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문화예술의 놀이터가 된 뮌헨

 

유서 깊은 문화도시 뮌헨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미술관 지구는 ‘알테 피나코텍’, ‘노이에 피나코텍’, ‘팔레 피나코텍’, ‘나코텍 데 모데르네’라 이름 붙여진 4개의 피나코텍 미술관 지구이다. 특히 알테 피나코텍(Alte Pinakothek)은 바바리아의 유명한 왕 루드비히 1세의 개인 미술관이었는데, 다양한 걸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미술관 건물은 베네치아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져 위용과 웅장함을 자랑한다.
그러한 알테 피나코텍이 고풍스러움 대신 신나는 문화예술교육 행사를 마련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들이 짤막하게나마 프랑스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직접 프랑스 그림을 보면서 프랑스어 배우기’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왕 두어 시간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는 거라면, 아이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유명 화가의 그림 제목이나 회화 사조를 접하게 할 방법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다.
피나코텍 미술관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상천외한 청소년 예술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두 달 동안 열리는 이 프로젝트는 4개의 미술관 지구 내 건축물과 조각품들을 기어오르고 뛰어오르고 들어가볼 수 있는 거리 스포츠 스트리트 러닝(street running, 건물과 건물, 옥상, 계단 사이들을 뛰어넘어 다니는 일종의 익스트림 스포츠)과 예술을 결합한 것이다.
미술관 건물에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몸의 움직임을 더해 보는 프로젝트는 움직이지 않는 물체인 예술 작품과 청소년의 움직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살피는 실험적 예술 행위로, 모든 움직임을 사진 등으로 기록한 후에 따로 전시한다. 미술관의 이러한 결정은 많은 뮌헨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을 불러 모으고,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님펜부르그 성안에 위치한 식물원은 여름 방학을 맞아 매우 분주하다. 식물원이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문화예술교육에 동참해 매일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활동적인 여름, 가만히 앉아서 괴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국적인 꽃들과 식물이 만발한 야외 정원에서 괴테가 특별히 대했거나 그의 작품 속에 등장했던 식물을 직접 보고 향기를 맡는다면, 어려운 괴테도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
이 식물원에서는 ‘정원사로서의 괴테’ 및 ‘모네와 고흐’ 등의 회화 가운데 식물 그림만 특별히 골라 ‘모네와 고흐처럼 똑같이 그림 그리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미술관이 아닌 곳에서도 작은 규모의 문화예술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검소하기로 유명한 독일 가정 대부분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경제 관념을 갖고 생활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교육하고 있다. 뮌헨에서는 여름 방학마다 ‘휴가 때면 사고 싶고 하고 싶은 것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프로그램 없을까?’ 하는 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어린이 벼룩시장’이 개최된다. 실제 어른들의 벼룩시장 옆에서는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자신들이 입던 헌 옷, 오래된 장난감, 인형, 헌 책 등을 팔 수 있다.
벼룩시장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뮌헨 시에서 간단한 문화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벼룩시장 참가 어린이들은 줄넘기와 같은 간단한 것들부터 바디 또는 페이스 페인팅, 미니 축구, 어린이 바 같은 프로그램에 무료로 동참할 수 있다.
몇 시간 동안 가게 주인이 되어 보는 어린이 벼룩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제관념을 익힐 수 있어 좋다. 벼룩시장에 대한 어린이들의 열띤 호응은 병행되는 작은 문화 체험들이 무언가를 배울 때 큰 동기와 수단이 되어 줄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루하기 쉬운 클래식을 자전거를 타며 함께 할 수 있다면 어려운 음악도 신나지 않을까? 모차르트의 생가인 오스트리아의 잘즈부르크에서부터 고향을 떠나 머무르며 작곡을 한 바싸부르크까지, 모차르트의 자취를 따라 자전거로 달리며 콘서트와 박물관을 견학하는 것이 ‘모차르트 길 자전거 여행’이란 프로그램이다. 자동차나 버스로 가서 박물관만 보고 오는 것보다는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그 길을 달리면 모차르트도, 그의 음악도 더 잘 이해하고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3일에서 7일까지도 진행되는 자전거 음악 여행은 ‘자연과 문화’, ‘음악과 건강’을 골고루 챙기는 다기능 프로그램으로 이미 유명한 명물 여행이 되었다.
 
지금까지 ‘여름은 문화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점을 최대한 살리고자 힘쓴 뮌헨의 청소년 프로그램들을 두루 살펴보았는데, 창조적인 문화 교육을 위해 ‘문화교육’이란 키워드로 다양한 기관들이 힘을 모으고 있었다.
무엇보다 돋보인 점은 미술관과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경제나 언어 등 학습의 효과를 위해 문화가 가진 힘과 가능성이 얼마나 큰 것인지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수학도 언어도 과학도 스포츠도, 다양한 분야는 모두 문화라는 이름으로 창조적 만남이 가능하다. 그러한 만남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가능성과 잠재력을 찾을 기회가 많아지기를, 미술관과 학교에서 행해지는 문화예술교육의 울타리를 벗어나 영역을 더 넓혀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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