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생의 목적을 생각할 때

이러한 메카니즘을 잘 파악하여, 지역을 브랜딩하고 특정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장소 마케팅’ 전략이 번창하게 되었다.
매력적인 장소를 만들어 내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가 축제인 것이다. 더구나 문화 관광을 목적으로 한 축제 이벤트보다 주민 통합을 목적으로 한 축제가 매력을 갖춘 것으로 인식되며, 축제가 발전해 주민이 즐겁게 참여하는 것은 물론 외지 방문객이 공유할 수 있는이벤트로 진화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축제는 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축제를 만든다는 직접적 목표를 갖고 만들어졌으며, 실질적인 도시 재생의 문제의식으로부터 발전된 경우가 드물다. 1990년대부터 지역 전체 차원에서 문화 도시나 창조 도시를 만드는 시도의 일환으로 축제가 제작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단편적으로 박물관과 같은 예술 공간을 짓거나 단편적으로 축제를 개최하는 등 제한적인 시도가 있을 뿐이었다.

 

지역축제,
실패의 원인들

비교적 근자에 이르러서야 시민이나 창작
집단의 활발한 활동을 기반으로 지역 주민은 물론 외지인이 찾는 관광산업 재생 도시에 이르고자 하는 시도가 생겨났다. 이러한 흐름을 놓고 볼 때, 지역 관광축제의 구조적인 실패 요인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첫째, 도시 전체를 재생하거나 관광자원화하려는 통합적인 시도 안에서 벌어지지 않은
축제 개최는 지구력이 약했다. 축제 자체의 주제와 매력이 높아 인기를 끌더라도, 숙박지 부족, 여행객을 위한 편의시설 결핍, 연계 방문코스의 부재 등 무수한 불만 요소가 생겨나고 이로써 축제 자체의 만족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둘째, 주민의 경제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지역 전체를 재생한다는 민의가 모아지고, 이를 통해 주제와 아이템이 선정된 축제가 아닐 경우, 관이 주도하는 졸속 행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와 공무원이 정하는 주제의식에는 한계가 많다. 예컨대 주민의 농산물 판매로부터 출발하는 과일 축제의 경우, 전문가와 농민이 함께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때 작지만 매력 있는 축제로 인식되고, 지속 또한 가능해진다.

셋째, 지역 자연자원과 관광자원으로부터
아이템만 뽑는 축제는 일반 여행지 방문보다 매력이 지속되기 어렵다. 불황이라도 겪으면 문을 닫고 만다. 어디든 그냥 가면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여행 코스에 난잡한 이벤트를 넣는다면 누구도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외딴 섬에서 만나는 재즈(자라섬 재즈 페스티벌)라든지, 천혜의 호반 풍경과 함께 영화 음악과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 감상(제천국제음악영화제)을 매칭하는 등 기존의 자원을 활용하는 동시에 차별적 테마를 결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연과 이야기가 담긴 개성 있는 축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넷째, 테마와 사연 외에 강력한 관광 매력물을 수 년에 걸쳐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축제는 일시적이어도 지속되며 기억을 환기하는 매력물이 남아야 한다. 이를테면 볼 거리나 탈 거리 같은 것이다. 더불어 사람들의 뇌리에는 언제나 장소의 이야기와 분위기가 자리잡기 마련이다. 부담스러운 인프라 구축이 아니어도, 장소의 매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참여형 프로그램과 구전 마케팅이 필수적이다. 매주 벼룩시장이 펼쳐지는 홍대 앞 놀이터라든지, 마임과 인형극이 함께하는

춘천 호반 같은 곳이 한 예다. 분위기를 조성하고 장소의 매력을 창출하지 못한 축제는 사연을 가진 장소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시적 행사 개최, 일과적 행정 관례로 인식될 확률이 높아진다.

