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부터 시작하는 턱 없는 세상

모두의 예술교육⑤ 접근성에 관한 오해와 이해

휠체어 타는 딸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장애를 무의미하게’ 무의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휠체어 이용자들의 눈높이로, 시민 200여 명이 모여 만든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는 그 지도를 쓸 필요가 없는 현장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였다. 그 후 10년이 지나, 무의는 서울지하철에서 휠체어 눈높이의 표지판 디자인인 ‘모두의 지하철’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접근성이 필요함을 설득하고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은 이렇게나 지리하고 길다. 접근성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속해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장애는 장애인 수만큼 다양하고 시대에 따라 요구사항이 달라지기도 해서다. 접근성에 대하여 법적 기본 의무를 준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법 기준에서 ‘이만큼만 하면 되겠지’라며 멈춘다면 다양한 이들의 진짜 필요를 담아낼 수 없다. 무의가 다양한 접근성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꼈던 점을 정리했다.
제3회 걸즈온휠즈(Girls on Wheels) 토크콘서트(2025.11.)
휠체어 탄 멋진 언니들에게 들어 보는 ‘학교를 바꾸거나, 내가 바뀌거나’
오해 1: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된다
무의는 2024년 배리어프리 지향 마라톤인 ‘키움런’을 개최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개최한 마라톤이었는데 ‘장애인을 위한’ 마라톤이 아닌, 누구나 달릴 수 있는 마라톤을 만들었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섞여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다양한 러너를 고려한 탈의실이나 몸풀기 동작, 부상 케어 부스, 심신 안정실 등을 마련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모두가 섞여, 함께 달린다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거였다. “다른 러너들에게 치일까 봐 엄두도 못 낸다”라는 한 휠체어 이용자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배제를 많이 당하다 보면 스스로를 분리하고 배제하게 된다. 키움런을 기획하며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바로 이 ‘심리적 턱’을 없애는 것이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열린 대회였지만 부득이하게 꼭 ‘장애’라는 단어를 언급해야 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개회사에서 ‘장애’라는 말을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대신 “오늘은 같이 달리는 날입니다. 다양한 러너들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동료 러너 중 누구라도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함께러너’라는 제도를 운영한 것도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보자는 마음을 참가자들에게 갖게 하는 요소가 됐다. 휠체어 타는 여성들의 이야기 ‘걸즈온휠즈’ 2025년 토크콘서트에서는 ‘학교’를 주제로 했다. 참가한 장애 학생들 상당수가 체육이나 소풍, 야외 활동 등에서 배제된 경험을 이야기했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배제나 분리되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배리어프리 지향 마라톤 키움런(2025.4.)
오해 2: 접근성 정보는 별도로 문의하면 된다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캠퍼스 접근성 지도가 정문 바로 옆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게시되어 있었다. 단순히 엘리베이터, 경사로 안내뿐만이 아니었다. 농·난청인 메시지 시스템이 있는 빌딩, 인터폰·터치패드·자동문이 있는 건물, 안내견용 화장실, 길 경사도, 휠체어 접근 가능 우회로까지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 정보가 장애인에게만 유용할까? 언어가 자유롭지 않은 외국인, 인터폰에 당황하는 첫 방문자, 자전거 이용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반면 한국에서 접근성 정보는 따로 요청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접근성 정보는 ‘특정인을 위한 특별 정보’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기본 정보’가 되어야 한다. 무의는 학교별로 휠체어 접근성을 조사하고 공개를 촉구하는 ‘모모탐사대(모두의 학교 by 모두의 1층)’ 프로젝트를 2025년 11월 실천교육교사모임과 시작했다. 학생과 교사가 학교 휠체어 접근성을 조사하고 학교별로 장애 접근성 가이드를 만드는 활동이다. 딸이 고교 진학을 알아볼 때 일일이 학교에 전화해 접근성을 물어봐야 했던 경험을 토대로 했다. 특히 장애인 화장실 관리 상태나 엘리베이터 운영 정책 등을 알아보고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토의하는 활동도 포함돼 있다. 장애 학생, 학부모가 학교 접근성을 일일이 알아볼 필요 없이 학교 홈페이지에서 공개한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의 교육권이 확대될 것이다.
우리 장소부터, 우리 조직부터 장애 접근성을 수집해 보고 외부 손님이 장애 접근성을 ‘기본 정보’로 접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 보자. 예를 들어 해당 장소에 접근할 때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지, 장애인 화장실, 장애인 주차구역, 엘리베이터 등의 안내와 휠체어로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 등의 요소로 구성할 수 있다.
  • 모모탐사대(모두의 학교 by 모두의 1층)
     
