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당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었고, 문화예술교육에 무엇을 기대했는지도 궁금하다.
6년 전쯤, 어릴 때부터 쭉 지내오던 곳에서 ‘마을교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인근 중학교 몇 군데에서 수업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개인 음악 프로젝트의 앨범을 준비하면서 코딩을 공부하고 있었다. 일로는 프리랜서 오디오 엔지니어로서의 비중이 가장 컸는데, 마을교사가 좀 더 음악 창작 활동과 관련된 일이면서도 자라온 마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했다.
2024년부터 도시를 떠나 전라북도 완주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2025년 완주문화관광재단의 장애예술교육 지원사업 〈사이:예술학교〉에 참여하며 또 다른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내가 가진 것들로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참여했다.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오빠의 막냇동생으로서, 오빠와의 소통과 오빠의 다양한 비언어적 표현을 떠올리며 참여자들의 표현 방식을 기록하거나 연구할 수 있는 과정을 구상하기도 했다.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난 경험은 기대했던 것과 무엇이 달랐나? 특히 처음 경험한 장애예술교육 현장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이 있다면 들려달라.
〈사이:예술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참여자 모두가 나의 전시를 보러 와주셨는데, 한 분이 손을 잡고 시를 낭독해 주었다. 처음 기대했던 것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 첫 만남은 기대보다 더 큰 설렘으로 기억에 남는다. 장애예술교육은 모든 것이 처음이라서 아무것도 예상할 수가 없었다. 처음이었던 그때보다도 돌이켜 보는 지금, 더욱 ‘처음 투성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장애인 참여자 대상의 프로그램이 처음이었고, 전 과정 협업 운영도 처음, 예술치료 분야의 선생님들을 만난 것도 처음이었다. 예상하거나 계획할 수 있었던 것이 별로 없었고, 계획했더라도 실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순간순간마다 배우고, 적용하고, 수정하면서 또 배우는 과정이었다. “준비하지 말 것을 준비하라”(?)는 멘토 선생님의 이야기를 항상 새기고 있다. 너무 많이 계획하지 말고, 계획대로만 하지 말고, 상황 그리고 흐름과 함께 유연하게 하자는 것인데, 어렵다. 매번 참 많이도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유연한 상황을 위해서는 준비할 게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 정해져 있지 않은, 숨통이 트이는, 나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좋다.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조금 성장했다는 뜻 같다.
창작 활동을 통해 관객을 만나는 것과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참여자를 만나는 경험은 어떻게 다른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어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것 같다. 예술로 사람을 많이 만나고 함께하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소통을 위해 예술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만나고 함께하는 시간을 만드는 문화예술교육 과정이 경험의 창구, 소통의 방법이 된다. 관객으로 만났을 때는 내가 열심히 준비한 것을 보여주면 그 이후로는 관객의 시간이 된다. 짧은 대화나 설명조차 그 시간을 방해하는 것 같을 때도 있다. 거리 차, 시간 차가 있다. 뭔가 편지 같은 느낌이다. 양방향이긴 하지만 어느 한쪽의 결정으로 단방향이 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세계관에 있다. 동시에 서로 작용하거나 직접 참여하더라도 지연이 있는 것 같다. 결과 같은 과정이다.
문화예술교육 참여자와는 같은 세계관에 있다. 함께 작업하면서 뭔가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혼자 작업할 때는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 준비하는 편인데, 문화예술교육은 내가 세계관을 열심히 준비해 가면 참여자와 함께 그 세계에서 정해진 시간을 보내고, 즐겁게 뭔가를 만든다. 과정 같은 결과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교육 활동과 자신의 창작 활동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나?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창작 활동과 문화예술교육은 모두 소통의 과정이고, 예술을 통해 꾸려진 내용을 전달한다. 사실 나에게는 문화예술교육이 예술 활동의 한 방식인 것 같다. 예술교육가로 성장하는 것이 예술가로 성장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불안과 긴장이 높고 세상이 두렵다. 그 속에서 느낀 많은 것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찾았지만 이조차 두려울 때가 많다.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우리가 함께 현실에 존재하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를 받아들인다. 이런 환경을 구성하고 같이 경험하는 것이 예술 활동과 삶을 위한 양분, 감각이 된다. 그 과정에서 탐구하고 싶은 주제, 재밌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실험하면서 발전시키기도 한다.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예술을 교육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지금 자신에게 예술교육은 어떤 의미인가?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배우면서 여러 생각이 많은 요즘, ‘교육’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한다. 무책임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가르치러’ 프로그램을 가지 않고 ‘소개하러’ 다니고 있다. 내가 가진 것, 준비한 것을 소개하고, 삶을 위한 감각과 함께한 경험을 만드는 것이 동력이자 목표이다. 참여자들과 만나면 모두가 모두에게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왜 예술교육인가?’도 몇 주째 생각하고 있는 질문이다. 계기는 활동 영역을 넓히고자,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했는데, 지금의 대답은 역시 살기 위해서인 것 같다. 쓰고 나니 왠지 바로 먹고사는 게 연상되는데, 그것도 맞다. 예술로 일하면서도, 뭔가를 소모하지 않고, 이어 나가거나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삶의 감각.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면서 느낀 감각, 자신의 예술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감각이다. 함께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모두 다를 자기만의 그 감각을 같이 찾기 위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이어오는 동안 자신의 활동 방향에 영향을 준 사람이나 경험이 있다면 들려달라.
