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국적(멕시코, 이스라엘, 일본, 인도네시아, 네팔,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을 가진 아티스트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관광이 아닌 창작을 위해서다. 그들은 3~5개월 동안 창동에 머물며, 거리 곳곳에서 창조적 영감을 얻었다. 또다시 떠남을 준비하는 작가들의 지난 여정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회화를 비롯해 영상 및 설치, 그래피티까지 다양한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이 전시장 내부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곳곳에 설치됐다. 그들만의 로드뷰를 만나보자.

 

양국 간 현대 미술 교류 도모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창동창작스튜디오는 상반기 국제교류프로그램 결과보고 전시=”” <아시아퍼시픽="" 장학연수프로그램>과=”” 참여작가는 총 9명으로 Cecilia Corzo Robledo(멕시코), Martina Mezak(크로아티아), Luiza Margan(크로아티아), Apl315(우크라이나), Boris Oicherman(이스라엘), Yoko Shimizu(일본), Yoshitaka Iwamoto(일본), I Made Arya Palguna(인도네시아), Jupiter Pradhan(네팔) 이다.

 

한국 여성 예술가 혹은 거리의 그래피티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9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국을 묘사했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루이자 마르간은 문헌 자료, 현장 작업, 주변 조사, 비디오와 사진 이미지 수집 등 연구와 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그는 이번 창동스튜디오에 머물며 192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 여성 예술가 및 행동주의자 그룹의 역사를 조사했다. 이 과정을 통해 영감을 받은 사진과 비디오로 한 편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에이피엘315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그래피티 작가다. 곤충학을 공부한 그는 2000년 후반, 거리에서 그래피티 작업을 시작했다. 작가는 출입이 금지된 공업 지대나 지하 묘지, 지나쳤던 모든 거리에 그래피티로 자신의 자취를 남긴다. 이번 전시에서는 창동스튜디오 주차장 외벽에 그린 그래피티를 선보였다.

 

일본 고베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요코 시미즈는 요소용액이 만들어 내는 유기 결정체를 예술 작품으로 제작했다. 다양한 재료 위에 떨어진 요소용액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스스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유기적인 패턴을 만들어 내고, 이것은 곧 작가가 그려놓은 생물체 이미지와 통합되면서 그림의 일부가 된다. <캔버스 위에 유기 결정체>라는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전달한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이 마디 아르야 팔구나는 창동스튜디오 입주기간 동안 자신이 상상했던 한국과 한국 생활을 통해 겪은 실제 한국을 화면에 옮겼다. 바이러스로부터 컴퓨터를 보호하는 프로그램 이름에서 따온 Firewall은 작가가 바라본 한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풍선을 든 아이, 막걸리 혹은 소주를 마시는 남자, 미용실 등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들이 제시되지만 붉은 벽에 갇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모든 것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통제되고 있는 작가의 눈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이다.

 

잠시 머물다 간 흔적을 작품으로 남긴 작가들. 그들이 길 위에서 만난 한국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글_김지혜 사진_창동창작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