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꾸밈말도 붙일 필요가 없는 봄, 그 자체로 아찔, 어찔한 봄님이 오셨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허기진 채 깨어나고, 꽃샘추위를 이겨낸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어나며, 황사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아이들이 새 학년을 맞이한다. 이리하여 봄은 시작을 의미하지만 괴로움과 어려움을 동반한다.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그런 의미에서 봄과 같다.

 

 

꽃피움의 의지

 

「국가별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 자료집」을 통해 전 세계에서 문화예술교육을 가장 다양하고 화려하게 꽃피우고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의 국가들의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찬찬히 살펴보면 문화예술은 학교교육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시작에는 봄과 같이 괴로움과 어려움이 동반한다.
영국의 문화예술 영역 전반에 대한 정부 지원 삭감 조치, 공적 구조에 의존한 프랑스의 문화예술교육 지원 정책, 독일의 문화 다양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정책의 노력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잔존해 있는 국가 이기주의, 비영리 단체와 재단의 후원 혹은 학교와 학부모의 의지에 의해 문화예술교육이 좌우되는 미국 등의 상황은 얼핏 보기에도 쉽지 않다. 하지만 문제적 상황은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키므로 이들 국가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더욱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다.

 

 

진화하는 시샘

 

이들 국가의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 ‘꽃’들 중에 ‘샘’내야 할 사례들이 많이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꼽아 본다.

 

영국의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 사례들 중 가장 샘이 나는 것은 교육 프로그램이나 커리큘럼이 아닌 데런 힌리(Darren Henley)라는 사람과 그 한 개인을 대하는 영국 정부부처의 태도이다. BBC Classic FM의 디렉터 데런 힌리는 영국의 문화예술교육 정책 지형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책제안서 「영국의 문화교육(Cultural Education in England)」을 통해 24개의 정책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에 “교육부는 정책제안서에 대한 답변을 발표하였으며, 대부분 데런 힌리의 정책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인과 정부가 이질감 없이 서로를 보듬어 안고 문화예술교육의 더 나은 내일로 발돋움한다, 일찍이 경험한 바 없는 너그러움이다.

 

프랑스의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샘’나는 점은 그 대상 분야가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음악, 미술, 체육 수업의 범주를 넘어서 건축, 도시계획, 환경, 문서 보존, 조형미술, 미술관 및 박물관, 문화유산, 공연 등 다양한 영역까지 문화예술교육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교과과정에도 반영되어 있다. 요즘에는 과학기술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어 과학 문화를 주제로 한 연극이나 전시들이 지속적으로 기획되고 있으며 이것이 학교교육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 중 ‘샘’나는 사례는 문화예술교육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종일반 제도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도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저소득층 아이들의 소외 현상이 사회 문제로 발전하면서 학교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시됨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정책이다. 종일반 운영으로 학교는 “배우는 장소가 아닌 삶의 공간”이 되었고,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의 학교교육에 대한 큰 변화를 일으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미국의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강점은 예술교육 철학의 기본을 공고히 한 교육철학자들이 시대별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바탕 철학이 있기 때문에 학교를 둘러싼 정책이 다소 변화하더라도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펼칠 수 있다. 또한 최근 통합교육이 눈에 띄게 활성화되는 데 기반이 되었다.

 

또한 이 책에는 한국의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 발전 과정과 사례도 소개되어 있으며 각국의 사례들을 한국의 그것과 비교해볼 수 있다.

 

 

봄의 전언

 

정책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어렵고 골치가 아프며 우리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어 보여 가까이 하고 싶지 않지만, 모르면 왠지 손해 보며 살고 있는 느낌을 주는 난감하고 떨떠름한 떫은 감 같은 것이다. 정책은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책이란 사전적 정의가 있지만, 교육과 정책의 비전문가인, 절대 다수의 평범한 시민의 위치에 있는 내가 내린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정의는 ‘학교가 봄을 맞이하는 의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은 모두 이 책 덕분이다.

 

리뷰의 마지막은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독일의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 관계자의 말을 빌리고 싶다.

 

“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은
한 사회를 유지하고 좀 더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드는 중요한 사회적 유산을 후세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 독일 문화부 장관 베언 노이만(Bernd Neumann)

 

 

글 | 국가별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자료집 정리 김자영

 

 

「국가별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 자료집」은 지난 10여 년간 정책적으로 추진되어 온 국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현 위치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고자 하는데서 출발했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의 예술교육분야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최근의 정책과 정보들을 조사‧분석하되, 각 국가별 시스템 및 사회, 경제, 문화적 맥락 속에서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의미와 방향을 파악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국가별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의 특성과 변화 추이, 문화예술교육의 개념과 주요 용어, 법률 등을 확인하고,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교육 운영 시스템과 현황 등을 비교함으로써, 한국의 학교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특성을 파악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더불어 한국의 학교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유사한 정책과 사례들을 수록하였습니다.

 

본 자료집이 국내 학교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분들에게 다각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제교류팀

 

ㅡ 국가별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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