〈사이:예술학교〉를 하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만나는 분들은 정신재활시설의 성인 참여자이다. 만나기 전에는 반응이 적다는 얘기에 긴장했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따뜻한 응원을 해주어서 오히려 힘을 얻었다. 이들과 만나고,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배우면서, 운영 목표나 방향이 생겼다. 전부터 꾸준히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의 프로젝트로 활동 방향이 기울어지고 있었지만, 이들과 만나면서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고, 관심 주제인 현장성, 즉흥성, 다양성, 자연스러움 등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방식에 변화를 불러왔나?
이전까지는 준비한 수업, 주제, 강사를 선택한 사람들과 만났기 때문에 예고된 내용을 어떻게 더 잘 전달할까를 우선으로 고민했다면, 최근에는 참여자가 직접 선택하지 않은 프로그램에서 만나, 준비한 활동을 제안하는 형태가 더 많았다. 결과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가’보다 어떻게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특히 마주하는 참여자들의 반응은 중요했다.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는지, 지친 사람이 있는지 늘 확인하게 되었고, 다양한 반응은 진행 방향이 되었다. 미리 계획과 상상을 많이 해둘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편이라 항상 계획은 많이 했지만 지루한 표정에 과정을 생략하기도 하고, 방법을 바꾸기도 했다. 그럼에도 계획을 강행하거나 욕심을 부린 것 같은 때에는 죄송도 했다가, 막상 활동에 참여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안심이 됐다가 하는 날들이 지나며 반응의 수용량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작은 반응들에도 왔다 갔다 하는 마음과 계획한 대로 진행했을 때보다 함께 즐겼을 때가 더 좋았던 마음들이 쌓이며, ‘잘 놀았다’ 싶은 프로그램이 역시 가장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장애예술교육 지원사업 〈사이:예술학교〉로 본격적인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자신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참여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배움, 어려웠던 점도 함께 들려달라.
〈사이:예술학교〉는 장애예술교육을 처음 알고, 만나는 기회가 되었고, 장애보다는 개별성을 고민하고 싶었던 생각에 확신을 얻는 과정이었다. 첫해는 모집된 예술가들이 장애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해보는 파일럿 프로젝트였다. 처음에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공부하면서도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다. 어려웠지만 내게는 다양한 참여자들과 부딪히면서 배우는 기회가 되었고, 활동 목표와 의미도 찾게 되어, 지속하는 동력이 되었다.
첫해에 경험과 배움이 컸다면, 올해는 기존 참여 예술가들이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는 흐름이다. 이러한 지속성은 작년에 얻은 동기를 개인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되었다. 첫해 함께했던 기관과 다시 만나게 되어 참여자 대부분과 이미 친숙한 데다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 더욱 깊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작년 활동에서는 음악으로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직접 음악을 만들면서 각자의 고유한 마음과 소리를 담아내고자 했다. 사업에 참여하며 그렸던,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와 연결되는 자유로운 공간과 과정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사이:예술학교〉에 참여하면서 지원사업이 예술교육가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한다고 느꼈나? 실제 활동하면서 생각하게 된 자신의 역할과도 비교해 달라.
처음에 느낀 예술교육가를 향한 기대는 (교육가/선생님/강사보다는) 예술가이기를, 그리고 참여자들 안의 예술가를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내가 느낀 기대와 같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5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완주형 ‘매드프라이드 축제’ 기획을 맡게 되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맞서는 축제의 프로그램과 전시를 준비하며 예술가로서, 문화예술교육가로서의 역할과 활동 의미에 대해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로를 유연하게 연결하며 함께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예술의 커다란 힘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자신과 문화예술교육 제도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은지도 들려달라.
현재 나는 문화예술교육 제도 전반과 학생의 관계로 있는 것 같다. 지원사업, 아카데미 등에 참여하며 배워가는 중이고, 제도가 주는 것을 받고, 이해하면서 따라가고 있다. 이 관계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능동적으로, 문화예술교육 제도와 놀 듯이 놀이처럼 활동하는 모습이다. 이 모습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계속 성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가 동네에서 노는 활동이 제도의 범위로 들어왔으면 싶기도 하다.
제도와의 관계를 넘어, 자신의 삶과 예술 활동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의미가 있나?
문화예술교육은 나의 삶과 예술 활동 사이에서 서로를 연결하고 있다. 내가 삶의 방식으로 선택한 예술조차 버겁고 괴리감을 줄 때가 있는데, 그 틈을 메우고 삶 속에서 예술 활동을 하게 하며,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주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다. 나는 늘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 편에서 떨칠 수가 없었는데,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그 생각을 조금 내려둘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새롭게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달라.
일단 시작해봐야 했다. 많이 공부하거나 준비했어도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지는 시작해봐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조금 두려웠고,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것을 아는 지금도 가끔은 겁이 난다. 하지만 언제나 자연스럽게 즐거움을 찾았고, 찾은 감각을 나누고 싶었다. 아는 맛이다. 누구나 아는 맛인데 직접 시작해보면 엄청 다양한 맛이 있다는 것, 그리고 무조건 나에게 필요한 맛을 찾는 과정이 될 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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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_장수진 사운드아티스트·예술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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