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이하여 5월 26일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는 예술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을 되짚어보고자 문화예술교육 세미나 ‘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를 마련하였다.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엘 시스테마’ 예술교육이 사회적 변화를 이루어 낸 사례처럼 예술교육이 우리 교육제도의 혁신을 모색하는데 중요한 키워드로서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된 이번 세미나에는 울산광역시 관계자, 울산광역시교육청 담당자, 교사, 예술강사, 학부모 등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이날 행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발행한〈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저자: 제시카 호프만 데이비스)의 번역자인 백경미 UNIST 교수와 김경숙 교감의 발제에 이어 전문가들의 토론과 객석토론으로 이어졌다.

 
 

울산문화예술교육 세미나

 

예술의 처지는 한국 교육의 문제만은 아니다

 

백경미 교수는 발제에 앞서 제시카 호프만 데이비스의 저서, 〈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를 번역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예술교과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었던 수년 전, 백경미 교수는 뉴욕에서 유학 중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예술과목의 점수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정책을 세우고 있었다. ‘예술을 점수로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지만, 점수 제도가 폐지되면 해당 과목은 학교 교육에서 축소되거나 폐지되어버리고 말 것이 분명했다. 이를 우려한 많은 예술교육 관계자들은 이 정책의 시행을 저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펼쳤지만, 결국 2009년 개정교육 과정에서 예술교육은 선택교과로 전락하고 말았고, 우려대로 예술과목들의 위상은 크게 위축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유네스코가 예술교육을 지지하는 범세계적인 캠페인을 벌이거나 영국에서의 예술교육이 약화되는 경향으로 보아, 비단 한국 교육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백경미 교수
김경숙 교감

백경미 교수와 김경숙 교감

 

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

– ‘상자 밖에서’ 배우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대안적 교육

 

백경미 교수는 학교교육 내 예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지배적인 교육이념에서 예술의 지적 지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예술의 고유한 특성과 폭넓은 사회적인 지지기반 구축에 대한 논의로 발제를 이어갔다.

백 교수는 학교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머리만 키우고 가슴을 키우고 있지 못한 현실과 많은 것을 품고 고민하며 경험해야 할 재기발랄한 나이에 입시 위주의 경쟁구조 속에서 10%의 아이들을 위해 나머지 90% 아이들까지도 불필요한 학문을 강요당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예술은 우리가 아는 것, 그 위에 구축하는 것, 주어진 것을 넘어서 상상하는 것, 그리고 보는 것”이며 “상상, 이야기, 묘사를 통해서 독특한 질문들을 제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간의 경험과 이해를 구체화하는 예술만의 특별한 능력을 기반으로, 문자나 숫자에 의존하는 이해를 넘어서 이미지를 매개로 하는 폭넓은 지식구성을 돕고, 학생들이 ‘상자 밖에서’ 배우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전인교육을 위한 대안적인 교육환경 조성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제시카 호프만 데이비스의 말을 인용하여 정의했다.

최근 10여 년간 창의적 인재와 예술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증가함에 따라, 학교 교육에 예술을 적극 융합하는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융합교육정책이 그동안 비주류과목으로서 교육적 가치가 평가 절하되어왔던 예술을, 다시 한 번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예술이 진정한 창의성 발현의 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예술 고유의 특성을 기반으로 한 융합교육 논의가 필요한 때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김경숙 교감은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제고’라는 주제로 학교예술교육의 필요성과 학교현장의 예술교육 현황, 학교 현장 문화예술교육의 문제점 및 제언을 하였다. 학교현장 문화예술교육이 타 교과에 비해 교과 시수가 부족하고 폭넓은 예술적 심성 함양교육이 되지 못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의 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한 점, 이론이나 매체 중심의 예술경험이 집중되면서 다양한 체험중심의 문화예술교육 기회가 부족함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입시중심의 점수 따기 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예술교육은 영원히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지만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자는 말로 발제를 마쳤다.

 
 

임연희 울산예고 무용교사
채순희 예술강사
허영란 교수

임연희 울산예고 무용교사, 채순희 예술강사, 허영란 교수

 
 

예술의 도구적 가치보다는 ‘본질적 가치’에 대한 검토

 

다음은 기존 문화예술교육정책의 주요 흐름인 ‘예술의 도구적 가치’보다는 ‘예술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검토해보는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의 진행은 허영란 교수가 맡았다. 임연희 울산예고 무용교사와 채순희 예술강사는 “학교예술교육이 상상력, 창의력 보다 기능적 요소에 치중해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점과 “융합교육에 있어 예술의 본질적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도구적 활용에 그치는” 문제에 대한 우려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차중 교수와 강종진 원장은 “예술의 인지적 기능과 함께 예술만이 가지는 특별한 능력에 대한 검토”와 “이러한 예술의 특성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교육 주체들이 학교 안팎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한승모 인제남초 교사는 “예술의 본질적 가치 추구의 비판적 성찰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능중심, 엘리트 중심의 예술교육”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학교예술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은 통합문화예술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차중 교수
강종진 원장
한승모 인제남초 교사

김차중 교수, 강종진 원장, 한승모 인제남초 교사

 

‘예술’, 확산적(divergent thinking) 사고 능력을 배양시키는 요소

 

이번 세미나를 통해 ‘예술’이란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확산적(divergent thinking, 사고문제에 대해 가능한 여러 답을 다양하게 산출) 능력과 창의력을 배양시키는 요소임을 다시 한번 인지했다. 더불어 공교육 안에서의 예술교육은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예술적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창의적•성찰적 역량을 북돋워 줌으로써 개인의 성장은 물론 사회의 문화적 성장을 도모하는 교육임을 확인했다.

 

입시제도에 따른 예술교과의 푸대접은 시대 흐름의 과정에서 극복 될 것이라 감히 낙관해 본다. 지식 교과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예술은 평가가 불가능하다. 지식 중심시대에서 예술이 겪는 어려움은 예술의 가치 제고 과정에서 점차 회복되어 갈 것이며, 도구적 가치와 본질적 가치가 끝없이 싸우고 때론 협력하면서 보다 바람직한 인간상을 형성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세미나가 예술과 예술교육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인 지지기반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향후 교육청 관계자, 교사, 전문가, 학부모 등 다양한 계층의 협의, 논의구조를 만들어, 예술교육을 통해 우리의 교육현실을 바꿀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글. 박은정_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총괄팀장

사진. 박정훈 /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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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 문화예술교육 총서 ‘아르떼 라이브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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