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배우며 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동료 상담실④ 예술교육 프로젝트 성찰하기

월장석친구들은 서울시 성북구 상월곡의 천장산우화극장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예술인 네트워크다. 지역 사회에서의 공존과 협력을 기반한 문화·예술생태계에 자리하며 또한 지향한다. 월장석친구들의 예술교육 프로젝트 ‘서서히학교’는 ‘동네 주민 모두가 천장산우화극장의 주인’이라는 기조에서 출발했다. 극장이 있는 마을을 상호 배움의 토양으로 만들자는 목표로 하우스어셔 교육에서 창작, 비평까지 다루었다. 어떤 것은 잘 되었고, 잘 안되기도 했다.
상담 일시‧장소 : 2025.10.27.(월) 온라인
동료 상담가 : 츄(추일범, 시인 겸 직장인), 다잉(성다인, 독립기획자), 오배(오선아, 배우)
동네 할머니가 문 열어주는 극장이라니
  연극이나 극장 기반의 예술교육이라면 대체로 시민 연극으로 모이잖아요. 그런데 서서히학교는 주민이 하우스 어셔가 되는 ‘극장지배인’ 과정으로 출발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오배  극장은 당연히 공연을 올리는 공간이에요. 하지만 연극배우로서 영감받고 사람을 만나는 일은 마을과 거리를 가리지 않잖아요. 천장산우화극장은 도서관의 유휴공간을 마을의 공론장으로 만들려는 과정에서 탄생한 극장이니까 극장과 가까이 살고 가장 많이 찾아와줄 사람들이 극장과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었어요. 연극을 배우고 발표를 체험하는 게 아니라, 극장을 배우고 극장을 가진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공부하는 거예요. “동네에 사는 할머니가 문을 열어주는 극장이 있다면 멋질 것 같지 않아?” 그런 풍경을 꿈꾸면서 시작했어요.
다잉  저는 예술을 통해 돌봄을 넓히고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연극인이라면 극장과 창작자, 관객의 유입, 그들의 관계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하잖아요. 서서히학교는 극장지배인이라는 과정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우리의 생애와 삶에 있어 ‘극장의 역할은 무엇인가’에서 ‘어떤 극장이 가능한가’까지를 고민하는 프로젝트가 됐다고 생각해요.
서서히학교 ‘극장지배인’ 과정
목표는 있는데 방법을 모른다면
  상호 배움이라는 건 어떤 경험을 공유하는 사이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기도 한데 서서히학교에서 유난히 중요하게 여겨졌던 개념이죠. 서서히학교에게 상호 배움은 뭐였어요?
오배  상호 배움은 추구했다기보다 모르는 길을 가기 위해 택한 태도예요. 서서히학교는 어떤 교육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극장’이라는 감각을 공유하는 걸 목표로 했거든요. 공동의 목표가 있지만 방법을 잘 모를 때는 서로 배우면서 가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강사가 해결책을 골라주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서로를 성장시키는 거죠. 예를 들면, 극장 에티켓을 배우는 시간에 공연 중에 전화벨이 울리면 받아야 한다는 참여자들이 있었어요. 남편이 아플 수도 있고 집에 급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전화를 안 받냐고 하면서요. 같은 동네 사람들에, 어르신들과 함께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이럴 때 ‘극장은 이래야만 한다’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공연이 예술가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라는 관객에게 공연을 보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의 극장 에티켓을 만들어가는 거죠.
다잉  극장에는 분명 어떤 보수적이고 ‘빡빡한’ 부분들이 있어요. 거기에 완전히 익숙해진 상태에서 전혀 다른 경험과 환경을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합리적이고 실재적인 순간을 만나기도 해요. 삶이 있는 동네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극장을 통해 서로를 발견하는 거고 언어를 맞추려고 애쓰는 과정이 상호 배움의 효과로 이어진 거예요. 이런 배움은 가까이는 극장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일로 연결되고 마을이나 공동체에서의 돌봄을 확장하는 데 영향을 끼치기도 하죠.
  예술교육이라고 하면 전문적인 기술을 전수하거나 잘 짜인 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그런 경험을 기대하기도 하잖아요. 서서히학교가 만드는 경험은 뭐였을까요?
오배  극장을 관리하고 연극을 만드는 전문성을 전하는 시간도 당연히 있었죠. 그런 기술들을 나누는 일을 바탕으로 마을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감각을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극장이라는 공간과 예술교육이라는 방식을 통해서요. 극장지배인을 3년 차 과정으로 기획하고 막 시작할 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첫 만남을 온라인으로 해야만 했어요. 시니어 양성 과정이었는데 참여자들 연령대도 높고 기기를 다루는 데 서툰 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러다 어차피 동네니까 직접 모이는 게 안된다면 직접 찾아가자는 결론이 나서 극장 사용 설명서랑 자기소개용 교구도 만들고 간식까지 넣은 키트를 만들어서 신청한 분들 댁으로 하나하나 배달했어요. 온라인으로 프로그램할 때 접속을 못 하는 참여자가 있으면 스태프가 실시간으로 방문해서 연결해드리기도 했죠. 믿을만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움직여야 할 때가 있고 소통을 위한 힘을 아껴선 안 되는 것 같아요.
극장지배인 키트 배달
예술을 가까이서 경험하고 자기 삶으로 가져와야 해요
  서서히학교는 극장, 예술가, 주민의 관계를 계속 고민하는 일 같은데, 계속한다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요?
오배  서서히학교만 두고 생각한다면, 관계 지분이 큰 만큼 지역 전반의 태도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어느 한쪽만이 계속하고 싶어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극장에서 일어나는 예술교육은 여전히 중요해요. 예술교육은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걸 넘어서 예술이 만들어지고 펼쳐지는 공간과 가까이 지내며 엿본 방식이나 태도를 자기 삶으로 가져오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쩌면 저한테 예술교육은 옆집에 사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 상황을 만드는 일이라면, 서서히학교이기 때문에 계속해야 할 게 아니라 더 다양한 극장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잉  저도 서서히학교 자체보단 극장 중심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계속 있어요. 극장을 중심에 둔 생활 전반에서 삶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영감을 풀어내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요. 제게 예술교육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같이 있을 수 있는 기회이고 좋아하는 것을 더 멋지게 만드는 방법을 함께 실험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츄가 생각하는 예술교육은 뭐예요?