  • 2024년 YG엔터테인먼트의 장애인 팬 공연 접근성
    가이드 제작을 위해 장애 당사자들과 공연장 방문
오해 3: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무의가 YG엔터테인먼트에서 장애 접근성 가이드를 만들기 전, YG가 발간한 「지속가능공연보고서」를 봤을 때 한 문장이 마음에 꽂혔다. “예매 절차에서 일부 장애인 팬들이 일반석을 구매하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추후 더 보완하겠습니다.” 기업 보고서에 성과만 담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계점까지 솔직하게 적었다. 접근성에는 100% 완벽하다는 것 자체가 없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것은 우리 조직의 장애 접근성을 공개하겠다는 결심 자체일 수도 있다.
(왼쪽)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현대로템과 함께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구간 표지판을 제작하는 ‘모두의 지하철’
(오른쪽) 시민 리서처들과 함께 한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활동(2018)
무의는 지도 제작을 넘어 교통약자 지하철 환승 표지를 디자인하고 실제 부착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턱을 낮추는 법
무의의 슬로건은 ‘턱 없는 세상’이다. 물리적 턱, 심리적 턱, 인식의 턱을 낮춘다는 것이다. 어떤 시설을 바꾸어 물리적인 턱을 없앤다는 건 쉽지 않다. 인식의 턱을 낮추는 행동과 실천은 일상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무의는 후원자들을 비롯해 일상에서 가장 먼저 턱을 알아차리고, 함께 없애는 사람들을 ‘무의 펠로우(Fellow)’라고 부르기로 했다. ‘펠로우’라는 이름에는 ‘전문가’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실제로 장애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쌓게 되기 때문에 ‘장애 전문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 누구라도 상대방의 다름과 다양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전문성이 될 수 있기에 펠로우라는 호칭을 붙였다.
접근성의 가치는 계속 변화하고 확장된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20%를 돌파하고, 노인·장애인·임산부·영유아 동반자 등을 포함한 이동약자가 30%를 넘어선 한국에서 물리적이든 정보 차원이든 접근성 향상은 미래 서비스와 디자인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될 것이다.
다음은 무의 펠로우들에게 권하는 일상의 실천이다.

‘장애인’을 지칭하는 표현과 함께 사용할 필요가 있을 때는 ‘비장애인’이라고 표현해 주세요.

– ‘일반인’ ‘정상인’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해 보일 때 일방적인 행동보다 “도와드릴까요?”라고 먼저 물어봅니다.

– 대신 결정하거나, 동행인에게 물어보는 대신 본인 의사를 묻고,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 때 이동약자를 보면 내려서 이동약자를 위한 자리를 확보해요.

– 엘리베이터는 모두가 이용할 수 있지만, 이동약자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에요.

– 나 한 사람의 행동이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사례, 퀵보드/공유자전거가 길을 막고 있는 것을 보면 국민안전신문고(등 신고앱)에 신고해요.

–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지켜지지 않는 일을 당연하도록 만들어 보아요.

청각장애인(농·난청인)은 수어, 구화, 필담 등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해요.

– 수어로 이야기할 때는 손 움직임과 표정이 잘 보이도록 해주세요.

– 필담으로 이야기할 때는 종이와 펜 또는 휴대폰 메모장을 활용해 천천히 대화해 보세요.

– 구화로 이야기할 때는 마주 보고, 입 모양은 작지 않게, 또박또박 말해보세요.

시각장애인을 안내할 때는 위치 방향과 주변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며 안전하게 동행해요.

– 길 안내 시 전후좌우와 주변 상황을 설명합니다.

–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등의 색깔을 알려주며 함께 건넙니다.

– 시각장애인과 함께 걸을 때는 이용하는 흰 지팡이를 쥔 손의 반대편에 서서 동행합니다.

–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시각장애인이 잡기 편하도록 팔을 내밀고, 반걸음 정도 앞서 걸으며 길을 안내합니다.

발달장애인과 신경다양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어요.

– 당사자에게 선택과 결정권이 있음을 명심하고 동행인이 있더라도 당사자와 직접 소통합니다.

– 상대방의 속도와 표현 방식을 존중해 말과 그림, 글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합니다.

행사나 모임을 주최할 때, 서로 다른 몸과 감각을 가진 사람들의 접근성을 고려해봐요.

– 접근성, 편의시설, 의사소통, 식단 등 도움이 필요한지 사전에 물어보면 좋습니다.

– 제공하는 접근성 서비스(예. 장애인화장실, 장애인 주차 정보 등)를 미리 기재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요.

홍윤희
홍윤희
‘턱없는 세상’을 지향하며 접근권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민관협력을 통한 경사로 확산과 제도 개선을 하는 ‘모두의 1층’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표지개선사업인 ‘모두의 지하철’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yhhong@muui.or.kr
muui.or.kr
모두의1층.org
사진제공_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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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11월 27일 at 1:34 PM

    나와 우리부터 시작하는 턱 없는 세상
    모두의 예술교육⑤ 접근성에 관한 오해와 이해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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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11월 27일 at 2:38 PM

    나와 우리부터 시작하는 턱 없는 세상
    모두의 예술교육⑤ 접근성에 관한 오해와 이해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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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2025년 11월 29일 at 1:29 AM

    심리적 턱까지 없애야 진짜 배리어프리라는 말이 너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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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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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11월 27일 at 1:34 PM

    나와 우리부터 시작하는 턱 없는 세상
    모두의 예술교육⑤ 접근성에 관한 오해와 이해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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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11월 27일 at 2:38 PM

    나와 우리부터 시작하는 턱 없는 세상
    모두의 예술교육⑤ 접근성에 관한 오해와 이해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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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2025년 11월 29일 at 1:29 AM

    심리적 턱까지 없애야 진짜 배리어프리라는 말이 너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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