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은 프랑스의 미래다

글_박지은(아르떼 프랑스 통신원)

행사 포스터
프랑스 문화통상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문화예술교육 최고 자문 위원회 (Haut Conseil de l’education artistique et culturelle)를 발족하는 행사가 10월 19일 프랑스 파리 에꼴 뒤 루브르 미켈란젤로 대강당에서 열렸다. 문화부 장관 르노 돈느디유 드 바브르(Renaud Donnedieu de Vabres)와 교육부 장관 질 드 호비엥(Gilles de Robien), 그리고 문화예술교육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는 에꼴 뒤 루브르의 디렉터인 필립 뒤레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이날의 행사는 문화부와 교육부의 문화예술교육 공동 포털 사이트‘education.arts.culture’ (www.education.arts.culture.fr)의 출범식을 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각 부처 장관들의 연설에 앞서 국립교육자원센터 문화예술과 디렉터 장 자크 페이장(Jean Jacques Paysant)이 간단히 사이트의 목적과 구성에 대해 소개하고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1월 두 부서가 공동으로 ‘문화예술교육 재개발계획(plan de relance de l’education artistique et culturelle)’을 발표한 것과 더불어 기획된 이 사이트는 ‘educart’, ‘culture.fr’, ‘educol’, ‘educnet’ 등 기존에 여러 사이트로 분산되어 있던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다시 정리하여 문화예술교육분야의 모든 정보를 집대성하고 있다. 이는 기존 사이트들이 문화부, 혹은 교육부 한 쪽에서 제작하여 운영되었던 것과 달리 두 부처가 공동으로 제작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상호부처간 포털 사이트(portail interministeriel)라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가질 뿐 아니라 컨텐츠에 보다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디자인으로 꾸며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예를 들어 왼쪽 세로 메뉴를 조형미술, 디지털, 영화, 연극, 무용, 음악 등 테마별로 나눈 후 그 하위 카테고리로 교사, 예술가, 학생, 학부모 등 정보검색자의 성격에 부합하는 정보를 배치하였고 오른쪽에는 프랑스 지도를 통해 각 지방 정보로 바로 연결될 수 있게 하는 등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발루아 가에서 그르넬 가로1)? 문화부와 교육부의 공고한 협력 재확인
먼저 강연을 시작한 문화부 장관 르노 돈느디유 드 바브르(이하 드 바브르)는 지난 20일 파리에서 열린 33차 유네스코 총회 본 회의에서 문화다양성 협약(convention de la diversite culturelle)이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나와 다른 사회 구성원들을 인정하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풍토를 학교 및 사회에 정착시키는 데에 문화예술교육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드 바브르는 기회의 균등(egalite des chances)에 이르는 제일의 열쇠로서의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문화예술교육은 부가적인 것이 아닌 필수적인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또한, 교육부가 문화부와 뜻을 함께 하고 일심동체로 협력하는 것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학교, 예술가, 그리고 문화기관의 연계를 기반으로 다양한 인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재천명하였다.
또한 드 바브르는 인터넷, 비디오 게임 등의 무분별한 사용, 프로그램 불법복제(piratage) 등의 디지털 기술의 왜곡적 사용으로 아이들의 문화 영역이 방 안으로 축소되고 있는 현실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도 휴대폰, 노트북, 디비디, 디지털 방송 등이 오늘날의 새로운 문화매체로 부상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발견과 탐험의 보고로서 인터넷의 긍정적인 사용을 위해 (오늘 발족하는) 최고 자문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특히 드 바브르는 2006년도 예산 계획안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내년에 4천만 유로에 달하는 예산을 문화예술교육에 투자할 것임을 재확인하면서 프랑스의 ‘미래(avenir)’와 직결되는 문화예술교육발전을 위해 문화부가 여가문화 등 주변적인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온 국민과 학생들의 문화예술 향유와 이를 통한 교육 활성화에 총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 교육부 장관 질 드 호비엥(이하 호비엥)은 속도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특히 문화예술교육이 절실한 중요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일깨우면서 색깔, 형태, 멜로디, 움직임 등 예술과 감성의 기본 요소들을 체화적으로 습득하고 자유롭게 수용, 활용할 수 있을 때 젊은이들이 뉴테크놀로지 기술을 보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호비엥은 아미엥(Amien) 시의 시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얻은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경험들을 언급하면서 교육 지방화(territorialisation de l’education)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이에 문화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문화예술교육 재개발계획(plan de relance)’이 지역적인 특성과 함께 활발하게 전개되기 위해서 (오늘 오픈하는) 문화부와 교육부의 공동 포털 사이트가 단순한 정보의 디지털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분에 유용한 정보를 공급하는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을 자부하였다. 호비엥은 문화예술교육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진행되기 위한 세 가지 요소로 지역적 연대(territoires), 양성교육(formations), 그리고 자원(ressources)을 들었다. 각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지방별, 영역별 연계협력, 교원양성원 IUFM을 통한 교육자 연수 강화, 그리고 인적, 물적 자원 제공에서 두 부처가 공동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확실히 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최고 자문위원회가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관찰자(observateurs), 분석가(analystes), 그리고 촉매자(aiguillons)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어 두 장관이 함께 자문위원회의 부대표(vice-president)를 맡게 된 재즈 바이올린 연주가 및 작곡가 디디에 로크우드(Didier Lockwood)에게 문화예술교육 최고 자문위원회 발족의 의의와 임무를 담은 문서를 공동으로 서명하여 전달하였다. 로크우드 역시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을 배우는 것 못지 않게 보고, 듣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두 부처 장관들과 같은 견해를 피력하였으며 끝으로 자문위원회의 새로운 위원들을 한명씩 차례로 호명하며 소개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문화예술교육 최고 자문위원회 발족식 행사장의 모습

