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에 ‘예술’이 있다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상봉동 12단지 행복프로젝트 ‘안녕하세요?’를 공동 주관하고 있는 중랑연극협회의 경상현 회장과 극단 어우름의 정혜승 대표를 <효녀 중랑> 연습현장에서 만났다. 두 사람에게 이번 작품의 완성도는 극 자체가 아닌 주민들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가를 의미한다. 남녀노소,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문화와 예술 안에서 하나가 되고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 할 수 있다.“올해로 연극을 30년째, 중랑구민을 상대로 오디션을 보고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일을 6년째 하고 있지만 어느 작품보다도 흥미로운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안녕하세요?’에서 준비 중인 <효녀 중랑>도 작품이고, 일반 주민들과 연극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고자 하는 현재의 과정 역시 또 다른 작품이라고 믿으니까요.”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상봉동 12단지 행복프로젝트 ‘안녕하세요?’를 공동 주관하고 있는 중랑연극협회의 경상현 회장에게 이번 작품의 완성도는 극 자체가 아닌 주민들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가를 의미한다. 일상생활에서 공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는 옛 어른들이 모내기를 위해 품을 가운데 놓고 필요한 이들끼리 공동체를 만든 것과 마찬가지다. 문화, 상봉 12단지 주민들은 연극을 가운데 놓고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명이 ‘안녕하세요?’다. 외치기만 해도 이웃이 가까워지고 가족이 되기 충분한 단어이기 때문이다.예술이 일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처음에 가가호호 돌아다니면서 ‘연극’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의 반응은 “연극이 뭐야?” 혹은 ‘먹고 살기도 바쁜데’라는 전제가 생략된 “웬 연극?”이었다. 연극 관람도 한번 못한 사람이 80% 이상일 정도로 문화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함께 연극도 보러 가고 ‘연극 놀이’를 통한 설득작업 끝에 열대여섯 명의 주민을 뽑을 수 있었다. “과연 이 분들이 공연이라는 책임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줄까?” “연극은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책임감과 배려가 어우러져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연습일이 차곡차곡 쌓일수록 경 회장은 이 같은 초반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깨닫는다. 생계와 집안일에 밀려 연극 연습이 순위에서 자꾸 미뤄지는 통에 배우들이 지각은 물론 결석이 다반사였다. 그러던 이들이 지금은 연습시간이 늦어지면 오히려 재촉을 하고 연습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연습에 임한다. 공동체의식과 배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 불과 두 달 여만의 변화다. ‘연극’을 소재로 소원하던 딸과의 대화가 가능해지고, 15년을 넘게 얼굴도 모르던 이웃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연극에 참여했던 주민들이 공연이 끝나고도 연극을 즐기고 봉사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연극, 인형극 동아리 만들기를 추진 중이다. 연기 뿐 아니라 연출, 극작, 홍보까지 스스로 해보겠다며 적극 배우기에 나섰다. 주민들이 짧은 시간 동안 보여준 많은 변화에 경 회장은 연극으로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며 감동하고 있다. “그 동안 문화와 예술은 누구에게나 어느 지역에나 있었어요. 숨겨진 진주처럼 말이죠. 이들을 일상에서 찾을 생각을 거의 안했을 뿐이에요. 이번 <효녀 중랑>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손길을 뻗으면 문화와 예술로 승화할 수 있는 일상이 있음을 깨달았죠.” 완성도의 차이는 있지만 표현하기 위해 연습하고 노력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어느 예술가 못지않은 열정을 표출하고 있다. 연극 연습도, 생계를 위한 분주한 발걸음도, 지지고 볶는 인간관계도, 모두가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