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dside Theatre 누워서 즐기는 연극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면 예술이 삶과 사회의 풍요를 위해 기여할 수 있을까 한번쯤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영국에도 이런 고민을 하며 작업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국에서는 1990년부터 영국 정부의 지원 하에 지역의 예술가와 건강 관련 기관의 협력 작업이 꾸준히 확대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드라마가 병실 아동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바로 병원 아동들이 침대 머리맡에서 연극을 경험할 수 있는 Bedside Theatre이다.

 

Bedside Theatre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기금 (NHS Trust), 캐드버리 기금 (W. A. Cadbury Trust)등의 지원과 버밍엄 아동 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영국 뉴만 대학교(Newman University College)의 퍼세폰 세스투 교수(Dr Persephone Sextou)가 진행한 프로젝트로 공연팀이 병원에 입원한 아동들과 보호자들이 있는 병실을 찾아 연극을 하는 예술 프로젝트이다.

 

Bedside Theatre 프로젝트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 의학적 신체적 치료를 넘어 선 환자들의 니즈(needs)를 충족하는데 연극이 기여할 수 있다는 증거 제공
• 병원 입원 아동들의 여러 병원 생활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심리적 건강 향상
• 병원 입원 아동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신의 신체적 아픔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 향상

 

첫 번째는 준비 단계(warm up)이다. 병실은 굉장히 개인적인 공간일 수 있다. 입원 중인 어린이의 눈에 익은 사람만 들어오는 병실에 갑자기 낯선 배우들이 들어오면 아이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낯설음을 없애기 위해 배우들은 공연 시작 전에 의사 가운을 입고 clown doctors로 분하여 병실에 들어간다.

 

사진출처 “Bedside theatre performance and its effects on hospitalised children’s well-being”,
Arts & Health: An International Journal for Research, Policy and Practice (30 Aug 2012)

 

Warm up 과정을 통해 병실 아동과 어느 정도 친밀감이 형성되면 배우들은 본격적으로 공연에 들어간다. 의사 가운을 벗고 한 배우는 ‘소년’으로 한 배우는 ‘무지개’ 역할로 “소년과 거북이(A Boy and a Turtle)” 이야기를 공연한다. 배우들은 부드러운 거북이 헝겊 인형으로 병실 아동과 눈을 맞추며 공연을 진행한다. “소년과 거북이“는 로리 라이트(Lori Lite)작가의 아이들이 자신의 스트레스와 화 그리고 근심을 잘 다스리고 편안히 잠드는 것을 돕기 위해 창작된 일종의 휴식 이야기이다.

 

공연이 끝나면 아이들이 공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질문을 하고, 아이들 스스로 연극 속의 인물이 되어보기도 하면서 공연이 마감된다. 아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그들의 참여 정도, 공연 시간, 공연 방법들은 조정된다. 공연은 아이들이 바쁜 병원 일과를 모두 마치고 가장 편안한 시간인 5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이루어지며 스토리텔링 기법을 중심으로 간소화한 의상과 소품, 그리고 음악을 통해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진행된다.

 

이쯤되면 세스투 교수의 작업은 연극치료와 작업과 닮아 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bedside theatre는 연극치료나 applied theatre(시민연극)1)와 달리 무대가 없는 공간에서도 제약 없이 적용이 가능한 프로젝트다. 물론 공연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특별히 배우의 행위보다 공연의 과정에 집중하는 applied drama2)에 가깝다.

Applied drama가 보통 치료적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는 있지만 Bedside Theatre가 치료를 유일한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세스투 교수는 아동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 설문과 사후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프로젝트 후에 아이들이 좀더 진료에 협조적이 되거나 안정을 찾게되었다고 언급했다.

 

건강과 행복의 증진을 위해 연극을 활용하는 연구(Theatre-in-Health & Wellbeing)는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예술가, 교육자, 의학 전문가, 병원 스텝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세심한 협력과 헌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술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과 관계를 맺고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업이기에 세스투 교수팀은 앞으로 NHS 버밍엄 아동 병원 혹은 다른 의료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여 작업을 구체화 하여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 김수연 해외리포터 (영국)

 

참고 – http://newman.academia.edu
관련 논문 – Sextou, Persephone.“Bedside theatre performance and its effects on hospitalised children’s well-being”, Arts & Health: An International Journal for Research, Policy and Practice (30 Aug 2012)

 


1) Applied theatre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공연 형태 연극 작업을 의미하는 포괄적 용어로서 전통적 형태의 연극 공간이 아닌 곳에서 주로 소외계층들이 함께하며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의 형태가 섞여있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김병주 서울교대 교수에 의해 시민연극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바 있다.

 

2) Applied drama는 여러 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과정중심 드라마 작업을 의미하는 포괄적 용어로 applied theatre와 다른 점은 반드시 공연 형태를 가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참여자와 상호작용 하며 특정 주제나 이야기를 다룬다.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넘나들며 연극적 틀 안에서 롤 연극, 즉흥적 활동, 놀이 등을 참여자와 함께 하면서 치료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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