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해답을 찾는 전환의 시기

지역에서 해답을 찾는 전환의 시기

문화예술교육포럼 ‘지역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의 현재와 미래’

문화예술교육으로 부산이 부산스럽고, 그 열기가 가마솥처럼 달아올랐다. 다름 아닌 2015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가 부산을 필두로 경상권역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최초로 지역에서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의 취지와 의미를 지역 시민과 나누고자 했다. 지역문화진흥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지역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 역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의 문화정책에서 문화예술교육이 가지는 가치와 역할이 증대되고 있으며, 그 활성화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 장이 이번 행사를 통해 열리게 된 것이다. 최근 국가 문화정책의 흐름이 지역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번 행사의 부산 개최는 시의적절 했다고 할 수 있다. 광역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는 필자의 관심 역시 5월 29일 오후 2시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지역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의 현재와 미래’ 포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200석 객석은 입추의 여지없이 전국에서 찾아온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로 가득 차 그 관심과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문화예술교육포럼

문화예술교육포럼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성과와 한계
먼저 ‘지역문화정책과 문화예술교육’ 발제를 맡은 임학순 교수(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는 지역문화정책의 발전을 지역문화기반 구축 및 확산,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정책 형성 및 성장, 문화·창조지역 조성 등 3단계로 일목요연하게 구분하여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으로 시작된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발전 및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였다. 그는 지역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성과로 사회통합, 공동체문화형성, 수혜자의 창의성 및 자존감 향상, 사회적관계망 형성, 노인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제시하였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한계에도 주목하여 참가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었는데, 지역문화진흥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 지역의 다양한 인적자원 활용, 수요자 기반의 정책체계, 지역분권 기반의 가치역량 등이 여전히 부족함을 제시하였다. 특히 사회취약계층 중심의 획일화된 사업을 한계로 지적하였다.

임학순 교수는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방향으로 ‘지역문화 진흥과 문화예술교육의 연계’를 강조하였다. 그 방법론으로서 지역문화진흥 정책 영역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접근, 지역자원 융·복합 플랫폼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분권기반의 지역 문화예술교육 특성화 환경 구축, 수요자 맞춤형 정책체계 구축, 지역 문화예술교육 아카이빙 및 지식서비스 체계 구축을 제시하였다. 8,90년대 수요자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 2005년 이후 공급자 중심으로 전환되었고, 향후 문화예술교육 방향으로 지역자원 융·복합 플랫폼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을 제시한 점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뿐만 아니라, 재정 지원에서 공간, 인력, 지식정보, 네트워킹 등 지원방식의 다양화를 강조한 점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무엇보다 필자가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네트워킹을 통한 경험과 노하우의 공유를 강조한 점이었다. “문화예술교육 사례는 많으나 사례연구는 미흡하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향후 광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사례연구에 더욱 주목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례 발굴하고 협력체계 정비해야
‘지역 문화예술교육 실행을 위한 구체적 검토’에 대해 발제한 이춘아 대표(대전 한밭문화마당)는 대전지역 사례 위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였다. 중앙 주도의 공급자 중심, 분권과 상관없이 지역에 여과 없이 뿌려지는 문화예술교육의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특히 문화예술교육 인력부문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제시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강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었다. 그는 문제해결의 대안으로 강사, 향유기관, 기획자들의 주기적인 만남과 네트워킹을 강조하였다. 사례로 제시한 한 장의 사진(경로당에서 어린이와 할머니가 공동작업을 하는 모습)은 문화예술교육이 지역공동체 회복에 기여한다는 점을 보여주며 청중들의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 이러한 사례를 중심으로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문화복지’로 접근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 임학순 교수
  • 이춘아 대표
  • 이욱상 에듀케이터
  • 정민룡 관장
왼쪽부터 임학순 교수, 이춘아 대표, 이욱상 에듀케이터, 정민룡 관장

