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춤에서 삶을 만나는 춤으로

예술교육가의 경로③ 넓어지고 깊어진 인생의 사명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제도가 대상과 영역을 넓혀오는 동안,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역할과 경로도 다양해졌다. 서로 다른 시기와 계기로 문화예술교육을 만나 활동해 온 일곱 명에게 어떻게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해 활동을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제도와 관계 맺으며 어떤 경험과 고민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물었다. 이들의 경험과 고민, 지금의 이야기에서 또 다른 경로를 상상해 보자.
Q.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당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었고,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기대는 무엇이었나?

A.

발레를 전공한 뒤 대학과 예술고등학교에서 엘리트 무용교육을 해 왔고, 무용수와 안무가 활동을 병행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2004년 한국메세나협의회가 주최한 전국 보육원 대상 예술강사 사업에 무용 부문 서울 강사로 선발되면서 문화예술교육을 처음 시작했다. 이후 2008년부터 10년간 초등학교에서 예술강사로 교과 수업을 맡았다. 내 안에는 늘 더 많은 사람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다. 나는 무용을 늦게 시작했다. 어린 시절 무용은 사교육으로만 배울 수 있었고, 나에게는 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교육 안에서 무용 수업을 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이 춤추는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을 표현할 때 부끄러워하거나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랐다.

Q.

엘리트 무용교육을 받아오다 처음 초등학교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들어갔을 때, 기존에 해오던 교육과 어떤 차이를 경험했는가? 처음 기대했던 것과 실제 현장은 어떻게 달랐는지도 궁금하다.

A.

현장의 분위기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정답이 없는 수업이었기에 모두가 적극적이었다. 학교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고,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다만 아이들이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다음 수업 시간에 방해가 된다는 피드백을 듣기도 했다. 예술강사 생활은 몸은 고됐지만, 학생들의 순수한 표현에 감탄하고 그들이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엘리트 교육에서는 부정적인 교수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반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는 칭찬과 격려의 말을 건네면서 학생들이 움직이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표현의 폭을 넓혀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찾아가는 발레교실
Q.

문화예술교육을 이어오면서 자신의 교육에 관한 생각이나 역할에도 변화가 있었는가?

A.

교수자의 리더십에 따라 학생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교수 역량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이 고민은 서번트 리더십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고, 무용교육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담아 『유아무용지도자를 위한 유아무용 가이드북』(2023)과 『무용교육 이론부터 실제까지』(2024)를 출간했다. 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생애주기별로 문화예술교육을 해온 경험이다. 2024~2025년에는 ‘영유아학교 시범사업’에서 발레 교육을 진행했고, 지금은 시민대학 7학년 과정에서 <몸의 품격> 수업으로 발레 움직임을 시니어의 삶에 적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몽골, 베트남에서도 여러 차례 무용교육 특강을 진행했다. 대상과 장소는 달라도 춤을 통해 표현이 열리는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이 일을 계속할 힘을 얻었다.

Q.

학교예술강사에서 아르떼 아카데미 강사, 꿈의 무용단 무용감독으로 활동을 넓혀왔다. 활동 영역이 확장되면서 예술교육가로서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A.

아르떼 아카데미 강사로 예술강사 양성에 참여하면서, 예술가에서 예술교육가가 되며 얻은 가치와 경험을 나눌 수 있어 무척 좋았다. 특히 수업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단계에서 나의 경험을 나누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 꿈의 무용단과의 인연은 키움센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너랑나랑 발라레> 프로그램 반응이 좋았던 덕분에 2023년 송파 꿈의 무용단 무용감독으로 함께하게 되었다. 꿈의 무용단은 취약계층 단원들에게 무용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기에, 기회가 왔을 때 꼭 해보고 싶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과정 안에서 무용의 역할을 확인하고 학교교육의 연장선에서 무용교육을 했다면, 꿈의 무용단은 내가 전공한 발레를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펼치며 전문성을 더 적극적으로 발휘할 수 있었다. 발레는 공교육에서 쉽게 접하기 어렵지만, 발레를 통해 신체 인지와 표현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역사와 철학을 통한 시공간의 감각, 예의와 매너, 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움으로 이어지는 것이 가능해졌다.

