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 두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실제로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한 동기부여에 있어 당근과 채찍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이기도 한데요. ‘드라이브’의 저자이자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다양성과 창조성이 중요시되고 있는 요즘, 당근과 채찍은 성과를 감소시키고 창의성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등의 한계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그런 그가 말하는 동기부여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자율성, 숙련, 목적.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가장 큰 틀은 바로 자기 주도적인 자발적 동기 부여라는 개념입니다. 오늘은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 그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 드라이브를 소개합니다.

 

공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세계 각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의 동기를 비교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인상 깊었던 것은 동양의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입신양명을 위해 공부를 한다는 점이었다. 공부 자체가 진리 탐구의 목적이 되지 않고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공부의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최근 청년실업이 만연한 이 시대에 저자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근본적인 회의감에 젖어들게 되었다.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공부했는데 세상이 요구하는 건 그게 아니었어요. 저를 원하는 회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우린 과연 무슨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명은 계속 연장되어 비로소 백세 시대는 도래 하였으나 평생고용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중년 세대에게는 노후문제가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그들은 평생 열심히 일해 온 직장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회사에 모든 것을 헌신한 사람일수록 새로운 인생의 2막을 열어가기란 쉽지 않다.

 

동기를 잃어버린 사회는 공허하다. 돈을 벌고, 저축을 하고,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재산을 무한히 늘려가는 즐겁고 신나는 인생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빈자리는 이제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해리 할로우와 에드워드 디씨의 자기결정성이론을 기반으로 하여『드라이브』에서 “동기 3.0”을 이야기한다. 동기 1.0은 배고픔, 졸림 등 생물학적인 첫 번째 욕구를 이야기하며, 동기 2.0은 보상을 추구하고 처벌을 피하고자 하는 두 번째 욕구를 의미한다. 동기 2.0은 최근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으나, 다니엘 핑크는 이와 같은 동기부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20세기에는 전통적인 당근과 채찍의 방식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지만, 성장이 멈춘 오늘날에는 오히려 잘못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기 2.0의 한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만든 백과사전 엔카르타가 10년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실패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반면, 아무런 보상도 없이 자발적 참여자들이 만들어가는 위키피디아는 전 세계 260개국 언어로 만들어지는 대성공을 이루고 있다. 당근과 채찍으로 표상되는 동기 2.0의 관점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겠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그런 시대가 되어버렸다. 전 세계 웹서버의 52%는 무료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인 아파치가 깔려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다니엘 핑크는 창조적 개인을 자발적으로 드라이브하게 하려면 사람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동기 3.0, 즉 ‘내재 욕구’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단순하고 명확한 작업을 수행할 때는 보상이 위력을 발휘하지만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효과를 내지 못하며, 오히려 자기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내재 동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내재 욕구에 집중하며, 유연하고 창조적인 개인을 I유형으로 칭하고 있는데, 여기에서의 I는 ‘내재적 동기(Instrinsic)’의 첫 글자이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개념을 설명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3부에서 I유형의 패러다임을 개인, 학교 등의 조직,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추천도서 목록도 제공하고 있으며, 각 장별 요약본을 제공함으로써 완전히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작은 실천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변화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는데, 단골로 다니는 앵무새 조류원에서 일하고 있는 일명 “크림이 언니”다.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크림이 언니는 어릴 때부터 앵무새를 키워왔는데, 대학 졸업 후 자연스럽게 취미를 살려 조류원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크림이 언니가 하는 일은 아침 일찍부터 넓은 조류원을 청소하고 250마리의 앵무새를 키우고 놀아주고 훈련시키고 손님을 응대하는 일이다. 무려 250마리의 앵무새가 떠들어대는 공간에서 하루 종일 지내야 하는 이 일은 사실 월급 많이 준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절대로 아니다. 앵무새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리도 없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크림이 언니는 무척 자신감 있고 행복해 보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니엘 핑크가 이야기하는 자율성, 자기주도적인 동기부여의 힘이 만들어낸 결과다. 또한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숙련된 앵무새 전문가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몰입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크림이 언니는 앵무새들을 소개하는 POP를 곳곳에 만들어 붙이고,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쪽 벽면에는 레고로 만든 앵무새 서식지 세계지도가 붙어 있다. 다른 조류원에서는 보기 힘든 앵무새 천국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주인공이 바로 크림이 언니다. 그런 까닭에 그녀가 꿈꾸는 삶의 목적은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금 그 자리에서도 달성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 싶다. 스무 살 아래의 젊은 청년에게서 참 많은 것을 배운다.

 

동기3.0을 가슴에 품은 멋진 젊은이들이 동기2.0의 한계상황을 멋지게 돌파하기를 바란다. 물론 이미 곳곳에서 멋진 청년들이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고액연봉을 받는 회사의 안정적인 복지혜택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목적이 이끄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마음만은 늙지 않은 중년들도 깊은 곳에 숨겨놓았던 동기3.0의 DNA를 꺼내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들 파이팅이다.

 


조정미

글쓴이_조정미 (시인,출판인)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언론대학원에서 문학과 출판을 전공했다. 1993년부터 PC통신을 시작하였으며 지금도 SNS와 블로그를 통해 수많은 이들과 소통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다른 코드를 가진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메타포가 필요하며, 이전 세대와 대화하기 위해 책을 읽고
다음 세대와 대화하기 위해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