📢 동료 상담실은 ‘이달의 주제’와 관련해 예술교육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질문을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예술교육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자신만의 노하우를 동료 상담실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함께 해답을 찾아가겠습니다. – [아르떼365] 편집팀

츄(추일범)
츄(추일범)
시를 쓰고 다른 것들도 쓴다. 2024년부터 문화정책을 연구하는 곳에서 밥벌이를 시작했다. 현대인의 정신건강과 지구 평화를 추구한다. 2023년의 서서히학교 ‘지(역민 비)평가’ 과정을 함께 만들고 진행했다. 2024년과 2025년은 모두 공모에서 떨어졌다. 다시 하면 된다.
zardcib@gmail.com
사진제공_월장석친구들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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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11월 21일 at 11:59 AM

    서로 배우며 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동료 상담실④ 예술교육 프로젝트 성찰하기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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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11월 21일 at 12:47 PM

    서로 배우며 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동료 상담실④ 예술교육 프로젝트 성찰하기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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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2025년 11월 29일 at 1:33 AM

    예술교육이 기술 전달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게 특히 인상적이었다
    극장이 마을의 일상이 되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풍경이 얼마나 따뜻하고 단단한 힘을 지니는지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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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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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11월 21일 at 11:59 AM

    서로 배우며 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동료 상담실④ 예술교육 프로젝트 성찰하기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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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11월 21일 at 12:47 PM

    서로 배우며 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동료 상담실④ 예술교육 프로젝트 성찰하기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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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2025년 11월 29일 at 1:33 AM

    예술교육이 기술 전달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게 특히 인상적이었다
    극장이 마을의 일상이 되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풍경이 얼마나 따뜻하고 단단한 힘을 지니는지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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