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3,000여 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매년 기다려지는 축제가 있는가 하면 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축제도 있다. 이 축제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문화기획자 겸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재길(E&P 컨설팅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Q. 문화비평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기억에 남는 축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박재길문화비평가로 활동한 지 이제 10년 가량 되었죠. 한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30여 개의 축제를 참여하고 비평합니다. 그중에 “연등회 연등축제”는 비평가가 되기 이전부터 15년 정도 즐기며 평가·감리해 왔어요. 빛과 소통으로 이뤄진 도심형 축제라 생각됩니다.
Q. 축제의 정의와 우리나라 축제문화의 전환점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재길축제는 ‘재생산’과 ‘이탈’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어요. 예로부터 축제는 노동자들에게 잠시 일상을 벗어나 활력을 줘 노동력의 신장을 꾀했던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일상에서 벗어남, 즉 이탈과 일맥상통이죠.
우리나라 축제 문화는 2002년 월드컵 이후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즐길 줄 아는 문화로 전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소통과 어울림을 잘 어우른 축제로 거듭난 것이죠. 이제 우리는 “도심형 축제”로 발전시켜야 하는 숙제를 가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도심형 축제란 도심 속에서 이탈을 만들 수 있는 축제라 정의를 내린다.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축제이자 이탈성을 줄 수 있는 축제이다. 축제가 도심으로 나오면서 그로 인해 지역 주민과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Q. 축제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기준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축제를 바라봐야 할까요?
박재길축제의 잣대는 문화사대주의라고 말할 수 있어요. 축제의 기준을 정해 평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탈할 수 있나, 일상을 벗어나 활력을 찾을 수 있나에 기준을 두고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연등축제에서 만난 80세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축제 행렬에 참여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행렬에 일주일을 참여하면 일 년 동안 마음과 몸이 편해진다”고 하더군요. 이것이 바로 축제의 재생산입니다. 종교와 더불어 축제 이후 일상에서 활력을 찾는 것이지요. 또 하나 더 예를 들자면 가평군 지역주민에게 녹아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재즈축제죠. 지역주민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화라고 인지하고 재즈축제에 참여해 피크닉 가방에 담아온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듣는 모습에서 축제의 기준을 말할 수 있겠죠.
춘천마임축제는 박재길 씨가 15년간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 중 하나이다. 이제는 도깨비들이 많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작년부터 춘천으로 확장되며 도심형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춘천마임축제가 기존의 정형화되고 재생산과 이탈의 맛이 사라진 축제의 틀을 깨고 도심형축제로써 주민과의 소통 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Q. 비평가가 아닌 대중이 축제에 참여하고 축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가져야 할까요?
박재길매번 비평가로서 30개의 축제 현장을 찾다 보니 이제는 축제를 즐기고 싶어 작년부터 평가하지 않고 참여를 하는 휴식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축제는 평가를 한다기보다(물론 제 직업상 감리와 평가를 하지만 대중은) 축제는 즐길 줄 아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축제 현장에서 뛰어놀 수 있고 춤추고, 노래하며 축제를 즐기는 것이 그 방법이죠.
올해부터는 중고생들도 주5일 교육을 진행하면서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은데요. 앞서 말했듯이 규모가 크다고 축제가 성공적인 것은 아닙니다. 지역의 특화나 차별성이 있나를 살피고 축제의 맛을 찾아야 되는 것이죠. 더구나 교통의 발달로 인해 축제 고유의 문화는 점차 줄어들고 축제에 많은 인파를 모으는 것에 혈안이 된 축제들이 많으니 자신의 기호에 따라 “신발을 벗고 머리에 꽃을 꽂고 춤출 수 있는” 축제를 찾아 즐기세요.
교통의 발달로 축제가 획일화되면서 오히려 지역주민의 참여가 줄어드는 악영향을 낳기도 했다. 축제의 진정한 의미는 아직도 신발을 벗고 머리에 꽃을 꽂고 춤추며 지역민이 어우러지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축제 현장에 나가는 것을 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놀러 가는 여가시간으로 즐긴다. 비록 평가하러 축제를 보러 가는 것이긴 하나, 그날만은 회사 일에 지친 자신을 멈추고 아름다운 문화를 일궈나가며 즐길 수 있어 좋다.”
글 ㅣ 사진_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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