.
수업을 즐길 수 있다면 친구가 될 수 있으며, 친구 같은 관계가 형성되면 오히려 수업의 집중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하는 제도권 교육과 달리 문화예술교육은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특히 예술은 사물에 대한 관심과 관찰을 통해 심상을 정리한다. 이 과정은 피사체와 나와의 관계를 형성하게 하고 창작을 통해 밖으로 표현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다시 사람들과의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매개가 되며 시간의 퇴적 속에서 예술은 문화가 되고 세상과 만나는 것이다.
감각을 깨워 서로를 알아가는 감동
예술강사의 대부분은 예술가이기도 하다. 이 둘 관계를 이분법적으로 묻는 나에게 이진 예술강사는 “끊임없이 예술가와 교육자의 길을 왕복하고 있다”고 말한다. 답을 들으며 참으로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생기겠지만 결국 양자 중 어느 것도 수단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술가로서의 집중 없이는 예술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고, 또 예술교육에만 집중할 경우 스스로의 정체성과 예술적 신념이 보편·일반화 되어 제도권 교육이나 학원교육과의 차별화를 확보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상보적 관계라 할 수 있다.
예술을 목적으로 삼는 예술교육과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예술의 차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다. 이진 예술강사는 전자를 과정중심, 후자에 대해서는 결과중심이라고 표현한다. 아마도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의 수업과도 관련성이 있을 것이다. 한편 수업 시간에는 타악기뿐만 아니라 가야금, 아쟁 등 여러 악기와 색찰흙이 등장한다. 악기를 직접 만져보고 연주해 본다. 그리고 그 촉감과 소리, 색을 기억하고 색찰흙으로 만들어 본다. 아이들은 거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국악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국악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수업이 설계되어 있었다.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관찰하게 되고 알아가는 것이다. 이진 예술강사는 수업을 통해 자신과 국악, 자신과 아이들, 자신과 예술교육 등을 알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알아가기’를 통해 상대방을 존중하는 가치와 예술교육의 신념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진 예술강사가 예술교육을 하며 가장 의미 있었던 시간은 아이들과 공감이 이루어졌음을 느꼈을 때였다고 한다. 아이들과 같은 것을 바라보며 같이 울고 웃는 과정 속에서 뒷머리가 서는 듯한 감동을 느낀 것이다. “현장 체험 시간에 4,5세 아이들과 함께 뽀로로 공연을 보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하며 말꼬리가 흐려졌다. 나이와 관계없이 아이들의 감정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이진 예술강사는 8년차 베테랑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와 같았고, 아이들과 함께였다.
예술강사 스스로 행복해야 한다
이진 예술강사와 만나 인터뷰하는 동안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행복밥상을 잘 차리고 있는지, 더불어 그 밥상을 차리는 요리사인 예술강사들은 정작 행복한지, 더불어 문화예술교육이 결핍에 대한 보충이나 치료·치유를 넘어 보편적인 가치와 행복을 사람들에게 주고 있는지 등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들고 났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문화예술교육이 양적 팽창과 질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지나치게 설계자와 수요자 중심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측면도 보인다. 문화예술 관련 기획자들과 예술강사들이 자신들의 신념과는 달리 제도의 틀에 갇히게 되는 일도 있다. 특히 통합적 예술교육 개념을 도입함에 있어서는 그 필요성 등에 대한 합의 과정과 준비상태를 세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예술강사들이 지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진 예술강사의 첫인상에서 느꼈던 다부짐은 마지막까지 여전하다. 꼭 예술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꿈 하나쯤은 품에 두고 있겠지만, 긍정에너지로 중무장한 그녀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융·복합 예술교육과 공연이 그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국악을 바탕으로 서양음악, 시각예술과 힙합 등 대중예술 등을 섞어보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도 참 많다 싶기도 하지만, 그 꿈에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문화예술은 밥과는 다르다. 예술은 굶어도 배고프지 않으며, 돈이 없어도 궁핍하지 않으며, 집이 없어도 걱정스럽지 않다. 문화예술은 역설적으로 밥보다 풍요로운 것, 돈보다 가치 있는 것, 집보다 따뜻한 것을 갖게 할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며 한없이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밤을 샐 수 있고, 두 시간 남짓한 공연을 보며 뒷골이 당기는 전율을 맛볼 수 있으며, 타악기의 역동적 리듬은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행복요리사가 차린 행복밥상, 예술반찬을 선덕보육원의 아이들은 손과 귀, 마음으로 참 맛있게도 먹는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는 이진 예술강사도 행복해 보였다. 시간이 다 되어 손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 비가 갠 하늘엔 별이 총총 박혀있었다. 수업 내내 유난히 말썽을 피우던 막내 녀석의 장난기 가득한 눈빛이 어른거린다.
이진
국립전북대학교 예술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음악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에서 국악이론과 기초실기를 강의했고, 2008년부터 국악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복지에도 관심이 많아 요양원, 보육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예술교육을 위해 동화구연지도사를 비롯해 여러 개의 자격을 갖추었다. 예술가로서의 욕심도 버리지 않고 매년 한두 편의 공연에 연주자로 참여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장르 융·복합형 교육과 공연으로 국악 뿐 아니라 장르를 넘나드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영상 _ 윤영욱 (미디어 아티스트)
장 걸 _ 전주문화재단 사무국장
2014년까지 극단 황토와 문화영토 판을 거쳐 (사)푸른문화에서 정책실장으로 일했으며,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국립무형유산원 개원 기획감독, 원음방송 ‘아침의 향기’ MC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현재는 재단법인 전주문화재단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mmgirl@empal.com 페이스북
항상 아이들에게 웃음으로 대해주시고
즐거운 시간 만들어 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멋지세요~~~♡
이진 예술강사님은 힘차게 타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 멋진 것 같습니다.
멋진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하는 아이들이 너무 부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