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친근해진 반 고흐, 그리고 미술관의 노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반 고흐 미술관에서 가장 특징적인 프로그램 중의 하나는 바로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대부분의 네덜란드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그러하듯, 이곳 역시 초, 중, 고등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중 몇 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6살에서 12살까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먼저 어린이를 위한 오디오 투어를 들 수 있다. 이는 어린이들에게 반 고흐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보다 흥미롭게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기획되었다. 어린이들은 헤드셋을 쓴 채, BBC에서 성우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클 언더우드의 목소리를 통해 반 고흐의 예술세계를 경험해볼 수 있다. 마치 어린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다양한 음악과 음향 효과 등을 통해 최대한 즐겁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1887년 반 고흐의 작품인
를 소개하면서, 풍차가 있는 전원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과 음향 효과(바람, 새소리 등)를 함께 곁들이는 식이다. 이러한 오디오 투어는 영어와 네덜란드어로 진행된다. 가난과 불행으로 점철되었던 반 고흐의 생애와 예술작품이 이런 감각적인 통로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보다 흥미롭게 전달되는 셈이다.

 

암스테르담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을 두었다는 학부모 비앙카는 이런 오디오 투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 고흐는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화가지만, 사실 우리 일반인들은 잘 몰라요. 그저 그가 많은 편지를 썼고, 그의 작품에 어떤 게 있다 정도죠. 하지만, 오디오 투어를 통해 제 딸은 이제 저보다 더 많이 반 고흐에 대해 알게 된 셈이죠.” 이렇게 본다면, 어린이를 위한 오디오 투어는 정말 생생한 현장학습의 한 사례인 셈이다.

 

다음으로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워크숍 활동이다. 주로 19세기 예술 역사와 관련된 주제로 진행되는 이 워크숍은 학교 측과의 사전 조율을 통해서 진행된다고 한다. 반 고흐 미술관에는 따로 반 고흐 스튜디오가 있는데, 이곳에서 워크숍이 열린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방식은 우선 어린이들에게 미술관을 돌며, 가장 흥미로운 반 고흐의 작품을 고르게 한 다음, 그걸 재현하거나 새롭게 그려보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워크숍에서 진행되는 부대 활동 중 또 다른 하나는 어린이들을 위한 생일파티이다. 이는 매년 9월에서 이듬해 6월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과 토요일/일요일에 걸쳐 열린다. 한 번에 최대 12명이 참가할 수 있으며,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는 없다. 철저하게 어린이들만이 참여한 생일 파티가 진행되는데, 여기서는 반 고흐의 그림에 대한 퀴즈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가령, 반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에서 나오는 시계는 총 몇 개인가? 반 고흐는 얼마나 다양한 개수의 해바라기를 그렸는가 등과 같이 미술관에서 열심히 그림을 감상한 어린이만이 알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된다. 또한 반 고흐의 그림을 감상한 후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스스로 표현하기 등의 활동들이 함께 진행된다.

 

주로 워크숍에서 사용되는 반 고흐의 작품들은 우울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초기작보다는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별 헤는 밤> 등과 같은 후기작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그림에 나타나는 화려하고 유니크한 색채의 사용이 반 고흐의 작품에서 선명하게 포착되는 특징이며 바로 그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보다 이해하기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6살에서 10살까지의 어린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보물찾기’ 프로그램도 있다. 이 또한 어린이들에게 반 고흐를 즐겁고 재미있게 알게 하기 위한 기획의 소산이다. 어린이들은 미술관 입구의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자유롭게 카드 한 장씩을 뽑아, 작품 관람을 하면서 거기에 적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인포메이션 데스크로 되돌아온다. 그러면 이곳에서는 어린이들의 답이 맞는지 체크해주고 소정의 기념품을 나눠주는 식이다. ‘반 고흐가 그의 형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700 통 이상인가?’ ‘<감자먹는 사람들>에서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음식의 냄새는?’ 등과 같은 질문들이 출제된다.

 

위와 같은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이외에도, 반 고흐 미술관에서는 <프라이데이 나잇>이나 <선데이 렉쳐> 등과 같이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프라이데이 나잇은 말 그대로 미술관의 개장시간을 10시까지 연장해서, 비디오 상영회나 라이브 뮤직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이다. 여기에는 디자이너와 사진가들이 함께 협업한 인터렉티브 설치 미술 상영회 등이 열리기도 한다. <선데이 렉쳐>는 반 고흐와 그의 동시대 작가들에 대한 강연회이다.

매주 일요일 두시에 40분 가량 진행되는 이 강의는 주로 반 고흐 전문가나 연구자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강의를 듣고 청중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주로 네덜란드어로 진행되지만, 외국에서 초빙한 강연자들은 영어로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이루어진 강의는 <반 고흐 편지에 대한 번역과 주석>이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열렸다. 여기서 각각 강의를 한 Nienke Bakker 와 Hans Luijtan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반 고흐 편지 전문가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네덜란드인인 반 고흐가 어떻게 삼분의 일 이상의 편지를 프랑스어로 썼는지, 이에 대한 번역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반 고흐의 편지에서 언급된 19세기의 문화/역사적 맥락에 대해 강연을 했다.

 

반 고흐 미술관은 2009년 한해만 해도 약 15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는 네덜란드 내의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 방문객 통계 가운데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라고 한다. 반 고흐 미술관이 지금껏 네덜란드 문화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비단 반 고흐의 명성뿐만이 아니라, 이처럼 자국의 국민화가를 보다 쉽고 생생하게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운영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