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당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었고,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기대는 무엇이었나?
2013년 국악으로 유아를 만나는 ‘좋은음악 소리랑’(이하 소리랑)을 열었다. 5년쯤 지나 검색창에 ‘소리랑’을 쳐 봤더니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얼쑤 소리랑 놀자〉가 떴다. “우리 수업이랑 닮았네?” 싶었고, ‘지원사업’이란 걸 그때 알았다. 소리랑 강사들은 주로 유아 교육기관에서 특강 강사로 활동하는데, 보통 혼자서 수업을 한다. 양성 과정이 끝나면 선배 강사의 수업을 참관할 기회도 별로 없다. 그런데 지원사업은 주강사와 보조강사가 팀을 이루어 수업을 했다. 선배 강사의 수업을 곁에서 보며 현장에서 배울 수 있겠다 싶었다. 신입과 선배가 한 팀이 되어 함께하며 배우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거기다 재료비도 주고, 컨설팅까지! 격렬하게 하고 싶었다. 그 후 2019년에 김포문화재단의 제안으로 〈옛 이야기가 있는 한옥놀이터〉를 시작했다. 우리는 배움이 필요했고, 재단은 유아를 두려워하지 않는 단체가 필요했다.
새로운 배움을 기대하며 지원사업에 참여했는데, 실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은 어땠나?
유아교육 현장은 2018년부터 유아 중심, 놀이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우리는 2019년에 유아 문화예술교육을 처음 시작했다. 아이들을 오래 만나 온 우리에게 시간과 활동 목표에 맞춰 수업을 끌고 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우리가 잘하던 ‘끌고 가는’ 수업이 문제였다. 그때 컨설턴트였던 고무신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적은 노트를 다시 찾아보니 이렇게 적혀 있더라. “학습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지 마라. 그 순간 행복했다면 충분하니 준비한 활동을 다 하려 들지 마라. 서비스하지 마라. 아이들의 감각을 열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기존의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특별히 힘이 되어준 사람이나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들려달라.
2020년 인천문화재단과 유아 문화예술교육을 할 때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마다 대면과 비대면을 모두 준비해야 했다. 공식 모임이 끝나고 재단 담당자인 정진주 (당시) 대리님이 농담처럼 말했다. “아이들은 교실에 있고 선생님들은 창밖에서 하는 거, 이거 어때요? 소리랑은 될 것 같은데?!” 듣자마자 두근두근 재밌을 것 같았다. 창문을 사이에 두기도 하고, 2미터 간격으로 원을 두 개 만들어 안쪽엔 우리가, 바깥쪽엔 아이들이 서서 장단으로 어울렸다. 멀리서 하는 대면, ‘먼대면’이다. 조금 억지스러웠나? 그래도 만날 수 있잖아! 문화예술교육이 뭔지 애를 쓰고 배우던 2년 차였다. 이게 되나? 이렇게 해도 되나? 고민이 많던 시절이었는데 행정부터 현장까지 울타리가 되어주는 담당자를 만나서 시원하게 해보고 또 해봤다.
아이들과 만나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시도하면서, 예술교육가로서 자신의 역할이나 예술과 교육에 관한 생각도 달라졌나?
우리는 그냥 아이들을 만난다. 국악이라는 멋진 예술을 보여 주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국악을 옆구리에 끼거나 한 손에 들고 아이들과 그냥 만난다. 아이들이 멋쩍어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드러내도록 편하게 만들어 준다. 평가하지 않고 바라본다. 그리고 같이 논다. 그게 예술인지 교육인지는 모르겠지만.
문화예술교육에서의 경험이 기존에 운영하던 소리랑의 수업에도 영향을 주었나? 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나?
지원사업에선 ‘예술가’, 소리랑 수업에선 ‘특별활동 강사’였다. 아이들이 원하는 색깔을 고르게 두는 예술가 선생님이 되었다가, 아이들이 색깔을 고를 수 없는 특별활동 강사가 되는 식이다. 문화예술교육을 만나기 전의 우리는 준비한 활동을 분 단위로 쪼개어 아이들 앞에 좌라락 펼쳤다. 그러다 문화예술교육에서의 경험으로 두 현장의 간극을 조금씩 좁혀 갔고, 어느 순간 두 현장에서의 소리랑이 같은 모습이 됐다. 돌아보면 문화예술교육은 우리의 ‘학교’였다.
수업 방식뿐 아니라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새롭게 배우거나 익혀야 할 것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떤 경험을 했나?
