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다문화 사회를 함께 배워요

 

지난 10월 14일 독일인 미르야 말레츠키 씨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다문화 강사 양성과정 1기생인 김기동·유티미하 선생이 서울 도봉구 창도초등학교를 방문해 문화의 다양성과 차이에 대해 설명하는 다문화 교육을 실시했다. 올해로 한국생활 5년째인 미르야 말레츠키는 그동안의 경험담을 통해 한국에서 살면서 알게 문화의 차이점을 설명했고, 김기동 강사는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와 베트남의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또 베트남 출신인 유티미하 강사는 베트남 전통모자 ‘논라’를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체험수업을 진행했다.

미수다로 익숙한 미르야, 다문화 강사로 나서다

 

“와~~~”

 

아이들의 커다란 함성 소리로 5학년 4반 교실이 떠나갈 듯하다. “5학년 4반 우리 반 최고!”란 구호를 한목소리로 씩씩하게 외치던 서울 창도초등학교 5학년 4반 학생들이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친숙한 얼굴 미르야 말레츠키(Mirja Maletzki) 씨와 김기동 다문화강사,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입은 유티미하 다문화강사가 교실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을 지르며 열렬히 환호한다.

 

김보미 담임선생이 다문화 교육을 위해 교실을 찾은 손님을 한 분 한 분 소개를 마치가 아이들은 이내 의젓한 모습으로 ‘안녕하세요!’라고 공손히 인사를 한다.

 

먼저 올해로 한국생활 5년째인 독일인 미르야 말레츠키 씨가 한국에서 살면서 알게 된 문화의 차이점을 경험담에 비춰 설명했다. 그녀는 원래 일본에 가고 싶었는데 지도교수가 한국이 여러 가지 발전하고 있어 한국어 하는 사람이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조언을 해서 한국어번역과를 다녔고, 장학금을 받아 자연스럽게 한국에 오게 됐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독일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우리’라는 개념을 꼽는다. 한국에 처음 와서 호신술 을 위해 태권도를 배우게 됐는데 태권도장에서 만난 동생들이 ‘누나’라고 부르며 따라 마치 가족이 생긴 듯해 낯선 나라의 외로움이 덜했다며 독일은 우리라는 개념이 없는데 반해 한국은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쓰며 서로를 많이 챙기는 모습이 좋다고 전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많이 따지고 선입견에 따라 외국인을 대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미녀들의 수다>에서 내가 서울 공기 나쁘다고 지적하면 ‘그런가 보다’ 이해하지만, 일본 친구가 그렇게 말하면 수많은 악플에 시달리게 된다. 또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지도 않고 무조건 ‘하이’하고 영어로 인사를 해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사실 기분이 나쁘다. 만일 내가 한국 사람에게 ‘곤니찌와’라고 일본어로 인사하면 기분 나쁜 것과 똑같다. 다른 사람에게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하며 수업을 마쳤다.

 

베트남과 한국, 우리가 남이가?

 

말레츠키 강사에 이어 두 번째로 교단에 선 김기동 다문화 강사가 여자들의 머리 묶는 스타일에 따라 한국, 일본, 베트남, 중국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한 다음 ‘옛날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란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졌다. 아이들에게 드라마 <이산>에 나왔던 정조와 영조, 그리고 송연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북방계 사람들과 남방계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자리 옆에 있는 반 친구가 어느 쪽에 가깝냐고 묻자,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 친구는 큰 소리로 대답하는 반면 이쪽인지 저쪽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한 아이들 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김기동 다문화 강사가 이제는 북방계 사람들과 남방계 사람들이 서로 많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자 그제야 긴가민가하던 아이들은 자신들이 왜 대답을 시원하게 못했는지 깨닫고 친구들과 함께 환하게 웃는다.

 

“씬짜오” “깜언” “씬로이”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입은 베트남인 유티미하 다문화 강사가 세 번째로 교탁에 서서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를 각각 나타내는 베트남 인사말을 가르치자 아이들이 큰소리로 따라한다. 인사말 가르치기에 이어 유티미아 강사가 베트남 국기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손을 높이 들며 대답할 기회를 얻기 위해 꽤나 분주하다. 아무래도 오늘 수업을 위해 아이들이 특별히 공부를 해온 모양이다.

 

“빨간 별은 피, 혁명을 상징하고, 노란색 바탕은 노동자를 상징합니다” 너무나도 정확한 답변에 오히려 유티미하 강사가 반가우면서도 전혀 예상 못했던 듯 깜짝 놀라며 베트남 관련 공부를 많이 했냐고 반문한다. 아이들은 뿌듯해 하며 그저 씩 웃기만 한다. 베트남 국기부터 베트남 음식, 베트남 의상 등에 대해 사진을 곁들인 설명이 이어지자 아이들이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베트남 전통모자 ‘논라’ 만들기로 베트남 문화 체험

 

베트남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쌓은 아이들은 유티미하 강사와 함께 대나무로 만든 베트남 전통모자 ‘논라’를 도화지로 직접 만들기에 나섰다.

 

먼저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린 다음 오리고, 오린 도화지에 베트남과 한국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색종이를 붙여 아이들의 개성이 한껏 묻어있는 독특한 논라를 완성시켰다.

 

이날 5학년 4반 아이들은 어떤 점을 배우고 느꼈을까? 윤규는 “베트남도 한민족이라는 걸 알았다”도 말했고, 상혁이는 “세계는 하나이기 때문에 여러 문화가 함께 하는 것이 다문화이다”라고 다문화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이 밖에 진수와 상희, 은주를 비롯해 많은 친구들이 다문화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김기동 강사는 “무엇보다 이주민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 그들이 더 이상 낯선 사람들이라는 점을 깨닫게 하고, 우리 사회에서 함께 더불어 사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문화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밝혔다. 유티미하 강사는 “아이들이 논라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베트남 문화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한층 더 가까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문화에 대해 알기 쉽게 접근하는 교육이 더욱 많이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구촌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의 공존을 이룰 수 있는 다문화 사회조성을 위해 초·중등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다문화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1기 다문화강사 양성과정을 마친 강사들이 서울, 경기지역 초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