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뉴욕필하모닉은 아이들의 손에 음악의 미래를 걸어오고 있다. 우리에게 예술성을 가르치는 일이란 호기심과 상상력을 일깨우는 일이고, 경청의 자세를 갖도록 독려 하는 일인 동시에 창의력의 불꽃을 붙이려는 것,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진지한 방식으로 대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방법이야말로, 아이들이 교향악의 세계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세계에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는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핀란드의 국립음악학교의 최정점에 있는 ‘시벨리우스아카데미’에서는 잠재되어있는 뛰어난 재능을 발굴해내는 소그룹 교수시스템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네트워크인 ‘엘 시스테마’를 통해 청소년을 진지한 연주자로 대하는 과정을 통해 음악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보여주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창의력을 국가교육체계의 필수 목표로서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상명하달식 문화에서 가장 어린 세대에 대한 신뢰가 가져온 획기적인 움직임이다.
공연 리허설 모습 (가운데) 수업 모습(오른쪽)
북유럽, 라틴아메리카, 동아시아는 서로 매우 다른 문화권이다. 하지만 나는 이 세 문화권에 우리의 가치와 경험이 충분히 공유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모두 최고의 교육 전문가를 아동 음악교육에 투입하며 음악교육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진보적인 교육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Very Young Composer(한국에서는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으로 운영)’라 부르는 이 문화예술교육은 아동만이 가질 수 있는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을 발견해가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단지, 우리는 아동들이 갖고 있는 음악적 아이디어를 충실히 종이에 옮겨 명작을 대하듯 그것들을 연습했고, 이 훌륭한 곡이 아동들이 작곡한 것임을 좀처럼 믿지 못하는 청중 앞에서 연주했을 뿐이다.
존 딕(Jonh Deak)은 뉴욕필하모닉에서 ‘꼬마작곡가’를 만들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 이 프로그램을 전파해 온 수석대표이다. 그는 이 세 나라의 아동들이 작곡한 음악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핀란드의 아동들은 무조(無調)에 가까울 정도의 복잡한 하모니와 리듬에 가장 익숙했다. 베네수엘라 아동들은 그들이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를 통해 경험한 유럽풍 콘서트에서 영감을 받아 그 형식을 마음 속에 두고 작곡을 시작하지만, 간혹 민속적인 소리로 발전해가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의 아동들은 활력 넘치는 모험심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가장 자유롭고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소리의 차이도 중요하지만 행정가 입장인 내게 각각 다른 세 나라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이 구성되고 진행되었는가를 유추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해서 무척 흥미롭다.
핀란드의 “Kulle, minä sävellän!(이것 보세요! 내가 작곡을 해요!)”프로그램은 헬싱키의 주요 음악기관들이 협력하는 기회를 만들었었다. 시벨리우스아카데미의 리타 티카넨(Riitta Tikkanen)이 이끄는 이 프로그램은, 매년 12개의 어린이 작곡가 과정에 투자하고, 그 결과물을 헬싱키 필하모닉, 핀란드국립오페라 그리고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가 돌아가며 연주한다. 프로젝트가 4년차로 접어들고, 규모가 성장하면서 시벨리우스아카데미 학생들이 아동들이 만든 곡을 악보로 옮기는 것을 돕거나 예술강사(Teaching artist)들이 프로그램 교육 외에 더 폭넓은 활동으로 협업하는 등 협력기관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Jóvenes Compositores(청소년 작곡가)” 는 최대한의 교육참가자에게 봉사한다는 엘 시스테마의 철학을 지키며 가능한 많은 아이들을 프로그램에 함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 작업은 젊고 실력 있는 음악가로 이루어진 특별한 오케스트라가 어린이 작곡가들을 위해 헌신하면서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완성된 음악은 작은 앙상블(합주)보다는 오케스트라 규모에 적합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은 누구보다 원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이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 바뀌면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시작되었고, 몇 년 간의 시범과정을 진행해 온 ‘꼬마작곡가’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잡아 전국으로 확대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진흥원은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이 지역이나 구성원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운영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충분할 규모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지난해 뉴욕필하모닉 강사(Teaching Artist)에게 직접 교육 받은 12명의 강사는 96명의 학생들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작곡의 과정으로 이끌어 갔다. 전국 4개 지역에서(김해문화재단, 대전문화의전당, 익산문화재단, 하남문화재단)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자신만의 곡을 완성하였고 전문 연주자들이 아이들의 곡을 연주하였다. 이후 각 지역에서 각각 두 개의 곡을 선발해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자들의 연주로 콘서트를 열었다. 현재는 이 프로그램의 수도 두 배 이상 늘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꼬마작곡가 네트워크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세 국가의 공통점은 꼬마작곡가의 실행을 위한 적절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강사(Teaching artist), 교육과정, 그리고 연주회를 조직할 수 있는 체계, 비단 꼬마작곡가만을 위한 것이 아닌 고유한 교육 방식이 있었다. 아동에게 영감을 주는 방식은 한가지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이 세 나라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각 지역 마다 프로그램의 모습은 물론 아이들의 음악도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오케스트라, 혹은 다른 악기로 나 만의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음악의 미래는 더욱 넓어지고, 발전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전 세계의 탁월한 교사와 음악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에게도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주고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매년 뉴욕필하모닉이 연주를 통해 전 세계의 협력기관에서 보내 온 100여명의 아이들의 곡을 들을 수 있는 뉴욕에서 말이다.
나는 특히 이런 소감을 아르떼365를 통해 나눌 수 있어서 기쁘다. 우리는 진흥원과 6년 간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고, 헌신적이고 상상력이 넘치는 많은 스텝과 일해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진흥원과 전세계의 모든 교육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창의력은 점점 교육의 중심에 놓이고 있다. 고도화 된 경제하에서의 창의력이란, 학습지식을 대체하고 비판적 사고력만큼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사회의 미래를 건설하는데 중요한 핵심요소가 되었다. 이는 지난 20년보다 앞으로 예술교육의 미래가 더욱 밝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 양질의 예술교육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다양한 문화예술 훈련을 통해 생산된 창의적인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고 보여주는 노력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
글_ 테오도르 위프러드(Theodore Wiprud)
Vice President, Education, New York Philharmonic, The Sue B. Mercy Chair
1958년에 워싱턴DC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작곡가이자 콘서트 사회자, 교육자, 음악행정가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뉴욕 필하모닉에서 교육부서 총책임자로 오래 근무했다. 그가 만드는 곡은 뉴욕 필하모닉을 비롯한 학교, 다양한 커뮤니티 등에서 성인과 젊은 음악가, 청중에게 문화 충격을 안겨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코너별 기사보기
비밀번호 확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