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힘을 배태하는 프랑스 박물관의 무료개방 정책

문화의 힘을 배태하는 프랑스 박물관의 무료개방 정책

글_노철환(아르떼 프랑스 통신원)

루브르 입장료가 공짜?
프랑스 파리에 가면, 미술에 깊은 관심이 없는 이라도 꼭 한 번쯤 들렀다 가는 곳이 있다. 소설 『다빈치 코드』를 통해 한결 유명해진 루브르(Louvre) 박물관1)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가 「모나리자」를 만나기 위해 루브르의 매표소에 지불해야할 입장료는 13유로 혹은 8.5유로이다2). 1유로를 대략 1,260원으로 계산할 때, 우리 돈 약 1만원에서 1만 6천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러나 루브르의 수많은 소장품들은 금새 본전 생각을 잊게 한다. 호기 있게 첫발을 디딘 관람객들 대다수는 마지막 방에 이르기 전에 지쳐 주저앉기 십상이다. 세계 3대 박물관이라는 루브르의 위용은 결코 허명(虛名)이 아니다.
입장료가 아무리 제값을 해도,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귀가 솔깃하다. 먼저 26살이 안 된 젊은이라면, 밤 9시 45분까지 연장 전시하는 금요일 오후 6시부터 무료입장을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같은 또래의 예술학도라면, 1년 동안 유효한 무료입장 카드(le laissez-passer)를 발급받을 수도 있다. 매년 챙겨 먹은 떡국 그릇의 숫자가 26개를 훨씬 넘어선 이들에게도 무료 관람의 기회는 있다. 루브르의 문은 1년에 약 13번 정도 모두에게 활짝 열린다.
무료 관람 기회의 첫 번째는 종전 기념일인 7월 14일에 주어진다. 이날은 프랑스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낮에는 박물관 공짜 입장, 밤에는 불꽃놀이를 즐기게 해준다. 또 하나의 기회는 달마다 우리를 찾아온다. 바로 매달 첫 번째 일요일이다.

루브르 미술관 전경, 프랑스 박물관의 무료입장 정책은 다음 세대의 자국
문화에의 관심을 유도하고 문화적 자존심을 배태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이다.

무료개방의 효과들
루브르는 지금부터 10년 전인 1996년 1월부터, 매달 첫 번째 일요일에 입장료의 문턱을 치워놓고 관람객들을 반기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 위치한 거의 모든 국립 박물관들 역시 같은 날, 경제적인 이유로 예술을 향유할 수 없었던 이들을 위해 무료입장 기회를 제공한다. 첫 번째 일요일 무료입장 정책이 실시된 2년 후, 이에 대한 효과를 조사한 연구서가 발표되었다. 클로드 푸르토(Claude Fourteau)가 작성한「1996년과 1997년, 루브르의 일요일 무료 개방에 대한 효과들3)」이 그것이다. 위 조사에 따르면, 루브르의 경우 무료입장 정책 실시 이후 2년 동안 일요일 관람객 수가 약 70% 증가했다고 한다. 평소 일요일 루브르를 찾은 평균 관람객은 17,300명이었는데, 무료입장이 실시된 매달 첫 번째 일요일 평균 관람객 숫자는 29,140명에 이르렀다.

푸르토는 무료입장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가 외국인 관광객이 아닌 프랑스 인이었다고 말한다. 공짜 개방일 루브르를 찾은 관람객의 59%가 프랑스인이었는데, 이는 평소 같은 기간의 37%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특히 프랑스인 관람객 중 44%가 “무료 개방이 아니었다면 루브르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답해, 공짜를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임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과 가족 단위의 방문이 많았다고 하는데, 18세에서 25세 사이 관람객들의 증가폭은 3.5배로서 프랑스 인구 전체 증가세인 2.7배를 훨씬 웃돌고 있다. 또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증가도 눈에 띄었는데, 파리 사람의 가족 단위 관람 증가율은 20~27%, 파리 외곽(la banlieue parisienne) 지역 가족의 관람 증가율은 23-34%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즉 프랑스의 박물관들은 젊은 관람객들에게는 문화 향유의 장이,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는 주말 한나절의 나들이 장이 된 셈이다.