Q.

예술가에서 예술교육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연수와 양성과정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A.

활동을 시작한 2008년에는 예술강사가 3년에 걸쳐 상당히 많은 시수의 연수를 받았다. 아르떼 연수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예술가로서의 전문성은 대학에서 배웠지만, 예술교육의 철학과 방향은 진흥원의 연수를 통해 정립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나만의 교육 가치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진흥원의 성장과 함께 나 역시 예술교육가로 성장해 왔다고 생각한다.

  • 꿈의 무용단 송파-키즈 에뚜왈
Q.

활동을 시작한 때와 비교해 지금 정책사업과 제도가 예술교육가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달라졌다고 느끼는가? 자신의 교육 방향과 제도의 방식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A.

처음 시작할 때는 학교예술강사가 교과 안에서 초등학교 학년별로 수업을 구성하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은 대상과 환경에 대한 요구 분석을 통해 목표를 세우고 내가 무엇을 줄 수 있는지보다 학습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해 전체 과정을 설계한다. 그만큼 예술교육가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서 교육의 방향과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것으로 넓어졌다고 느낀다. 문화예술교육은 과정 중심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원사업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다 보니 공연이나 발표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때마다 과정과 결과 사이에서 고민에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문화예술교육이 예술을 단순히 경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Q.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제도에서 아쉽거나 달라졌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

A.

나는 문화예술교육 제도 안에서 성장하며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그 과정에서 예술가가 교육가로 거듭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체감했다. 문화예술교육사 제도가 이렇게 큰 의미를 갖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일정한 교육과정 이수만으로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방식에는 아쉬움이 있다.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은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최소 5년에서 10년 동안 매일 인고의 시간을 들여 전공 기술을 연마하고, 대학에서도 일정한 과정을 이수한다. 문화예술교육사의 자격 역시 충분한 배움과 경험을 거쳐서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예술교육 현장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예술가가 적지 않다. 문화예술교육을 자신이 받은 엘리트 예술교육으로 여기고, 대상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이 배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현장이 많아 안타깝다. 문화예술교육 제도 안에서 성장해 온 사람으로서, 앞으로 제도가 자격을 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가가 교육의 철학과 방향을 고민하고 갖춰가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 <발레살롱> 강연
Q.

지금 자신의 삶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의미인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지도 궁금하다.

A.

문화예술교육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윤활유이자 개개인의 삶의 가치를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험이라고 믿는다. 또한, 예술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나 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러한 믿음이 나를 지금도 이 자리에 머물게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내 인생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영유아부터 초등학생, 시니어까지 생애주기에 따라 춤을 나누며 삶의 어느 시기에나 춤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해왔다. 앞으로도 춤을 통해 사람들의 삶과 만나는 일을 계속하며 그 사명을 이어가고 싶다.

Q.

문화예술교육에 새롭게 들어오려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싶은가?

A.

예술가에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창작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교육은 다른 문제다. 자신이 해온 예술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예술교육이 어떤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지 방향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엘리트 예술교육의 경험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을 통해 삶에 필요한 창의적 사고와 표현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줄 수 있는지보다 참여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살피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이은선
이은선

발레를 전공했지만 춤을 늦게 시작했다. 어릴 적 배울 기회가 없었던 그 시간이 오히려 누구나 춤출 수 있는 교육을 꿈꾸게 했다. 무대에서 춤추고 작품을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보육원 아이들을 만나며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했다. 지금은 ‘꿈의 무용단 송파-키즈 에뚜왈’ 단원들과 발레로 작품을 만들고, 서울 시민대학 7학년 교실에서 ‘몸의 품격’을 나누고 있다. 서울발레페스티벌에서는 무대의 경계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을 열어 왔다. 삶의 어느 시기에나, 누구에게나 춤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인스타그램 @grace_etoile_dance

사진 제공_이은선 송파 꿈의 무용단 무용감독
정리_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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