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영국 웨일즈 무용단 다이버전스(Diversions)의 여름학교 프로그램

[영국] 영국 웨일즈 무용단 다이버전스(Diversions)의 여름학교 프로그램

다이버전스(Diversions)는 영국 웨일즈에 있는 현대 무용단이다. 지난 1983년에 스코틀랜드 발레단 출신인 로이 캠벨무어(Roy Campbell-Moore)가 웨일즈 예술위원회(Arts Council of Wales)의 후원을 받아 창단했다. 창단 당시 캠벨무어 단장이 세운 원칙은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캠벨무어 단장은 이 원칙을 자신만의 ‘사람철학(people philosophy)’이라고 강조했다.
“무용단의 시간을 정확히 50 대 50으로 나눌 때, 50은 높은 수준의 예술을 완성하는 것이고 다른 50은 지역사회 기여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가령 순회공연 중에 어떤 도시에서 2회 공연을 한다고 하면 어김없이 두 번에 걸쳐 워크숍을 엽니다. 그 도시의 예비 무용가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죠.”
다이버전스가 정의하는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무용단과 무용수 개개인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캠벨무어 단장의 답은 단순하고도 명쾌했다.
“무용수들이 지역민들에게 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단원 모두가 자신이 얼마나 특혜 받은 사람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여름학교는 오디션을 통해 40명 정도의 청소년을 선발한다. 춤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 기본 기량이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다이버전스가 진행하는 다른 교육 프로그램과 달리 여름학교는 전문 무용수와 안무가가 전담운영한다. 미래의 무용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무용강습은 물론 의상과 메이크업 준비 등 무대에 서는 전 과정을 전문 무용단에서 하는 것과 똑같이 체험하게 한다. 전문 무용수가 되고 싶은 청소년들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 이 여름학교의 목표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진행해 온 여름학교는 다이버전스가 주도하는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캠벨무어 단장은 프로그램의 큰 틀인 ‘다단계 방식’을 나타내는 피라미드를 그려주었다.

먼저 피라미드의 맨 아래는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인데 한 해 4, 5천 명의 학생이 참여한다. 그 다음 단계가 부활절 방학 코스로 13세부터 21세까지 학생 80명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중 ‘흔들고 소리치기(Shake & Shout)’라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은 정원이 40명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그 위 단계가 앞에서 소개한 여름학교로 오디션을 거쳐 매년 40명 미만의 청소년이 참여한다. 여름학교 참가자 중 15명이 그 다음 단계인 다이버전스 준회원(14~19세)으로 선발된다. 이 단계는 주로 테크닉을 마스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매주 일요일에 집중훈련을 받는다. 15명 중 5명이 견습생으로 선발되고 그 과정을 마치면 최종단계로 다이버전스에서 전문 무용수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진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맨 위로 올라간 사람은 다시 단계별로 내려오면서 후배 무용수들을 가르쳐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원칙은 누구도 어느 한 단계라도 건너뛸 수 없다는 것이니 말 그대로 이상적이다. 다이버전스의 무용교육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구체적인가를 알 수 있었다.

 

다이버전스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는 어떨까.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입장이라 갈등이 아예 없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캠벨무어 단장이 말하는 가장 큰 고충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거나 관청에서 단체 운영에 개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원은 해주되 실무는 전문가에게 완전히 일임을 했으면 하는 게 다이버전스의 바람이건만 그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예술위원회의 활동을 포함해서 영국의 문화예술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캠벨무어 단장은 영국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온 가족이 호주로 이주해 그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정규교육을 마치고 평범한 엔지니어의 길을 걷던 중 우연히 접한 발레 공연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 놓았다. 그 길로 일을 그만 두고 당장 고향인 스코틀랜드로 돌아가 발레를 시작했다. 그 때가 무용을 시작하기에는 매우 늦은 스물 다섯 살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소위 고급문화는 중상류층만의 특권이었기 때문에 그런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성인이 되어서야 처음 접한 것이었다.
캠벨무어 단장이 청소년 무용교육에 그토록 열정적인 것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누구나 공평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그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청소년과 일반인에게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영국 웨일즈 무용단 다이버전스의 고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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