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지금은 잊힌 노래지만 우리 또래 사람들의 어린 시절 심장을 강타한 순정만화 <캔디> 주제곡(TV 애니메이션)의 한 구절이다. 필자는 학교 현장으로 예술교육을 가거나 학교 순회공연을 갈 때 이 노래를 왕왕 흥얼거리곤 했다. 학교나 교사들이 예술가, 예술가교사들을 맞이하는 방식이 환대는커녕 불청객 보따리장수 취급을 받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즘은 약간 변화가 있다. 인터넷을 검색한다거나 풍문으로 공연에 대한 소개와 평론가나 관객의 평가를 찾아본 이들, 정말 간혹 우리 극단의 공연을 본 경험이 있는 교사가 있으면 손님을 맞이하는 환대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그런데 예술교육 활동에는 냉대 수준을 떠나 유령 수준의 ‘맞이’일 때가 많다. 왜 그럴까?
고립과 고독에서 벗어나 예술교육 확장하기
필자는 예전부터 예술교육이야말로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줄곧 이야기해왔다. 특별한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을 위해 하는 특별한 것이었던 예술이 근대 이후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누려야 하고 무엇이든 예술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했다. 하늘에 있던 예술이 땅으로 내려왔지만, 창작과 관람의 구별, 창작자와 향유자의 구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 새로운 기술혁명과 민주주의 시대는 창작자와 향유자의 구별이 확연한 예술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관객을 그저 보기만 하는 역할에서 확장하고 해방하는, 지금 이 순간 창작과 향유의 모든 것이 촉발되는 수평적인 경험이 이루어지는 예술교육이야말로 새로운 예술의 패러다임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감각과 통찰이 있는 예술교육의 중요성은 굳이 지면에서 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인식되어있다.
이렇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임무를 띠고 역동적으로 활동해야 할 예술교육이 여전히 유령 취급을 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필자의 생각에는 그 공간에 함께 있지 않았던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태생적으로 막혀있는 예술교육 활동의 특성 때문이라 추측된다. 보통의 예술은 평론을 통해서 작품의 의미를 분석하고 알리고 접근성을 높여준다. 그런 의미로 평단의 평가는 작업을 유지 발전하고 관객을 만남에 있어서 저변을 확대해 준다. 예술은 이런 ‘다리’를 통해 관객을 만나는 하나의 필터를 장착함으로써 더 확장되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은밀하고 공간과 참여의 제한이 많은 예술교육은 어떻게 이런 확장을 해나갈 수 있을까? 평론의 역할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현장에서 이런 고민이 정말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고민은 우리를 알아봐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누군가 봐준다면,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를 같이 고민하고 찾아주고 읽어준다면, 우리가 좀 더 도약하고 발전하고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텐데 하는 마음일 것이다. 예술은 창작 과정이 고립되고 고독하다면 예술교육은 바로 그 현장 자체가 고립되고 고독하다. 미래 사회에 새로운 예술의 패러다임인 예술교육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 시기에 고립에서 벗어나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필자와 동료들은 먼저 자체적인 비평 능력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을 설계했다. 예술교육가 ‘체크리스트’인데 수업 전과 후에 질문양식을 통해서 나의 작업(예술교육)을 스스로 평가해보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전에 나의 수업 안이 나와 내 교실을 어떻게 연결하고 나의 질문과 사유는 지금 여기에 적절한 것인가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것이다. 또한 나의 활동이 그것들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참여자들을 자발적으로 과정 안에서 경험하게 만들 것인지 구조를 고민하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예술을 창작할 때처럼 예술교육 또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수업 후의 체크리스트에서는 계획한 대로 실행했는가에 절대로 방점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내가 참여자들의 반응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활동의 진도를 강행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예술교육은 교과수업의 연장으로 지식을 전달하거나 예술의 기능을 익히는 진도가 중요한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의 경험을 살피고, 예술가교사의 적절한 반응과 상황에 따른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그럴 때 나의 활동 안 자체의 문제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예술과 다른 부분이다. 수업 전의 리스트는 마치 예술의 창작 과정도 매우 유사하지만, 수업 후의 리스트는 예술가가 본인에 집중한다면 예술교육가는 그 현장에서 나와 함께하는 또 다른 예술가 즉 참여자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이것만으로는 고독함을 떨칠 수가 없다. 그래서 초대해야 한다. 동료 혹은 주변의 예술가교사들을 기꺼이 나의 작업장-교실 안에 초대해서 함께 수업을 공유해본다. 직접 들어와서 함께 하기 어려운 공간이라면 녹화해서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다. 혹독한 평가를 받게 되더라도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연대의 마음을 통해 고립감에서 탈출할 수 있으리라.
