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뛰어넘는다!
아이들과 함께한 예술꽃씨앗학교 연주여행기
우리 대포초등학교는 그 이름도 자랑스러운 예술꽃씨앗학교입니다.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이 부족한 전국 농어촌지역의 학교를 대상으로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문화예술교육 선도학교입니다. 전문분야는 국악관현악으로 학생수는 62명밖에 되지 않지만 전국 어느 학교와 비교해도 차별화되고 개성이 강한 학교입니다. 그런데 올해 초 이 특별한 학교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예술꽃씨앗학교 업무를 덜컥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20대의 신규교사… 부담이 많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나는 교대 재학 경험을 제외하고는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을 한번도 입지 못한 강원도 시골출신입니다. 담당교사로서 내가 가진 장점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나의 어릴적 열악했던 문화예술교육 환경을 떠올리며 우리 아이들이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음악적 지식은 많은 자문과 조언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내 결론은 다양한 경험이었습니다. 미래에 우리학교 출신의 위대한 음악가가 배출되는 것도 자랑스럽겠지만, 초등학교 시절 국악관현악과 전통문화 등 문화예술 관련한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통해 문화예술을 즐길 줄 알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우리학교는 평소에도 교내 음악회나 속초양양지역 문화예술축제 참가 등 공연경험이 많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예술강사 발대식 공연에 참가하기도 했고요. 때문에 아이들의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아이들이 가진 재주를 가지고 해외공연과 문화교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우리들의 예술꽃씨앗학교 국제문화교류체험학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름 한 번 거창하죠?
대포초등학교 아이들의 문화예술 여행기
2010년 7월 6일(화) 12시 40분, 양양공항을 출발하며 대포초등학교 5, 6학년 아이들의 4박 5일 간의 여정은 시작되었습니다. 심양공항에 도착해 침대칸 기차를 타고 14시간을 걸려 연길도착! 피곤할 만도 했지만 비행기도 처음, 기차도 처음, 게다가 침대가 딸린 기차를 타고 이동해서 그런지 아이들에게는 설레임과 기대감이 더 커 보였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예술꽃씨앗학교 학생으로써 공연을 하러 가는 거야’라는 생각 때문인지 은근한 자부심도 보입니다. 7일 아침,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도인 연길에 도착해 밥을 먹고 최종 목적지인 훈춘시로 향했습니다. 훈춘시는 연변조선족자치주 도시의 하나로 인구가 25만 중 조선족 동포들의 절반 이상 살고 있는 도시로써 우리 학교가 소재한 속초시의 자매도시기도 합니다.
7일 오후, 제1실험소학교 교직원들과 학생들의 열렬한(그들식 표현입니다!) 환영 속에 학교에 도착해 악기를 세팅하고 연습을 했습니다. 처음과는 달리 어색함과 긴장 때문인지 우리 까불이들이 조금 얌전해졌습니다.
제1실험소학교는 훈춘에 소재한 우리말과 글을 사용해 교육을 하고 있는 조선족학교로써 학생수 1800명의 상당한 규모입니다. 8일 아침, 아침으로 밥을 배불리 먹고 아이들은 학교로 향했습니다. 환영인사와 기념품 증정 등의 행사에 이어 먼저 우리 대포초등학교 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리랑, 도라지 타령, 쾌지나 칭칭나네에 이어 관현악으로 편곡한 산도깨비, 신뱃놀이를 연주했습니다. 약간의 노래도 더해 25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우리 공연이 끝나고 소학교 측 아이들의 공연이 뒤를 이었고요. 노래를 부르며 하는 전통무용과 소고춤이었는데 1800명중에서 잘하는 아이들로 뽑힌 것인지 정말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사실, 공연 전에 우리 아이들의 공연이 주가 되기보다는 서로의 재주를 보여주는 자리를 갖고 함께하고 싶었는데, 잘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함께하는 국악관현악 교실’을 통해 우리들이 가진 재주를 그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시간이 채 안 되는 수업을 통해 배운 소학교 아이들의 장구장단 지휘와 악기연주에 맞추어 양교 아이들이 함께 부르는 아리랑은 비록 서툴렀지만 감동이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이 서로 가르쳐주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둘 다 훌륭한 재주를 보여준 것이 사실입니다만 양국 아이들 간에 보이는 차이도 많았습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고 편안했지만 무대 매너 등 어딘가 모르게 서툰 면도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는 5, 6학년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그네들은 선발된 아이들이었지만 소학교 아이들은 너무 잘한다고 생각할 정도의 완벽한 움직임과 무대매너를 보여주었습니다. 과장을 보태자면 모 방송사 프로그램인 ‘○○킹’에 나가도 되겠다는 생각도 할 정도였지만 이에 더해 아이들이 너무 훈련 받은 느낌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학교 아이들의 공연을 본 후 우리 아이들의 눈빛과 자세가 달라졌다면 감이 오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긴 그 자극 덕분에 그날 저녁 있었던 가요제 개막공연에서 더 잘 할 수 있었습니다. 각기 장단점이 있겠지만 우리의 장점이자 그네들의 단점이라 한다면 짧은 관찰이었지만 아마도 즉흥적인 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짧은 만남이라 아쉬움이 컸지만 다행이 끝은 아닙니다. 가을에 속초지역축제인 설악문화제에 소학교 학생들이 초청될 예정이라 아쉬움은 그 때 달래야겠습니다.
그날 야간에 있었던 제11회 훈춘시 국제가요제 개막공연도 성공적으로 잘 마쳤습니다. 가요제의 분위기는 우리나라의 전국노래자랑보다 조금 세련된 느낌이라 할까요? 아이들을 위해 시내로 나가 간신히 화장품을 구입해 분장까지 해야 했지만, 연주를 마친 후 바라본 아이들의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은 그동안의 어려움을 잊게 했습니다. 이동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한 4박 5일의 일정 때문에 아쉬움이 컸고 선례가 없던 일이라 담당자로서 준비와 진행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예술꽃씨앗학교 국제문화교류체험학습도 좋은 문화예술교육이다라고 확신을 가지고 추진했습니다. 다만 화려함과 보여주기 위한 교육을 늘 경계하며, 우리 아이들의 인생에 무엇보다 큰 경험이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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