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없는
프랑스인들의 삶

 

 

‘메트로-불로(일)-도도(잠)’로 흔히 요약되는 것이 프랑스의 수도에 사는 파리지앙들의 삶이다. 그리고 이는 전세계 대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오늘날의 일반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파리와 파리 근교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그들 가운데는 젊은 독신자들도 있지만, 은퇴를 한 뒤, 이혼이나 결별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들도 많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세계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지만, 파리와 파리 근교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무척이나 높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함께 사는 사람들보다도 자신의 자유로운 시간이 더 많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 자유의 시간은 풍요로움을 상징할 수도 있지만, 또한 외로움을 의미할 수도 있다. 매일 저녁 파리의 연주회장을 가득 메우는 노인들을 보면 드는 생각은, 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몇 시간을 연주회장에 앉아 있을 리는 없겠지만, 그들에게는 저녁과 밤의 외로움을 잊을 수 있는 가장 문화적인 방법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외로운 저녁 시간을 텔레비전 앞에서 보내는 대신, 연주회장에 앉아 있는 노인들 중 대다수는 수년 동안 음악원에서 음악을 배웠을 것이다.

 

예술교육이 고가의 개인레슨이나 사설학원에 의해 이루어지는 국내현실과는 달리, 음악, 무용, 연극, 미술 등의 예술교육이 파리 시내는 파리 시에 의해, 그리고 파리 근교나 프랑스의 지역들은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콩세르바투와르 뮈니시팔(지역음악원)이나, 에꼴 데 보자르(미술학교) 등에 의해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신고된 아소시아시옹(협회)으로서 운영되는 예술교육센터들에 의해서 기본적인 수준이 보장된 예술교육이 저렴한 경제부담으로 보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방과 후에 음악, 무용, 미술 등을 배우고,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온 뒤에도 예술을 직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역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취미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술활동이 일상적인 활동이라는 점과 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다. 30대에서 은퇴하기 직전까지인 65세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과 가사 때문에 예술적 여가활동을 충분히 누리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은퇴한 뒤에 여가활동을 매우 활발하게 영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프랑스의 특성이다.

 

 

악기를 어느 정도 연주하는 사람들은 아마츄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고, 노래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합창단에서 노래한다. 물론 지속적인 배움을 유지하면서. 결국은 클래식 음악이나 여타의 예술들이 바로 ‘자신들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요일에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많은 휴일, 그리고 연중 정기적으로 존재하는 1주에서 2주 사이의 바캉스들 역시 이러한 취미와 여가활동을 심화시킬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인 기회를 주는데 일조한다.

 

이들에게는 여가활동으로서의 문화예술활동이 기쁨과 행복의 추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사회적인 성취와 맞물려있지는 않다.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프랑스인들은 다양하고, 개성적인 자기연출과 우아함을 일상에서도 성취하려는 욕구를 잘 보여준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선언한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은 파리라는 도시를 파리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의 것으로 만들려고 다양한 시도들을 한다.

 

매년 여름 세느강 주변 도로를 차단하고, 파리 플라쥬를 설치하는데, 막대한 불편과 비용에도 불구하고,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파리 시민과 파리를 찾는 여행자들의 열렬한 환호로 파리 플라쥬는 매년 이어진다. 그래서 파리지앙들은 파리 플라쥬에서 만나고, 함께 춤추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연주한다. 그래서 파리지앙들은 일상과 예술적 경험과 축제의 순간들을 경계 없이 공유할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물론 조건은 지극히 단순하다. 예술 속에 담겨진 진실과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거기에서 열정과 기쁨을 느끼는 것.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사실상 예술과 일상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김동준 재불음악평론가,
르 쉐네 음악원 피아노, 오케스트라 지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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