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넷째 주에 시작한 새 학기가 벌써 한 달을 넘겼다. 공부를 막 시작한 신입생들은 이제 겨우 학교 안팎의 지리에 익숙해지고 몇몇의 학과 친구도 사귀었을 것이다. 반면 누군가는 생각보다 빡빡한 수업 일정으로 벌써 지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한껏 여유로워 보이는 대학 캠퍼스지만 치열한 경쟁과 숨 가뿐 일정에 맞추어 돌아가는 작은 사회다. 하지만 여기, 교육에만 목적을 둔 대학공간에 반기를 든 이들이 있다. 재학 중인 학생들이 주축을 이룬 모임으로 약 20년의 전통을 가진, 공연단. 매년 6월이면 뮤지컬 공연을 무대 위에 올리는마인츠 대학 뮤지컬 공연단(Musical Inc)이 바로 그들이다.

 

경쟁 가득한 대학을 문화예술이 충만한 공간으로

 

지난 19년 동안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편의 공연을 무대 위에 올린다는 것은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고통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2011년 11월, 작품 선정 후 숨가쁘게 캐스팅에 들어가 본격적인 연습이 같은 달 말부터 시작된 후 6개월이 지났다. 처음 선정된 배우 목록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캐스팅에 참가한 인원만 총 125명에 달했고 배역을 따낸 참가자들 중 그 사이 그만둔 참가자들도 있고 다시 참여의사를 밝힌 참가자들도 생겼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캐스팅을 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배우 모두가 정해진 연습시간에 참여하기도 힘들다. 더군다나 연출, 무대장치, 음악, 예술 팀 등, 뮤지컬에 참여하는 세부 팀만해도 8팀이 넘는다.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마추어 배우들과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공연 팀의 열정도 잊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뮤지컬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참가자들은 엄청난 연습량과 고된 그룹활동에 동참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참가자들이 받게 되는 것은 무대 위에서 관객들이 보내 줄 박수와 환호밖에 없는 셈이다. 들인 시간에 대한 경제적인 보상도 없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게 유지되어 오고 있는 뮤지컬 팀 운영의 비결은 무엇인가?

참가자들과 운영위원회 관계자들은 딱 잘라 “참가자들의 순수한 관심과 열정”이라고 대답한다. “대학은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서로 어울려 생활하는 공간”이라고 하면서 “문화활동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주어지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손쉬운 취미활동“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필자는 궁금해졌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일한 시간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엄격한 독일에서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무보수로 반년이상을 참여한다는 것이 의아한 일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보다 싱거웠다. “좋아서 지원했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일인 탓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참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런 활동에 금전적인 가치를 매기기가 힘들고 관객들의 박수로 충분하다”는 것. 참으로 똑 부러지는 대답에 슬쩍 머쓱해졌다.

 

 

100년 전 작품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현하다

 

개인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는, 새로운 교육

 

다음 달 6월 2일을 시작으로 총 10회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마인츠 뮤지컬단이 준비한 공연은 “Frühlings Erwachen(Spring Awakening)”으로 독일작가 프랑크 베데킨트(Frank Wedekind)의 작품을 뮤지컬화 한 것이다. 1891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1906년 11월 20일 베를린에서 첫 연극공연을 올린 바 있고, 이미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검증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1800년대 말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사춘기에 접어든 몇몇의 소년들의 불안정한 심리상태 속 성에 대한 관심과 당시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사회와의 충돌에 대해 그리고 있다.

이미 100년도 더 된 작품에 2012년의 감각을 더해 뮤지컬로 재현할 공연 팀 연습에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배우들의 연기와 춤, 조명, 음악 이 모두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뮤지컬 공연에서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모든 그룹활동이 그렇지만 공연을 2주 앞둔 지금도 문제는 있다. 학교가 학기 중인 상황에서 실제 공연이 열린 공간을 매번 확보해 연습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털어놓는다. 밴드와 조명이 모두 갖춰진 상황에서 반복해 공연 전까지 연습해야 하는데 장소확보가 힘들어 모든 시스템을 맞추어서 연습할 수 있는 것은 불과 공연 전 2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연을 목전에 두고 배우들 간의 긴장도도 따라서 더 커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 캐스팅에 참여했던 참가자들과 연출부의 열정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20년이 넘어 이어 온 학생들의 열정은 실질적으로 공연을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다. 시간이 흐르고 운영진도 바뀌었지만 그래도 기꺼이 자신들의 시간을 투자해 참여하고 싶어하는 참가자들이 있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활동에는 물론 지원자금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 오히려 참가자들이 단순한 호기심과 열정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는 점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 2부 원고(6월 게재)에서 주연배우 인터뷰와 연습과정이야기가 계속됩니다.

 

글_ 성경숙 독일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