이욱상 에듀케이터(부산 오픈스페이스 배)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관객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발제자였다. 다소 엄숙한 포럼의 분위기를 급반전시키며,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사례공유가 가장 재미있게 관객들에게 다가선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발제였다. 그가 ‘숲속 미술관’ ‘우리동네 미술관’ ‘맨발동무 도서관’을 설명할 때마다 객석에서 찰칵찰칵 거리는 스마트폰 카메라 소리를 통해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 사례 연구 및 공유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점을 강조하였고, 네트워킹의 중요성 역시 부각시켰다. 문화예술교육의 사례 공유는 지역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전국에서 모인 관객과 예술강사들의 진지함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아울러 지역 내 좋은 사례를 전국적으로 발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 역시 광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 새롭게 부여된 역할이 아닌가 생각했다.

정민룡 관장(광주 북구 문화의집)은 ‘지역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 협력체계로의 전환’을 발표하며 정책 전달 체계와 지역 협력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특히 현장에서 느끼는 문화예술교육 10년의 성과이자 지역적 전략(시민참여, 향유)을 구사하는데 있어 가장 강력한 수단이 지역 문화예술교육이라고 강조하며, 문화예술교육 사업과 유관 사업들과의 중복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적했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전달이 상의하달(top-down)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적 문제에 대해 논하면서, 행정중심의 기능적 협력체계가 강조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문화부, 진흥원, 광역문화재단은 정책 중심의 협력체계로, 기초문화재단, 기초생활권(지역)은 실행(사업)중심의 협력체계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자는 제안을 하였다. 그는 마을단위 문화예술교육, 협력체계는 향후 기초재단, 시군구 단위 협력체계 구성의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하였다. 문화부를 최고경영자(CEO), 진흥원을 제작자(Producer), 광역재단을 편집자(Editor)로 분류한 점 역시 재미있는 역할규정이 아닌가 싶다.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박은실 교수(추계예술대학)는 토론자 4명의 발표시간을 효과적으로 배분하여 모두가 자유롭게 각자의 관점에서 토론할 수 있도록 이끌어나갔다. 지정토론자는 광역문화재단(임창웅 대전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기초문화재단(강승진 춘천문화재단 정책기획팀장), 현장 활동가(김수연 문화예술센터 ‘결’ 문화기획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노준석 예술협력사업본부장) 등 각자의 입장에서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성과와 한계, 발전방향 및 정책제언을 제시하였다.

문화예술교육포럼_토론

문화예술교육포럼_토론

정책의 시작은 지역으로부터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플로어에 있던 문화예술교육 현장 활동가들이 정책에 대한 불만과 민원(?)을 제기했는데, 여전히 현장에서는 중앙의 정책 결정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럼을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은 정책 결정의 시작이 바로 지역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지금과 같은 중앙-공급자 중심의 정책은 지역문화 거버넌스의 형태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포럼 참가자들 간에 형성되었다. 정책결정의 하의상달(bottom-up) 방식, 지역 자율성 보장을 위한 포괄적 예산제도, 지역 간 협력과 교류 강화 등 이번 포럼에서 나온 의견들은 정책 입안자들이 귀담아 경청해야 할 부분이다. 지역에서 해답을 찾고 정책을 만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며, 지역 문화예술교육 발전이 국가 문화복지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포럼에서 느낄 수 있었다.

조정윤
조정윤
고려대학교 독어독문과 졸업 후, 영국 그린위치 대학, 시티 대학에서 예술경영을 수학하였으며, 성균관대학교에서 공연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PMG KOREA 공연기획팀에서 해외공연을 담당하였으며, 부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 고양시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예술 전문위원으로 재직했다. 일본국제교류기금 연구펠로우로 선정되어 요코하마에서 2년간 일본 지역문화재단 조직운영, 일본 공립문화시설을 연구, 조사하였다. 귀국 후 마포문화재단 공연전시사업팀장을 거쳐 현재는 부산문화재단 기획홍보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메일_ artsmanager@bscf.or.kr블로그_ http://blog.naver.com/operas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