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볼 줄 아는 어린이’ 만드는 미술관 엿보기

 

미국 수도인 워싱턴 디씨에 위치한 국립 미술관은 주변의 여러 박물관들과 함께 항상 방문객이 붐비는 곳 중 하나이다. 입구에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 서서 잠시 미술관을 바라본 후 입구를 향해 계단을 오르다 보면 정말 학교에서 배웠던 유명한 작가들이나 작품을 만날 수 있구나 하는 기대감과 설레임을 갖게 된다.

 

낯익은 사람을 만나면 반갑듯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고흐, 고갱, 피카소, 세잔느, 드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네, 마네 등의 유명한 작품을 접하노라면 자연스레 발걸음도 멈춰지고 좀 더 오랫동안 보고 싶어진다. 1938년 설립된 이래 좋은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일반인들에게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노력해서 일까, 시간만 허락하면 자주 들르게 된다.

 

국립 미술관은 작품 전시 외에도 일반인들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 및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학생들 및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 자원봉사 활동, 교육용 자료 제공 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 가족 및 어린이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 중 올해 진행된 어린이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가족이 함께 하는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어린이들이 미술 작품에 대해 주의깊게 관찰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 및 감상력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마련된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Family Activities)이다. 따라서 여느 가족 프로그램과는 달리 참가자를 4세부터 11세로 한정하였으며, 참가자들은 교사의 동화 구연 및 미술 작품에 대한 토론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미술 작품을 접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부모와 함께 국립미술관을 찾은 아이들은 입구에서 등록을 한 후 담당 교사들의 인솔에 의해 반 별로 이동한다. 수업은 일반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에서 진행되며 보통 한 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그림과 동화구연 (Stories in Art)

 

“미국을 여행해 본 적이 있나요? 방학에 미국 전역를 여행해 보는 게 어떨까요?” 미국에서 지내다보면 어른들도 한 번쯤은 차를 가지고 또는 배낭을 매고 미국 땅 곳곳을 여행하며 미국을 체험해 보고 싶어진다. 참가한 어린이들은 교사가 들려주는 동화를 들으며 강을 따라 가다 숲속을 산책해 보고, 요트도 타면서 대서양에 얽힌 이야기도 듣고, 샐리가 처음 시골에 왔을 때 경험한 얘기도 듣고, 뉴욕 거리를 한가로이 거니는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그림과 함께하는 동화구연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미국의 농장, 해변가, 숲, 산, 그리고 도시 등의 모습을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통해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참가자는 4세부터 7세의 어린이들이며, 교사가 그림책과 미술작품을 가지고 어린이들에게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화 구연을 통해 작품에 대한 탐험이 끝날무렵 어린이들은 종이 나뭇잎 꼴라주, 해변가 및 농가 그리기, 기념품 만들기등의 작품 활동을 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 및 표현력을 키우게 된다.

 

그림과 작품감상 (Artful Conversations)

 

미술관에 가면 사람들은 대개 건물 내를 천천히 걸으면서 작품을 바라본다. 가끔 낯이 익거나 인상깊은 작품을 발견하면 잠깐 발걸음을 멈추기도 하지만, 한 작품을 두고 한 시간 이상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을까. ‘그림과 작품감상’ 수업을 듣는 어린이들은 한 작품을 놓고 오랜 시간을 보낸다. 작품 속에 들어가서 소년과 이야기하는 상상도 해보고, 왜 나무가 한 그루밖에 없을까 호기심도 가져보고, 작품 속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참가자는 8세부터11세의 어린이들로 되어 있지만 어린이들과 같이 온 부모들도 함께 참가할 수 있다. 수업 대부분의 시간은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보내며, 작품 감상을 토대로 참가자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수업 진행은 교사가 어린이들한테 작품을 보게 한 후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얘기해 보게 한다. 대화를 통해서 아이들은 실제 그림에서 보여지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상상하는 것, 꿈꾸는 것들을 표현할 줄 알게 된다. 필자가 참관한 교실에서는 어린이들이 그림에 심취해 있자, 교사는 어린이들에게 기자가 되어 그림 속에 있는 도시로 가서 취재해 보자고 유도한다. 신문의 제목은 무엇으로 할 것이며 무엇을 취재하고 질문할 것인지. 그러면서 교사는 자연스럽게 그림에 대한 역사 및 작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서 아이들과 계속 대화를 이어간다. 작품 감상이 끝날 무렵 참가자 전원에게 작은 도화지와 연필을 나눠준다. 그림 속의 도시 이전의 모습과 이후의 모습을 그려본 뒤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고 생각을 나눈다.

 

그림 속에서 나타나는 행동이나 자세, 자연에서 드러나는 색상들,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거리가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작품을 자세히 관찰하고 상상도 해보고 토론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 감상하는 법을 알게 된다.

 

영화 감상 (Film Program)

 

국립 미술관에서는 상기 두 프로그램 외에도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을 위해 영화를 상영함으로써 일반인들이 영화를 예술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영화는 다양한 연령층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선정되며 주로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를 상영한다. 또한 어린이들의 감성이나 지적 능력을 고무시킬 수 있는 점이 영화 선정시 고려의 대상이 되어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인기가 많다. 미국의 교육은 자기 표현을 중요시 여긴다. 마찬가지로 예술 작품 감상에 있어서도 학생들 스스로 작품을 충분히 관찰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게 한다. 작품 감상력 뿐만 아니라 창의력도 함께 계발하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노력들이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함께 온 부모나 일반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예술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게 아닐까. 결국 예술 작품은 우리의 삶을 토대로 만들어 지는 것이니 말이다.

 

*참고 사이트 주소 미국 국립미술관 홈페이지http://www.nga.gov/home.htm

  어린이 대상 교육 프로그램http://www.nga.gov/kids/kids.htm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 및 행사 http://www.nga.gov/programs/index.s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