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으로 채우는 K-컬처를 기대하며

필리핀 내 K-문화예술교육 확장 가능성과 향후 방향

2011년에 개원한 주필리핀한국문화원(이하 문화원)은 필리핀 내 한국문화 확산의 거점으로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며 한국문화 홍보 등 한국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높이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문화원 국유화 사업을 통해 지상 7층, 지하 1층의 건물로 이전했으며 2022년 3월 재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24년 한-필 수교 75주년 기념 문화행사 개최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전 세계 문화원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필리핀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원의 주된 활동 중에는 전시, 공연, 축제 개최 등도 있지만 세종학당으로 대표되는 한국어 강좌, 한식·전통 춤·태권도·민화 등 한국문화강좌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8:1의 경쟁률을 기록한 수업이 있을 만큼 높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설날, 추석, 한글날 등 주요 계기를 활용하여 워크숍 형태의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 추석·한글날 기념 문화주간(2025.10.6.~10.11.) 국악 클래스 및 작호도 민화 워크숍
한국의 전문적인 예술교육과 필리핀의 문화예술 자산의 결합
문화원이 필리핀 문화예술교육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의 ‘문화예술교육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서이다. 진흥원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진행한 ODA 사업은 지역 예술가, 공립학교 교사 대상으로 맞춤형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심화 연수와 멘토링을 제공한다. 필리핀문화예술위원회(National Commission for Culture and the Arts, 이하 NCCA), 필리핀문화전당(Cultural Center of the Philippines, 이하 CCP)과의 협업으로 진행된 ODA 사업은 특별히 필리핀 내 빈민 지역으로 많이 알려진 마닐라 톤도(Tondo) 지역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이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총 197명의 현지 예술가·교사 등 매개자와 총 397명의 마닐라 톤도 지역 아동·청소년이 참여해 활발히 운영되었으며, 특히 2024년 10월에는 진흥원과 협업하여 문화원에서 현지 정부 관계자, 사업 참여 교사 등 약 80명이 참여한 성과공유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또한 10월부터 약 한 달간 톤도 지역 아동·청소년과 참여 매개자들의 업사이클링 작품, 프로그램 현장 스케치·인터뷰 등으로 구성한 전시를 진행했다.
  • 2024 필리핀 문화예술교육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 연수·워크숍, 결과물 전시회
진흥원의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필리핀 정부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의지였다. 여러 협력 기관 중 CCP와 긴밀하게 협력했는데 2024년 성과공유 라운드테이블에서 데니스 마라시간(Dennis Marasigan) 필리핀문화전당 부전당장 겸 예술감독은 “ODA 프로그램을 통해 필리핀의 풍부한 문화예술 자산을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전문성과 결합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아동·청소년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맥락에서 문화원은 2024년에 CCP와 함께 케이팝 아카데미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케이팝 강좌는 문화원에서 진행하는 일반 강좌와 각 대학교 등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강좌’로 구성된다. 당시 CCP 전당장 미셸 니키 주니아(Michelle Nikki Junia)는 현지 일간지 인터뷰에서 “재능있는 필리핀 예술가들을 케이팝의 방식으로 발굴하고 훈련하겠다”(2023.9.)라며 케이팝을 언급했다. 이를 계기로 문화원과 CCP는 2024년 라구나(Laguna) 지역의 예술가 지망생을 대상으로 특별강좌를 진행했다. 문화예술교육 ODA와 케이팝 아카데미 사업은 필리핀 정부 차원에서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2024 케이팝 아카데미
필리핀 문화예술 정책과 ODA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은 CCP와 긴밀한 협력으로 진행했지만, 종합적인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역할을 하는 NCCA를 통해 진행된다. NCCA가 발행한 「필리핀 문화교육 프로그램 2025」(Philippine Cultural Education Program 2025)에 따르면 “비판적 사고를 지닌 문화적 소양과 역량 있는 국민”을 비전으로 “팬데믹 이후 시대에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이며 탈식민주의적인 교육체계 구축”을 목표로 문화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필리핀 문화 관련 지식의 수집·정리 및 교육자료 개발
2. 문화 역량을 교육 전반(정규·비정규·특수교육)에 통합
3. 교사·학생·공무원·문화예술인 대상 문화 기반 교육 확대
4. 사회·문화·환경 정의를 반영한 탈식민 문화유산 연구 촉진
5. 평등·다양성·포용의 원칙 실천
6. ‘국가문화유산법(2009, RA 10066)’의 교육 조항 실현
7. 애국심·민족 정체성 강화 정책 추진
8. NCCA 산하 PCEP(Philippine Cultural Education Program) 전담 기구의 운영체계 구축
9. 문화교육, 유산, 예술교육 관련 훈련프로그램 연계 조정
종합적인 문화예술교육 정책으로 여겨지는 이 계획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필리핀 문화교육의 중요한 목표로 애국심, 민족 정체성 강화, 탈식민주의적인 교육체계 구축 등을 언급한 점이다. 이는 그간 NCCA 등 필리핀 정부의 초청으로 참석한 여러 필리핀 문화행사의 성격과도 일맥상통한다. 매년 필리핀 영부인이 직접 주관하는 직조, 자수, 도예, 목공, 조각 등의 필리핀 공예 및 장인을 기념하는 행사 ‘리카’(LIKHA), 필리핀 통상산업부(The Department of Trade and Industry)와 NCCA가 주관하는 ‘전국공예예술박람회’(The National Art and Craft Fair) 등 많은 문화행사를 보면 필리핀 정부의 고유의 문화 계승과 발전에 관한 지대한 관심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필리핀 정부의 관점이 전반적인 문화예술교육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향후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2025 필리핀 문화교육 프로그램(2025 Philippine cultural education programe) 안내 책자
K-문화예술교육의 비상을 기대하며
필리핀은 최근 5%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록함과 동시에 현재 1.1억 명이 넘는 내수 시장을 가진 성장잠재력이 큰 국가이다. 하지만 성장의 속도와 가능성과는 별개로 2024년 기준 1인당 GDP 4,000달러(IMF) 수준의 개발도상국이다.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고려할 때, 과거 경제성장기 대한민국에서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위치가 어땠는지를 생각해 보면 필리핀에서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위치를 추측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흥원의 문화예술교육 ODA의 성과와 NCCA의 ‘필리핀 문화교육 프로그램 2025’에서의 필리핀 정부의 정책적 의지, 문화원 문화예술 강좌에 대한 높은 인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필리핀 내 문화예술교육의 성장 가능성 또한 높게 봐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 내년도 사업으로 진흥원에서 계획하고 있는 보다 확장된 문화예술교육 ODA 프로젝트는 시의적절하다고 보인다. 새롭게 추진하는 이번 ODA는 한국 문화예술교육 정책·제도 설계 경험을 체계적으로 공유하고, 기획부터 실행까지 포괄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기획하고 있다. 지난 ODA의 주 파트너였던 CCP가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정책의 주무 부처인 NCCA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부분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다소 맥락은 다르지만, 한국 문화의 전 세계적인 관심과 인기를 고려할 때 재외 한국문화원의 문화예술 강좌 프로그램에 대한 진흥원의 협업을 고민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주필리핀한국문화원을 기준으로, 강좌는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국인 문화예술 전문가를 통한 일반 강좌와 국내 전문가를 파견받아 진행하는 특별강좌 형태로 구성된다. 다만 특별강좌는 순회강좌 또는 이벤트성 강좌의 형태로 단기간 교육으로 진행된다. 태권도진흥재단의 태권도 사범 파견 지원사업이나 세종학당재단의 한국어 교원 파견 사업처럼 진흥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교육가를 장기로 재외 한국문화원에 파견할 수 있다면 다양한 한국 문화를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현지인의 수요를 만족시키며, 동시에 한국 문화예술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발표한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28개 조사 대상국 중 필리핀이 한국 문화에 가장 높은 호감도(88.9%)를 보였다. 이러한 필리핀의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호감이 문화예술교육을 매개로 더욱 깊고 다양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이 과정에서 문화원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김명진
김명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문화·체육·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 업무를 담당했다. 미래문화전략팀장과 융합관광산업과장을 거쳐, 2023년 5월부터 주필리핀한국문화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진제공_주필리핀한국문화원
5 Comments
  • author avatar
    김양남 2025년 11월 15일 at 11:35 AM