성장과 확장을 위한 공공의 역할
개별적인 영역에서의 고민도 중요하지만 공공의 영역, 즉 기관의 역할도 다양한 방식으로 더 확장되어야 한다. 필자는 지난 8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새로운 연구과제를 실행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김붕년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과 함께 미적 체험에 중심을 둔 예술교육 활동이 어린이들의 뇌와 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기초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양한 정신분석 기법과 뇌의 변화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기기들을 부착하여 문화예술교육의 변화를 생체지표 기반으로 분석하는 이 파일럿 테스트는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예술 경험의 효과를 객관적 수치와 눈에 보이는 자료로 설명하고 입증할 필요가 있음(제발 앞으로는 이런 입증이 없어도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을 필자도 느꼈기에 기꺼이 연구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연구 과정에서 소아정신과 의료진들과 뇌인지 과학자들을 만나면서 나 자신도 더욱 확장되고 예술교육의 효과를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또한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수업과 참여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여자의 반응에 대한 정보가 새롭게 업데이트되었다. 그로 인해 수업을 수정 보완하며 다른 언어로 설계하고 설명할 수 있는 훈련을 받게 되었다. 서로 분야는 다르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활동에 지지와 연대를 나누는 그 순간이 지금도 나를 든든하게 해주는 기억이다.
이렇듯 공공의 영역에서는 개별적으로 할 수 없는 다양한 방식의 만남 지원, 지지, 연대 그리고 알려내기(이것은 홍보와 마케팅의 언어가 아니다)의 활동이 필요하다. 이것은 예술교육가의 활동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술교육 안에서 새로운 평론의 역할을 다양하게 만들어 내는 것은 궁극적으로 예술이 바꿀 미래 세상, 예술이 여전히 지켜낼 과거의 유산을 함께 만들고 지켜내는 것이다.

- 남인우
- 극단 북새통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가믄장아기> <소년이그랬다> <불꽃놀이> <사천가> <억척가> <래러미프로젝트> <모두를 위한 공연 _ 똑똑똑> 등 어디서든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공연의 형식, 전통예술의 현대적 수용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다양한 관객층을 아우르며 작품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예술의 교육적 가치, 예술의 힘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한다. 최근엔 예술가가 주도하는 예술교육센터를 꿈꾸고 있다.
skyperl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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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고된 길, 그래서 반드시 함께
넓어지고 깊어지는 환대의 예술교육 비평
공감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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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점입니다
예술교육 가는 길이 보따리장수처럼 느껴졌다는 문구가 너무 안타깝고 또 그만큼 공감도 됩니다. 혼자는 약하지만, 약하다고 느끼기 쉽게 만들지만, 함께는 강하고, 나의 강함을 인지하게 만듭니다. 지원, 지지, 연대 그리고 알려내기의 중요성을 깊이 통감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기관에서 문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관의 역할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 주민들이 문화•예술•공연을 향유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이군요. 더 많은 사람들이 다채로운 문화•예술•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고민하야겠네요!
예술교육의 고독을 이렇게 날카롭게 짚어낸 글, 오래 곱씹게 된다
예술교육가의 체크리스트가 인상적이었어요. 교육의 길은 외롭고 고되지만 반드시 나아가야 할 경로이지요. 다시한번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맞아요 예술교육을 하다보면 수업 진도에 맞게 해야하는건지, 아이들과 상호소통을 더욱 중요시해야하는건지 고민이 될 때가 많아요.
갇혀있지 않고 더 나아가서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히고 쌓아가야겠다고 느끼게 해주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