 


상생의 기쁨과 재미가 함께하는
축제를 위하여

 

2010년을 전후하여 축제의 프리미엄 효과는 사라지고 덤핑 세일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핑계로 더 저렴한 가격에 축제를 제작하고자 하고, 시민은 웬만큼 매력적이지 않으면 축제를 즐기지 않을 정도로 눈이 높아졌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다. 지난 시간 동안 축제 제작자와 전문 기획자들의 기량이 높아진 것이 그것이다. 지역축제의 졸속 지원에 만족하지 못하고 ‘판’을 새로 짜고자 하는 이들의 바람은 앞으로 변화를 예상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상황은 어려워지고 있지만, 지역축제는 계속하여 모색하고, 발전을 꾀하고 있다. 관광 매력을 가진 하나의 건물을 운영하는 것보다, 비록 초기 비용이 높을지라도 강렬한 주제와 아이템을 발굴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축제를 꾸미고자 한다. 사람들의 방문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후광과 매력을

상승시키고 관광객을 유입하는 데 축제만큼 효과적인 도구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그간 도출되었던 구조적 실패를 넘어 성공하는 지역축제를 경영하기 위해 공정을 바꾸고 조직을 새롭게 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축제 제작에 있어 주민 혹은 지역 생산자의 참여를 반드시 유도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전문적 능력과 색깔을 살리는 축제를 펼칠 때,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개입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지역의 축제 운영능력을 양성하되, 지역 내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경영 및 마케팅에서 어려운 점이 생겼을 때 객관적 시각을 갖기 힘들고, 지역 내의 이해관계로 인해 강력한 매력을 가진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지역축제에는 반드시 지역 특산물과 여행 상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에는 축제 연출자의 실천뿐 아니라 여행 전문가, 그리고 농수산물 유통 전문가 및 전문 기업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넷째, 긴 호흡으로 수 년에 걸쳐 특정한 장소를 매력적인 포인트로 바꾸는 계획을 수행하자. 축제 제작은 행사 제작이 아니라 장소 형성의 과정이다.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소프트웨어(내용)과 구전 마케팅을 통해 장소의 매력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지역축제의 주제와 관련된 스토리는 공모를 통해 형성하고, 구전을 통해 보급한다. 다시 말하자면 전문가가 고답적이고 뻔한 스토리텔링을 하여 행사 내용에 집어 넣기보다, 홍보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의 다양한 이야기, 사연, 상상력을 함께 녹여 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섯째, 축제 설계 단계에서 반드시 통합적인 디자인을 고안, 적용하고 전략적으로 선정한 몇 개의 핵심적 매체와 축제 현장의 다양한 사인물에 이를 적용하여 치밀하게 브랜딩하도록 한다.

일곱째, 연출가와 프로그래머보다 먼저 마케팅 전문가와 서비스 전문 집단을 기용하도록 한다. 이들에게 축제 내용을 짜도록 하면, 여기에 드는 비용만큼 프로그래머의 수를 줄여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여덟째, 축제는 전년도에 기획하여 해당 연초에 실행 준비를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연출안은 충분한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세운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올해 축제를 만드는 팀과 다음 해 축제를 만들 팀을 모두 운영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번 해 축제의 평가 내용을 반드시 다음 해 축제에 반영하도록 한다. 출연자의 섭외 역시 전년도에 완수한다.

아홉째, 축제 총괄 기획자는 자원봉사자와 스태프의 양성과 모집, 그리고 사후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이들과 함께 축제 전후의 연구를 수행하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를 일정 부분 축제에 반영함으로써 일반 시민뿐 아니라, 기획력과 실행력을 갖춘 핵심 집단이 왕성하게 참여하는 축제 전통을 만들어 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관’으로 대변되는 공무원의 요청 사항을 거부할 수도 있는 권한을 축제 총괄 기획자와 집행위원회에 분명히 부여한다. 지자체의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진행할 수는 있지만, 지역축제 경영에 있어서는 단견에도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축제는 단순히 관광 마케팅의 목적 때문에 발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도시 마케팅 또는 지역 마케팅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1970년대 서양에서는 공업도시나 탄광도시를 어떻게든 재생하고, 그곳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도시 재생의 자구책을 모색했다. 유휴 공간을 박물관으로 만드는 등 랜드마킹 시도도 함께 이루어졌다. 한편 영국 리버풀과 같은 도시는 ‘비틀스’라는 현존 대중 스타 이야기를 도시의 자원으로 판매해 지역 곳곳에
방문 포인트를 만들었다. 이런 시도는 비슷한 여건을 가진 타 도시에 비해, 이들 도시가 대중의 기억에 각인되는 문화적 차별성을 부여한다. 이야기나 볼 것들을 가진 도시에 방문하고 싶은 호기심을 높이고, 관련상품의 발굴과 여행코스 개발 등을 통해 도시의 경제적 발전에도 기여하고,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다.

 

글_ 문화마케팅컴퍼니 <기분좋은QX> 대표,
문화기획자 안이영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