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이로운 제도와 틀을 고민하기

2024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외출장자 기고④ 독일 문화예술교육

2024년 11월, 문화취약지역 및 인구소멸지역 대상을 주제로 문화예술교육 정책 방향과 사업 운영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의 주요 문화예술 기관을 방문했다. 이번 출장은 전문인력양성 연수,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 1급 도입과 같은 팀의 주요 사업 추진에 큰 구조와 흐름을 발견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얻고자 추진하게 되었다. 방문 기관별로 팀을 나누어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독일합창단협회(DCV)와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Künstlerhaus Bethanien)의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노래의 긍정적인 효과를 위한 일상교육
“노래는 사람을 연결하고,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며, 뇌를 훈련시키고, 기쁨을 줍니다.”
이 문장은 ‘카루소’(Die Carusos) 프로젝트의 슬로건으로 독일 음악교육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독일합창단협회는 1862년 독일가수협회가 설립된 후, 독일 내 아마추어 합창 문화를 촉진하고 보존하기 위해 2005년 독일 내 주요 합창 협회가 합병하여 출범했다. 협회에는 현재 13,000개 합창단, 70만 명의 회원이 있다.
카루소 프로젝트는 어린이들이 노래의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노래 부르기를 장려하기 위해 독일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 대상 음악교육 인증제도다. 인증 기준 총 다섯 가지로 매일 함께 15분 이상 노래하고, 노래의 음역은 어린이의 목소리에 적합해야 하며, 어린이 연령에 맞는 다양한 노래 리스트도 유지해야 한다. 인증 평가는 전문 평가단이 직접 기관을 방문하여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심사하고, 3년마다 재심사를 거친다. 현재 300여 개 기관이 인증을 유지하고 있으며, 단순히 프로그램 실행을 넘어 교육 환경 전반의 질을 높이는 자격 인증 구조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표준화된 인증 기준을 기반으로 한 품질 관리 시스템, 현장 맞춤형 교육 교재와 3년 주기의 평가 구조, 특히 평가자가 일방적으로 심사하는 구조가 아니라 전문 컨설턴트가 현장을 방문해 보고, 필요한 피드백과 개선방안을 상세히 제공한다. 인증서를 받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음악교육(활동)을 강조하며, 제외 기준에 하나라도 해당할 경우 일정 기간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카루소 심사 기준(Der Carusos-Standard)
1. 매일 함께 노래하기 유치원에서 모든 어린이가 매일 최소 15분 이상 노래를 부른다.
2. 어린이에게 적합한 음높이로 노래부르기 노래의 조나 음높이는 어린이의 목소리에 맞춰져 있는데, 이는 (어린이들이) 높은 음역대로 노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치원 연령에 적합한 음역대는 d1(레)~f12(2옥타브 파)이다.
3. 다양하고 연령에 맞는 노래 선택 레퍼토리는 음악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다양하며 어린이의 연령에 적합하게 구성하며, 교육자 팀은 최소 40곡의 리스트를 유지한다.
4. 전체적인 과정으로서의 노래 부르기 노래 부르기는 움직임이나 악기 반주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할 수 있다.
5. 유치원 내에서 음악의 중요성 노래 부르기와 음악연주가 유치원에서 꾸준히 이루어지고 일상에서 음악을 즐기며, 이러한 활동이 높은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
부적합 기준 • 시설 전체가 카루소 프로그램 운영에 충족하지 않는 경우: 음악 친화적이지 않거나, 기관 내 일부 교수자만이 기준을 충족할 경우
• 어린이에게 적합하지 않은 음역으로 노래하는 경우: 지속적으로 노래를 너무 낮게, 즉 범위 제한 c1(도)보다 낮게 노래할 경우
• 외부 제공 서비스의 주된 활용: 음악교육이 주로 외부 음악 교사와 같은 제3자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질 경우
• 시청각 매체의 주된 사용: 대부분의 음악교육이 시청각 오디오 기기(플레이백)를 통해 연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독일에서 음악 전문교사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독일합창단협회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타 교과 교사가 음악교육을 할 수 있도록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교육은 연간 10회, 50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단순한 음악 이론이 아니라 보컬 트레이닝, 즉흥연주, 디지털 미디어 활용, 동작을 통한 신체 타악기 등 실제 수업 현장에서 교수에 필요한 역량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사가 음악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새로운 분야로의 직무 전환과 역량 확장 중심으로 설계된 점이 인상 깊었다.
  • 독일합창단협회(사진출처)
작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방식
낡은 병원에서 지금은 전 세계에서 모인 예술가들이 머물며 작업을 이어가는 공간,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이하 베타니엔)을 찾았다. 이곳은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예술가와 관람객, 큐레이터들이 자유롭게 섞이는 일상적 교류 공간이었다.
