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달콤한 휴식 그리고 늦잠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늦잠’보다 더 달콤하고 기다려지는 일이 있다. 바로 오케스트라와 합창 연습! 매주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가족 오케스트라·합창 단원의 아름다운 화음을 듣기 위해 전주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을 찾았다.

 

오전 9시 40분, 수업이 시작되려면 아직 20여 분이 남았지만, 강의실은 가족 오케스트라·합창 단원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매일 보는 가족이지만, 각자의 악기를 튜닝하며 무릎을 맞대고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들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10시. 수업이 시작되면서 악기 파트별 수업이 진행되었다. 처음 찾아간 바이올린 반에서는 강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활을 쥔 아이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 악기를 접한 후 2달이 채 지나지 않아 기본 음계와 음정을 잡아내는 것도 불안해 보였지만, 표정만은 전문 연주자 못지 않게 진지하다.

 

딸과 함께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한 이금주 씨는 클라리넷 파트에서 활약하고 있다. “주말 오전 시간에는 대개 늦잠을 자게 되는데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하면서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고, 딸 아이와 함께할 수 있어서 더 좋다.”며 환한 미소와 함께 딸 시은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직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것이 더 좋아 보이는 정해영 군은 친구들과 노는 시간보다 클라리넷 연습 시간이 더 기다려진다며 토요일을 늘 손꼽아 기다린다고.

 

비올라 파트 소진수 씨는 둘째 아이와 좀 더 밀착된 소통을 위해 비올라를 시작하게 됐다. “아이와 함께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있다. 연습이 끝나고 그날 연습했던 이야기, 전문가가 아니라 그리 깊은 이야기를 하진 못하지만 음악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잘 되지 않는 부분을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이전보다 대화가 많아졌다”는 그의 말처럼 어느새 가족들은 음악을 통해, 오케스트라를 통해 또 다른 ‘소통’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매주 토요일 가족들이 모여 음악을 매개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또 가족들의 일상에 음악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마련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가족 오케스트라·합창 프로그램. 올해는 악기 연주와 더불어 합창반이 신설되어 음악적 경험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수없이 반복해 부른 노래지만, 중간중간 재채기처럼 튀어나오는 음 이탈에 선생님도 가족들도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는 프로 합창단 못지 않은 진지함이 묻어있었다. 박신 합창 선생님은 “가족이 함께 연습하다 보니 아직은 엉성하지만 그들의 연주에서 화목함,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날 만난 가족 오케스트라·합창 단원들이 입을 모아 한 이야기는 바로 ‘소통, 공감대’였다. 공통의 주제가 없던 가족에게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생겨났고 이를 매개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소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클라리넷 한소희 선생님은 “부모는 아이들을, 아이들은 부모를 바라보며 서로가 잘하는지 살펴봐 주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어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이 부럽다고 귀띔했다.

 

각 파트별 수업과 연습을 마친 후, 가족들은 모두 한 곳에 모인다. 연습할 때 어떤 부분이 잘 되지 않았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도움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어느새 연습실은 악기 소리보다 서로 주고 받는 응원과 격려의 말로 가득 차올랐다.

 

봄꽃 소식과 함께 이들에게 찾아온 ‘음악’은 어느새 ‘소통과 공감대’라는 선물로 바뀌어 있었다. 앞으로 이어질 교육과 두 번의 캠프를 거쳐 12월 13일 연주회가 열릴 때쯤이면, 가족들은 오케스트라의 동료 단원이자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2012년 3월부터 전면 실시된 전국 초⋅중⋅고등학교 ‘주5일 수업제’를 맞이하여 전국 16개 시⋅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지역문화예술기관, 국공립기관, 도서관, 극단 및 소극장, 해외기관 등과 함께 참여하는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아동 청소년을 포함하여 온 가족이 문화예술로 소통하는 새로운 주말 여가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가족 오케스트라•합창 프로그램은 평소 다 같이 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가족들이 모여 음악을 통해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세대를 잇는 여가문화를 조성하고자 마련됐다. 본 기사에 소개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포함하여 전국 20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http://www.toyo.or.kr/


영상 제작_ 박미아 예술강사

글_ 박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