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마다 들어선 멀티플렉스 극장에 밀려 동네 작은 영화관들이 대부분 문을 닫는 요즘, 영화가 시작된 나라 프랑스에는 동네마다 전통을 간직한 극장들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파리에서 동쪽으로 3킬로 미터 떨어진 Romainville (로망빌)에 위치한 영화관 Le Trianon (르 트리아농)은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영화 관련 교육과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같이 한다고 하는데요, 영화 ‘시네마 천국’을 떠올리게 하는 동네 영화관 Le Trianon (르 트리아농)에 대해서 같이 알아볼까요?
영화 ‘시네마 천국’(1998년, 주세페 토르나토레)은 낡은 마을 영화관에서 영사기사 알프레도 아저씨의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운 토토가 30년 후 알프레도 아저씨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고향을 찾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곧 철거 될 영화관에서 이제는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 토토가 알프레도 아저씨의 유품과도 같은 낡은 필름들을 돌려보는 장면은 엔리오 모리꼬네의 배경음악과 함께 수많은 영화 팬들에게 가슴 찡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멀티플렉스 극장에 밀려 작은 동네 영화관들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최초의 영화가 만들어진 나라 프랑스에서는 아직 골목골목 작은 영화관들이 남아 있다. 파리에서 동쪽으로 3킬로 미터 떨어진 Romainville (로망빌)에서 영화 상영뿐 아니라 지역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한 영화 관련 교육과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영화관인 Le Trianon (르 트리아농)은 영화 ‘시네마 천국’을 떠올리게 한다.
마을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작은 영화관
1929년 6월 11일 시(市)로부터 영화관으로 허가를 받은 르 트리아농은 약 85 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재로서 2차 세계 대전 이후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었다.1992년부터 1998년까지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마지막 상영’이라는 방송 촬영장으로 활용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르 트리아농 영화관은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건축물일 뿐 아니라 오늘도 일상 속에서 지역 주민들과 영화를 매개로 마을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1984년, 두 마을이 영화관을 공동 구매하여 공공 건물로 활용
르 트리아농이 단순한 상업영화관이 아닌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된 이유는 바로 Romainville(로망빌)과 Noisy-le-Sec (누와지 르 섹) 두 마을이 1984년 영화관을 공동 구매하여 공공 건물로 활용하게 된 덕분이다. 현재 르 트리아농 영화관을 운영하는 곳은 EST Ensemble (이스트 앙상블, 즉 동쪽그룹이라는 의미다)이라는 지역 공동체이고 영화관 직원 수는 상근과 비상근을 합하여 총 9명이다. 480석 규모의 작은 극장이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직원만 두 명이고 상근과 비상근 영사 기사가 총 3명, 그리고 예술감독과 대표를 따로 두어 프로그램을 선별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좋은 영화를 선별하여 상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감독과의 만남, 전문가들과의 주제 토론, 영화콘서트 및 요리와 함께 하는 영화제, 전시 기획, 그리고 BNP(베엔뻬) 은행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고전 영화 특별상영 등 르 트리아농은 연중 다양한 행사들로 주민들을 맞이한다.
2012년에는 보다 나은 관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화관에 딸린 식당 겸 바(Bar)와 아뜰리에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지하강의실 등에 10개월 간의 보수 공사를 진행하였다. 1962년 문을 연 식당(Resto’bar, 레스토바)은 영화관의 역사와 함께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꼭 영화를 관람하러 오는 관객이 아니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영화관 내•외부 모두에서 출입이 가능한 이 식당은 관객서비스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지하 강의실은 Le Petit trianon( 르 쁘띠 트리아농) 이라 불리는 강연 및 교육프로그램 진행과 비디오 상영 외에도 작은 도서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이들의 영화, 혹은 아이들이 만드는 영화관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Suzanne Duchiron(쉬잔 뒤시롱)은 공공 자금의 지원뿐 아니라 BNP은행의 메세나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데 직접적인 기여를 했다고 전했다. 아무리 큰 영화관이라도 어린이들을 위한 상영 프로그램을 따로 기획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담당자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르 트리아농에는 전담 담당자가 두 명이나 있어 월, 화, 목, 금의 오전 시간은 모두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만 진행할 수 있게 한다.그만큼 르 트리아농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매주 최소 한편의 어린이 영화가 기획되고 지역 초, 중, 고는 물론 지역 청소년단체들을 위한 다양한 아뜰리에와 축제를 기획한다.
영상 교실 (Classes image)
2014년 현재 르 트리아농 영화관이 진행하고 있는 영상 교육 프로그램은 Classes image(클라스 이마쥬, 영상교실)’로 주변 학교의 총 14학급이 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주로 5세-11세 사이 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한 학급당 약 20여 명이 구성되어 적게는 4차 시에서 많게는 10차 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수업의 주된 내용은 영화와 영상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룬다. 영화의 역사와 원리에 대한 교육을 포함하여 영화관 각 공간의 기능과 운영에 대해서도 알아보며, 단체 영화관람 및 간단한 영화 제작도 해 보는 것이다.
‘Les enfants font leur cinema’(아이들이 그들의 영화관을 만들다)
매해 6월 바캉스가 시작되기 전 르 트리아농 영화관에서는 ‘Les enfants font leur cinema(레 장팡 퐁 뢰흐 시네마, 아이들이 그들의 영화관을 만들다)’라는 축제를 펼친다. 2013년에는 5월 31일부터 6월 16일까지 약 2주간 펼쳐진 이 축제에서 아이들은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할을 맡아 영화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체험했다. 아이들은 매표소에서 티켓을 팔기, 검표하기, 영사실의 보조로 활동하기도 하며 축제의 사진기자, 극장 내 간식거리 판매, 레스토랑에서의 서빙 을 하기도 하고, 영화 상영 전 관객들을 위한 간단한 공연을 준비하기도 했다.
‘Les enfants font leur cinema(레 장팡 퐁 뢰흐 시네마, 아이들이 그들의 영화관을 만들다)’ 축제는 상영 할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위한 영화관을 만드는 축제인 것이다. 그래서 축제의 목적은 오히려 지역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서 다양한 사람들과 행복한 소통을 나누는 데에 중점을 두는 것이고 이것이야 말로 궁극적인 교육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중고생 학생들은 영화의 특수효과, 스톱모션, 에니메이션, 음향효과 등을 배우는 실습수업의 기회를 갖고 “Les ados font aussi leur cinema(레 아도 오씨 퐁 뢰흐 시네마, 청소년들도 그들의 영화관을 만든다)”는 축제를 펼친다. 2013년 4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6월 11일 하루, 청소년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그 밖에도 르 트리아농은 연중 여러 청소년 단체들과 연계하여 만화교실을 통한 스톱모션 제작 등 짧은 이미지 및 영상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단순히 영화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에 대해 비평적 시각을 배우고 영화관이라는 공공 공간을 경험하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르 트리아농의 특별함이다. 아이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를 만들어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쩌면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의 장면처럼 온 동네 사람들이 영화관 앞에 모여 함께 기뻐하고 감탄하고 안타까워하는 그 풍요로운 감정을 좀 더 직접적으로 공유하는 공동체적 경험은 바로 그들의 일상을 영화처럼 추억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해외리포터-최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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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공간. 그들의 영화관을 만든다는것이. 좋으네요^^
공공공간의 체험,비평적 시각키우기등의 목적이 있어 더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