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필자가 직접 찾아가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의 문” 프로그램을 즐기고 온 곳은 파리에서 약 17km쯤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포르-로와이얄 박물관(Musee de Port-Royal des Champs)이다.
13세기 초에 건립된 유명한 수도원을 중심으로 학교와 곡식 창고 등 주변에 몇몇 건물을 합해 세워진 포르-로와이얄 박물관 주위에는 숲이 우거져 있고 들판이 펼쳐져 있어 아이들의 야외 활동에 더없이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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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로와이얄 박물관에 “시간의 문” 사업 협력관인 클라라 씨와 약속이 된 날 아침 10시. 박물관 앞에 버스가 하나 둘씩 도착하더니 아이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자연 속에 놓여져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이리 저리 뛰고 있었고, 그들을 하루 종일 인솔하시기 위해 함께 오신 여러 복지 기관, 시청, 어린이 집 종사자 분들은 아이들의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쓰시면서도 은근히 아이들 못지않게 하루 동안 있을 “시간의 문” 프로그램에 기대를 하고 있는 눈치였다.
드디어 팀 별로 시간간격을 두어 박물관 입장이 시작되고,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난 얼굴로 박물관 문을 향해 뛰어가다시피 한다. 그러나 문을 통과하기 바로 직전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한 아가씨. 그녀는 매우 이상한 행동들을 하며 자신이 “시간의 문”을 발견했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 “시간의 문”을 통과하면 아주 옛날 옛적 과거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그녀의 얘기는 바로 박물관의 문이 그 시간의 문이라는 것.
그녀는 그 문을 통과해 과거로 가기 위해서는 문을 통과하기 전에 자기가 하는 대로 춤을 추어야 한다고 넌지시 말해 주더니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바탕 신나게 춤을 춘 아이들은 어느새 박물관 문을 통과하여 드넓은 박물관 안에 자연이 인도하는 길을 걷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는 순간 어디선가 또 불쑥 튀어나온 한 아저씨. 그는 이상한 차림으로 아무런 말 없이 한참을 아이들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여기저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한 아이의 모자를 벗기면서 그 아이에게 하는 말 “이것이 대체 무엇인가? 모자가 뭐 이렇게 생겼담? 모자 위에 뭐라고 써있네. 아……디…다…스…. 아~ 당신의 이름이 아디다스인가 보오! 옷차림도 참 괴상도 하지…… 요즘 이 곳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자주 출현한다더니 당신들도 그 일행들인가 보오. 참 신기하기도 하지…… 연구 가치가 충분히 있겠는걸!”
그는 다름 아닌 프랑스의 수학자ㆍ물리학자ㆍ철학자ㆍ종교 사상가 ‘블레즈 파스칼’. 유고집 <팡세>와 수학에서 <파스칼의 정리>로 유명한 그는 현재는 17세기이고 수녀로 있는 그의 여동생을 방문하러 이 곳 포르-로와이얄 수도원에 왔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이 날 아침 내내 파스칼 씨 이후에도 17세기의 여러 인물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도원 생활 이야기를 들려준 파스칼 씨의 여동생 쟈클린 수녀님, 길 안내를 해 주신 백작 부인, 시를 읊는 음유시인, 여러 물체들을 이용해서 소리를 연구하시는 악기 발명가, 중세시대에 집 짓는 방법과 돌을 다루는 법을 알려 주신 두 분의 석공 아저씨 등등. 아이들은 그들의 옛날식 의상과 말투,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17세기 시대 생활 이야기에 매우 신기한 듯 숨소리도 내지 않고 그들을 경청하였다.
오전 시간은 이렇게 연극을 통한 이 곳에 얽힌 역사 이야기와 함께17세기 과거 여행을 한 후 이 곳을 서커스 예술로 표현한 전문 서커스 단체의 흥미로운 공연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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