베타니엔은 예술가들이 입주해 최대 1년간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곳으로, 입주 기간 중 기획 전시, 출판, 네트워킹, 워크숍 등을 경험한다. 오픈 갤러리를 운영하며 관람객과 작가 간의 아티스트 토크를 장려하고, 예술가와 외부 교육기관 관계자가 직접 소통할 기회를 마련한다. 이들의 체류는 대부분 각국 문화기관이나 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며 레지던시 입주 작가들은 큐레이팅, 전시 기획, 예술가로서의 장부 관리 등 행정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는 정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개별 예술가의 요청과 필요에 따라 개인 워크숍 등 매우 유동적으로 운영 한다.
워크숍은 실무에 가깝게 운영된다. 입주 작가의 요청에 따라 ‘스튜디오 방문’(Studio Visit) 프로그램을 통해 초대하는작가, 전문 테크니션, 큐레이터 등과의 미팅을 주선하는데, 이는 작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중요한 접점이 된다. 특히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에 필요한 금속, 목공 작업과 같이 위험하고 낯선 작업은 상주하는 테크니션 직원에게 필요할 때마다 기술적인 도움과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작업뿐만 아니라 타국의 낯선 환경에서의 정신 건강을 돕는 직원도 상주해 있어 작가들의 적응을 돕는다.
베타니엔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예술가 간 네트워킹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공동 작업실, 스튜디오 방문, 아티스트 토크, 전시 기획 참여 등을 통해 작가들은 자연스럽게 동료로서 배우고 질문하며 습득한다. 또한 작가가 다른 국가로 이동하더라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협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경험은 예술가의 교육가적 성장에도 중요한 자산이 된다. 형식화된 연수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서로의 작업을 관찰하고 습득하는 자발적 네트워킹이 중요한 학습 환경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공공 창작공간에서 동료 피드백과 자기 성장이 가능한 시스템, 정형화된 강의가 아닌 네트워크 기반의 학습 구조로 함께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체득하는 이곳의 교육은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전시장
  • 지하 작업실 전경
인재개발연수원조성팀
이현아 주임 ringo@arte.or.kr
서이현 주임 syul@arte.or.kr
윤여웅 주임 yyu@arte.or.kr
이가연 주임 gayeon0@arte.or.kr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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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06월 08일 at 12:09 PM

    현장에 이로운 제도와 틀을 고민하기
    2024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외출장자 기고④ 독일 문화예술교육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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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06월 08일 at 12:42 PM

    현장에 이로운 제도와 틀을 고민하기
    2024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외출장자 기고④ 독일 문화예술교육

    기대만점으로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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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2025년 06월 08일 at 9:23 PM

    타니엔의 네트워킹 중심 창작공간, 상주 테크니션의 실질적 지원, 정신 건강을 위한 배려 등은 예술가의 창작 환경을 한 단계 높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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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06월 08일 at 12:09 PM

    현장에 이로운 제도와 틀을 고민하기
    2024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외출장자 기고④ 독일 문화예술교육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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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06월 08일 at 12:42 PM

    현장에 이로운 제도와 틀을 고민하기
    2024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외출장자 기고④ 독일 문화예술교육

    기대만점으로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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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2025년 06월 08일 at 9:23 PM

    타니엔의 네트워킹 중심 창작공간, 상주 테크니션의 실질적 지원, 정신 건강을 위한 배려 등은 예술가의 창작 환경을 한 단계 높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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