어린이와 가족 중심으로 이끌어간다

‘박물관들의 봄’ 행사 포스터
프랑스 정부는 박물관의 일요일 무료 개방을 어린이의 예술 및 역사 교육의 장르로 확대시키고자 했다. 작년 5월 2일에서 31일까지 펼쳐진 ‘부모님을 박물관에 모시고가요(Emmene tes parents aux musees)’행사가 그 좋은 사례이다.
프랑스는 1999년부터 매년 5월‘박물관들의 봄(le printemps des musees)’이라는 행사를 마련했다4). 2004년의 경우, 프랑스 내의 1140여개 박물관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31개국의 800개 이상 박물관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2004년 ‘박물관들의 봄’의 주제는 ‘역사, 이야기들(histoire, histoires)’이었다. 각 박물관들이 소유하고 있는 작품들의 역사와 이야기 거리를 담은 정보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한 행사였다. 2004년 5월 내내 이루어진 ‘부모님을 박물관에 모시고가요’는 ‘박물관들의 봄’의 내부 행사로 진행되었다. 이 행사는 크게 세 가지 부문으로 진행되었다.
첫째는 4월 초부터 이루어진 국립 및 각 지역 미술관들의 홍보이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1학년과 5학년 정도에 해당하는 CP와 CM2 학년5)학생, 약 40만 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 홍보는 박물관을 향한 어린이들의 호기심 자극을 목표로 했다. 둘째는 초대권 발급이다. 어린이 1명과 어른 2명이 사용할 수 있는 초대권을 발급해 박물관의 방문을 종용했다. 셋째는 박물관들의 준비이다. 이 행사에 참여한 약 500여개의 프랑스 박물관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자료를 작성해 학교에 우선적으로 배포하는 한편, 박물관에 비치해 관람객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로 인해 어린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가고 싶은 거주지 근처의 박물관과 소장 작품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질 수 있었다. 프랑스 박물관국(DMF : la Direction des musees de France)은 “이는 어린이들이 가족들을 이끄는 역할 놀이와 같은 겁니다. 스스로 박물관을 찾지 않는 어른들을 어린 관람객들이 이끄는 상징적인 의미가 중요한 거죠”라고 그 의미를 밝혔다.

다음 세대까지 고려하는 문화예술교육정책
박물관 무료 개방과 연관한 이러한 프랑스의 정책은 우리에게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준다. 하나는 문화에 대한 자존심은 지식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프랑스인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존심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그들의 문화에 대한 자존심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자국 문화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홍보와 교육 정책의 정도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박물관 무료 개방과 이를 차세대 교육에 연결시키는 프랑스 문화 교육 정책은 ‘교육백년대계(敎育百年大計)’라는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
또 하나는 지역 사회와 문화의 연결점이다. 파리는 프랑스의 정치 문화 사회적 구심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이 가지고 있는 파리에 대한 자긍심만큼, 지방인들의 소외와 거부감 역시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프랑스 정부는 정책적으로 지방 사회의 문화 향유를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리비에 도나(Olivier Donnat)는6)프랑스인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조사를 행했는데, 그에 따르면 1997년 관람객의 58%가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 안에 위치한 박물관을 찾았다고 한다. 즉 관람객 자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문화적 유산에 실질적인 관심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박물관들의 봄’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무료 관람과 초대 행사는 잠재적 관람객이 거주하는 해당 지역의 박물관을 중심으로 해서 프랑스 전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 루브르 한 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무료입장 금액을 한 번 계산해 보자. 18세 이상의 유료 관람객을 약 2만 명으로 추산하고, 그들의 평균 관람료를 8유로로 잡아본다. 추정 금액이 16만 유로, 1년이면 우리 돈으로 24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를 전국에 있는 국립 박물관으로 확장해 계산하면 그 금액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이익은 단순한 돈의 수치를 훌쩍 뛰어 넘는다. 문화유산에 대한 해외 홍보와 이미지 재고는 부차적인 것이다. 프랑스가 추진하는 무료 개방 정책이 ‘자신의 것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고, 이것이 문화적 자존심으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다.

1)프랑스어 ‘Musee’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본문에서 ‘Musee’의 규모와 주제에 대한 필자의 견해에 따라 전반적으로 ‘박물관’을 사용하고 때때로 ‘미술관’을 혼용하기로 한다.
2)이는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정상 입장료이다. 영구전시물 혹은 특별 전시회를 관람할 때는 8.5유로, 둘 다 관람하고자 할 때는 13유로를 지불해야한다(루브르의 입장권 한 장으로 국립 들라크루아 미술관(le musee Eugene-Delacroix)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그러나 들라크루아의 유화는 들라크루아 미술관보다 루브르에 더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18세 미만의 청소년, 실업자, 장애우와 동반자, 예술관련 선생님들은 공짜로 입장가능하다.
3)Claude Fourteau, “Les effets de la gratuite du dimanche au Louvre, annees 1996 et 1997“, La Lettre de l’OCIM n°59, 1998.
4)프랑스에서 이 행사는 2005년 ‘박물관들의 밤(la nuit des musees)’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행사의 내용은 5월 14일(토) 늦은 밤까지 박물관들을 무료 개방하는 것이었다. 반면,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박물관들의 봄’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기간 행사를 치룬 것으로 보인다.
5)프랑스의 초등학교는 5년제이다. 1학년부터 5학년의 명칭을 차례대로 나열하면, CP, CE1, CE2, CM1, CM2이다.
6)Olivier Donnat, Les pratiques culturelles des Francais, La Documentation Francaise, 1998.

노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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