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슨 수로 시를 쓴단 말이고

 

7월 20일, 통영 강구안 문화마당에는 자그마한 스테이지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 2010 통영연극예술축제의 무대이다. 주민들을 불러 모아놓고 공연을 보여주는 여느 지역 행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스테이지의 불이 켜지고 축제가 시작되자 조금 전의 무심한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세월 담긴 詩 한 자락

 

2010 통영연극예술축제의 시작으로 사량도 어르신들의 시 낭송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날 행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실시한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시범사업 의 일환으로 극단벅수골이 운영하는 ‘아름다운 시가 있는 생활문화공동체 마을’ 참가자들이 꾸민 자리이다.

 

글 읽는 것도 서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애절하고 진솔하게 표현한 시를 읊었다. 문학적 지식이나 기교를 모르고서도 이토록 서정적이고 호소력 있는 시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걸어온 세월 속에 수많은 사연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리라.

 

마마 흉터로 곰보가 된 외모 때문에 자신을 낮추며 살아온 평생을 담담하게 시에 담아내는가 하면, 욕쟁이 시아버지와 수 없이 바람 피우던 한량 남편을 모시고 살면서 마음 고생했던 세월을 회상하는 시를 읊으며 미운 정에 피식 웃음이 나온 이도 있고, 평생 아픈 남편 뒷바라지에 고생했던 세월을 돌이키며 눈물이 쏟아져 다른 이가 시를 대독하기도 했다.

 

시 낭송회라고 하면 한껏 멋 부린 수사법과 본뜻을 꽁꽁 숨겨놓은 함축법으로 관객들은 지루해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달랐다. 12명의 ‘시인’이 그동안 준비한 시를 읽는 동안, 관중석에서는 잡담 소리 한번 들리지 않는다. 고요한 집중 속에서 시가 끝나면 “와~!”하고 환호하고 또 애석해하면서, 그들의 삶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 반상기의 고운 빛처럼_김덕명

– 미운 정(情)도 정(情)인가_송영자

– 재봉틀과 등잔불_이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