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으로의 대학을 꿈꾸다! 20년 전통의 마인츠뮤지컬단(2부)


한껏 부푼 기대감을 추스리며 공개연습 현장이 있는 곳을 찾았다. 주연 배우의 초대로 공개 연습에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드디어 건물 앞. 늘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았던 대강당 세미나 실 앞이지만 오늘만은 감회가 새롭다. 이곳에서 뮤지컬이라, 조금 낯설다. 무거운 문을 밀고 들어서니 교수의 독무대인 강연대 위에 20-30명의 학생배우들이 연습에 들어가기 전 몸풀기에 한창이다. ‘저곳이 원래 저렇게 넓은 공간이었나?’ 하며 관객석을 보니 연습 현장을 참관 온 학생들로 좌석이 절반이나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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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라는 경계가 사라진 배우와 관객들
서둘러 주연 배우를 찾느라 분주한 내 시선 속에 슈테판(Stefan)의 손짓 신호가 들어왔다. 저녁 7시 30부터 시작된 연습이 고됐는지 많이 피곤해 보였다. 대여섯 명을 올리는 무대가 아닌 40명에 가까운 배우들과 악단 그리고 조명 팀이 함께 손발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더군다나 평소에 강의실로 사용하는 곳이라 본 공연 전 연습이 가능한 시간이나 기회는 몇 번 없다. 그래서 동선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뮤지컬 제작진은 털어놓는다. 이날 있었던 공개 연습은 평소보다 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뮤지컬 첫 장면을 볼 수 있게 됐다. 엄마와 딸의 대화로 시작하는 첫 장면은 신선했다. 그리고 뒤를 이은 군중 장면은 장엄하게 느껴졌다. 장르로 따지자면 “드라마”에 속하는 이번 뮤지컬 원작은, 기관이 경제적으로 저작권료를 부담할 수 있는 범위 안의 몇몇 작품들 중에서 출연배우들과 제작진들이 가장 많이 선호한 작품이었다. 어느새 같은 장면이 다섯 번 이상 반복되고 있다. 연출 팀은 집요했다. “될 때까지”, “다시”라는 말에 본 공연 한 달 전이라는 시간적인 압박에 시달리는 배우들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다시 반복되는 장면들은 매번 달랐다. 하나의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완성해 나가는 것 같았다.

관객들의 반응도 무대 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대 위의 배우는 아니지만 그들의 친구이자 가족들일 것이다. 무대 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 연출부의 지시 하나하나에 배우 못지 않게 귀를 쫑긋 세운다. 무대 위에서 동선 연습에 한창이던 한 배우가 그만 실수로 엉덩방아를 찧자, 와아~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마추어 배우들과 관객과의 거리는 물리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그만큼이나 가까이 있었다.

아마추어 배우, 프로의 열정을 불태우다

사실 뮤지컬 공연뿐만 아니라 다른 공연들도 마찬가지지만 관객들을 대상으로 공개 연습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는 물론 그 누구에게는 본 공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는 덜 익은 공연 모습에 그 나마 있던 관심마저 거두게 하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 공연을 한 달 앞 둔 시점에서 열린 공개 연습이었기 때문에 많은 부분 정리되고 완성되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초반 연습부분을 보고 나서 이제 한달 남았는데 공연이 가능할까?’ 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주연 배우와 제작진은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알고 보니 앞으로 한달 간 “죽음의 연습 스케줄”이 짜여있었던 것이다. 주연배우들의 경우 거의 매일 연습계획이 세워져 있었고 밴드와의 합동연습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누구나 열정만 있으면 배우가 될 수 있는 무대, 지금까지의 20년처럼 앞으로의 20년 동안 동일한 모습으로 한결같이 뮤지컬 공연을 만들어 나갈 미래의 배우이자 연출자들이 바로 이날 공개 연습에 찾아온 관객석에 있었다. 문화는 최고만을 기억하는 전문화된 영역만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규정지어 버리는 것이 얼마나 많은 미래의 실력 있는 예술가들이 설 무대를 줄이게 되는 것인지에 주목해야 한다. 최고가 아니어도 함께 즐기는 데는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다. 원래 문화는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잘하고 못하는 순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모두가 즐거운 것, 그렇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유쾌한 것, 바로 그런 것이다.

Q. 이번 무대에 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작년 공연에서 작은 역할로 뮤지컬 공연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원래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업 배우가 되는 것은 많은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각오가 필요하다. 그래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로 진로를 바꿨다. 이번 공연참여는 순전히 취미로 시작하게 된 일이다. 11월 초에 꼬박 하루 동안 공개 캐스팅이 있었다. 이미 공연경험이 있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는데, 구체적인 캐스팅 내용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채 즉흥 연기 형태로 진행되었다.

Q. 주연 배우 역할을 맡았는데, 캐스팅 이유가 궁금하다.
A.캐스팅 후 알게 되었는데, 즉흥 연기 시 감정의 몰입도가 높았다고 들었다(웃음).

Q. 총 출연배우는 몇 명인가.
A.약 40명 정도다. 주연 배우는 총 3명은 각각 더블 캐스팅됐다.

Q. 지금까지 일정이 궁금하다.
A.11월 초에 캐스팅이 된 후 중순 경에 첫 연습이 시작됐다. 월요일과 목요일은 연습 날로 확정되어 있었고 필요에 따라 화요일과 금요일에도 추가적으로 연습일정이 이었다. 적어도 한 달에 한번 주말에는 연습모임을 가졌다.

Q.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방학과 학기 중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부담감이 가장 힘들었다. 사실 학생들도 정말 바쁘다. 공부와 밀린 집안 일 그리고 독립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일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하는데 거기에 뮤지컬 연습까지 하려면 시간적으로 부담이 많다. 그래서 초반에는 배우 리스트에 변화가 있기도 했다. 스스로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었고 반대로 다시 참여한 사람들이 생기면서 지금의 라인업이 확정된 것이다.

Q. 그처럼 많은 희생이 필요한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A.물론이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많은 노력을 투자한 만큼 얻는 것도 많다. 물론 사전에 개인 스케줄에 대한 철저한 점검은 꼭 필요하다.

Q. 본 공연은 아마추어가 만드는 유료 공연인데, 관객이 이 공연을 꼭 봐야 할 이유가 있는가.
A.전문 배우들의 공연이 물론 더 훌륭하고 볼거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공연에 참여한 우리들은 그들보다 더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지난 반년간 쏟은 노력과 열정만큼은 그 어떤 전문배우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글_성경숙 독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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