    문화예술교육으로 채우는 K-컬처를 기대하며
    필리핀 내 K-문화예술교육 확장 가능성과 향후 방향
    잘 보고 가네요

  • author avatar
    안기현 2025년 11월 15일 at 12:09 PM

    문화예술교육으로 채우는 K-컬처를 기대하며
    필리핀 내 K-문화예술교육 확장 가능성과 향후 방향
    기대만점이네요

  • author avatar
    김수현 2025년 11월 16일 at 1:13 AM

    문화원이 단순 홍보를 넘어서 현지 문화정책과 교육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여요

  • author avatar
    이정훈 2025년 11월 17일 at 11:47 AM

    필리핀 문화원의 K-문화 확산 성과가 대단하네요!
    특히 ODA 사업이 필리핀의 문화유산과 한국의 교육 전문성을 결합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앞으로 문화예술교육가 장기 파견 등 더 체계적인 협력으로 필리핀의 높은 한국 문화 호감도가 쭉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 author avatar
    김소이 2025년 11월 20일 at 11:35 AM

    문화예술교육이 K-컬처를 그냥 소비하는 걸 넘어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게 잘 느껴지는 글이네요. 앞으로의 방향도 긍정적으로 보이네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Leave a Reply to 김양남 Cancel reply

5 Comments
  • author avatar
    김양남 2025년 11월 15일 at 11:35 AM

    문화예술교육으로 채우는 K-컬처를 기대하며
    필리핀 내 K-문화예술교육 확장 가능성과 향후 방향
    잘 보고 가네요

  • author avatar
    안기현 2025년 11월 15일 at 12:09 PM

    문화예술교육으로 채우는 K-컬처를 기대하며
    필리핀 내 K-문화예술교육 확장 가능성과 향후 방향
    기대만점이네요

  • author avatar
    김수현 2025년 11월 16일 at 1:13 AM

    문화원이 단순 홍보를 넘어서 현지 문화정책과 교육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여요

  • author avatar
    이정훈 2025년 11월 17일 at 11:47 AM

    필리핀 문화원의 K-문화 확산 성과가 대단하네요!
    특히 ODA 사업이 필리핀의 문화유산과 한국의 교육 전문성을 결합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앞으로 문화예술교육가 장기 파견 등 더 체계적인 협력으로 필리핀의 높은 한국 문화 호감도가 쭉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 author avatar
    김소이 2025년 11월 20일 at 11:35 AM

    문화예술교육이 K-컬처를 그냥 소비하는 걸 넘어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게 잘 느껴지는 글이네요. 앞으로의 방향도 긍정적으로 보이네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Leave a Reply to 김양남 Cancel reply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