2019년 처음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을 때, 나는 기획 의도, 교육 목표, 기대 효과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다 그 말이 그 말 같아서 쓰다 보면 멍해졌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 예산안도 여전히 어렵다. 다만 지원서를 읽는 사람들 머릿속에 우리가 하려는 현장이 그려지도록 쓰려고 애썼다. 그렇게 머릿속에 그리던 기획을 글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지원사업을 통해 여러 경험을 쌓았지만, 활동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아쉬움도 있었을 것 같다.
코로나 시기에 문화시설과 컨소시엄을 맺고 지원사업을 했다. 우수 사례로 발표까지 한,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다. 그런데 이듬해 다듬고 보완해서 다시 냈더니, 제목부터 거의 다 고치자고 했다. 같은 걸 또 냈다는 평가를 피하려면 완전히 다른 기획처럼 보여야 한다는 거였다. 담당자의 사정도 있었겠지만 1년 동안 갈고 닦은 프로그램을 새로 짜라니.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원하지 않았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에게 문화예술교육은 재미와 배움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사기가 떨어진 그 사업을 이어갈 이유가 없었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자유가 중요하다. 그래야 그다음은 다시 기쁨으로 할 수 있다. 언젠가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그때 시작됐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자유’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지원사업에서 벗어나 활동하면서 새롭게 얻은 자유나 가능성은 무엇인가?
제도 안에선 늘 누군가의 시선 안에 있었다. 눈치 볼 정도는 아니어도 자유롭진 않았다. 지금도 팀으로 예술교육을 하지만, 지원사업이 아니라 용역이다. 평가받는 판과 믿고 맡기는 판은 다르다. 발주처의 의도에 따라 프로그램을 준비하지만, 해마다 새로 선정되기 위해 하는 작업과는 마음이 다르더라. 지원사업을 하는 동안에도 소리랑의 자체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했다. 그 시간이 쌓여 자체 프로그램의 가능성과 시장 장악력이 커졌다. 지원사업은 재계약이 없는, 불편하지만 안락한 남의 집이다. 평가는 받아도 지원이 넉넉해 좋은 점이 많다. 하지만 선정을 기약할 수는 없으니 한 해 계획을 온전히 내 것으로 세울 수 없다. 작은 집이라도 내 방 한 칸이 있으면 든든하다. 해마다 이사 가지 않을 자유, 고유성을 지킬 자유.
지금은 지원사업을 떠나(?) 있지만, 앞으로 문화예술교육 제도와는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
그만둔 건 제도에 실망해서가 아니다. 언젠가 다시 배우고 싶어지면, 그때 또 문을 두드릴지도 모르겠다.
소리랑만의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
가장 큰 힘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다는 기쁨이다. 국악을 오래 수련한 전공자들이 그걸로 먹고산다. 무대가 그리운 강사에겐 공연 기회를 주고, 섬세한 전통놀이는 제값 받고 판다. 회사는 팔 게 늘고 강사는 연주를 쉬지 않으니, 모두 좋다. 소리랑은 구성원의 ‘하고 싶음’을 따라 움직인다.
소리랑은 구성원의 “하고 싶음”을 따라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활동이나 새롭게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막걸릿집. 막걸리를 너무 좋아하는 소리랑 강사 보리 님의 버킷리스트다. 2층에서 일하다 4시에 퇴근하면 1층 막걸릿집으로 출근하자는 거다. 소리랑 일을 조금 줄여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것부터, 어떤 메뉴에 어떤 공연을 올릴지 ‘월간 공연 라인업’까지 생각보다 꽤 구체적이다. 문제는 손님보다 우리가 먼저 먹어 치울 것 같다는 거다. 다른 하나는 가족이 찾아오는 작은 공간이다. 우리는 주로 기관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만나는데, 엄마와 아이, 그 가족이 따로 찾아와 공연도 보고 놀이도 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 아주 작은 공연장 같은 곳이면 좋겠다. 꼭 국악이 아니어도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공연을 함께 올리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바라는 중이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비슷한 길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이 판엔 아는 걸 나누길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적어도 내가 본 사람들은 다 그랬다) 배우겠다고 솔직하게 다가가면 누구든 알려 준다. 그러니 생각은 조금만. 혼자라면 선정된 단체에 강사로 들어가 보고, 단체라면 전문가에게 메일 한 통 보내 조언을 구해보자. 정답도, 꼭 거쳐야 할 길도 없다.
“하고 싶다면 일단 문을 여세요. 두드리세요. 똑똑똑.”

이메일 sorirang01@naver.com
인스타그램 @_sorirang_official 블로그 @sorirang01
- 사진 제공_김미선 좋은음악 소리랑 대표·예술교육가
정리_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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