예술교육에서 문화예술교육으로 ? 보다 폭넓은 개념의 문화예술교육 지원
이번 문화예술교육 최고 자문위원회의 발족은 1988년 3월 발족되어 자문 기관의 역할을 담당해온 ‘예술교과교육 최고 심사위원회(Haut Comite des Enseignements Artistiques)’를 발전적으로 계승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우선 용어사용에서 ‘예술교과교육(enseignements artistiques)’을 ‘문화예술교육(education artistique et culturelle)’으로 대치하여 일반 교과목의 예술과목의 범주를 넘어서는 확대된 개념의 문화예술교육을 지향하는 정부의 의지를 확실히 하고 있다.2)두번째로 새로운 위원들을 임명하고 기존에 40명이었던 위원수를 19명으로 대폭 축소하여 업무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추구한 점, 그리고 최고 자문위원회의 임무를 문화부와 교육부의 공동 서명을 통해 확정하여 문화예술교육을 실질적으로 재활성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구체화한 점들이 주목된다.
새로운 최고 자문위원회의 위원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4명의 위원(문화부 2, 교육부 2), 지방자치단체 대표 3명을 비롯, 나머지 12명의 각계의 전문가와 관계자들로 구성되었다. 영화감독, 조형예술가, 도서관장, 연극인, 무용가, 오페라 작곡가 등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또한 교육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전문 예술인으로서의 경력과 활동을 인정받을 뿐 아니라 교육현장에서의 기여도가 높은 사람들로서 선출되었다. 또한 이들과 함께 또한 학부모들을 대표하는 위원이 두 명 선출된 점도 눈에 띄였다.

다시 새로운 시작
2000년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자크 랑(Jack Lang)이 당시 문화부 장관 카트린 타스카(Catherine Tasca)와 공동으로 계획, 실행하여 활발하게 전개되던 문화예술교육 5개년 계획이 2002년 정권의 교체와 함께 실질적인 위치를 잃어가고 있었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이번 최고 자문위원회의 발족은 지난 1월 5일 드 바브르 장관의 ‘문화예술교육 재개발계획’ 공식 발표에 이어 프랑스의 문화예술교육 전개에 새로운 박차를 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 5개년 계획은 비록 같은 이름을 고수하지 않지만 어느정도 동일한 원칙 하에서 연장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내년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책정된 문화부 예산 3천9백5십만유로는 전년도 수치에 비해 1,2퍼센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는 교육부에서 지원되는 예산 및 각 지방예산과 더불어 현재 유명무실해져 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PAC수업 등을 재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물적 자원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 시작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 역시 몇몇 적극적인 기관과 예술 단체들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어가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아가 문화부 차원을 넘어서 교육부와의 진정한 협력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이 기존의 교육과정에 흡수적으로 적용되고 교육 당사자들인 학생들의 민주적이고 실질적인 호응을 얻을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1)≪ Rue de Valois prolonge rue de Grenelle.≫ 문화부와 교육부의 공고한 협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문화부장관의 발언 인용. (프랑스 문화부는 파리 발루아 가에, 교육부는 그르넬 가에 위치하고 있다.)
2)‘문화예술교육’이라는 용어는 자크 랑 문화부장관 재임기간 중 활발하게 사용되었으나 달라진 문화예술교육정책의 면모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듯 다시 ‘예술교과교육’이라는 용어로 많은 교육부 문건들이 대치되는 현상을 보여왔다.

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