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을 시도할 뿐 도취되지 않는다

예술수업을 바꾸는 도구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업을 주도했던 기술과 매체가 대면 수업으로 회복한 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최근 챗GPT, 이미지 생성 AI 등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는 소식이 연일 이어지며 한편으로 두려움과 조급함이 생기기도 한다. 예술교육가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소통을 이끄는 새로운 도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예술교육가가 활용하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도구를 통해 새로운 예술교육의 가능성을 살펴보자.
우리는 혁신적인 기술 앞에 주체적일까
성수정&성봉창_푸푸포
2021년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의 상황에서, 푸푸포는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 예술교육으로 어린이를 위한 ‘온라인 미술 학교’와 성인을 위한 [보기를 방해하는 눈] 드로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화상 앱, 음성 앱, 채팅 앱을 2가지 이상 동시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온라인 공간을 오프라인의 대체 공간이 아닌 새로운 교육의 도구로 사용해 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라이브적이며, 시공간을 초월하는 온라인 공간의 성격을 분석하고 실험하는 것은 기술(앱)이 만들어진 목적대로 사용하거나, 온라인 공간을 오프라인 대체 공간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도로 나아가게 했다. 다른 장소, 같은 시간을 음성과 텍스트로 전달하고, 실시간 퍼포먼스와 결과를 채팅으로 교환하는 일은 타인의 작품을 재밌게 감상하는 방법이 되었다.
2023년 급진적인 발전으로 쫓아가기도 벅찬 사회에서 ‘우리는 혁신적인 기술 앞에 주체적일까?’ 질문을 던져본다. 특히 한국의 교육 현장 안에서 새로움과 혁신에 도취되어 예술교육의 본질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할 필요성을 느낀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기술적으로 잘 사용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온라인 공간(혹은 디지털 기술)을 기술이 제안하는 ‘사용방법’에 국한하지 않을 때야말로 창의적인 해석과 실험이 가능해진다. 다양한 시각으로 기술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디지털 환경 안에서 인간의 주체성은 우리도 모르는 새 작동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주체성을 잃은 기술 만능의 예술교육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외에 질문들
⦁ 성장기의 어린이에게 디지털 환경이 주는 영향을 사회는 얼마나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어린이나 노인이 소외되고 있지 않은가?
⦁ 디지털 도구에 필요 이상으로 중독되어 있지 않은가?
  • [보기를 방해하는 눈] 드로잉 프로젝트
시도할 권리, 실패할 자유
이화진_이룹빠!
취향과는 맞지 않았지만 초록색 커튼을 달았다. 이룹빠!와 안 어울리는 초록색 커튼에 어린이들이 반응한다. ‘이제 우리도 크로마키 할 수 있어!’ 우쭐거리는 듯이 자신 있게 말한다. 반응을 보니 성공이다. 하지만 우쭐거리며 말했던 것과 달리 나는 크로마키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지식밖에 알지 못한다. 팬데믹을 보내면서 우리는 쉬어가는 김에 놀아보자는 자기 최면과 함께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다. 온라인미팅 중심의 수업과 키트 개발, 메이키메이키, 애니메이션 기법연구 등 남는 시간을 스터디와 실험으로 보냈다. 작가그룹 플라잉시티의 영향이 강했던 초기에도 그랬지만 뜻밖에 주어진 실험 기회 덕분에 주변 모든 것을 미디어로 다루는 ‘하이퍼미디어’ 개념이 다듬어졌다.
이룹빠!에 있어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그렇게 어떤 사물, 어떤 이벤트, 어떤 감정이라도 가상화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면서 ‘놀이’ 개념도 새롭게 접근할 수 있다. 어떤 대상이 가상화되고 미디어로 인식되면서, 어떤 말이든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는 실패의 자유가 보장된 공간이 태어난다. 디지털 기술은 재미있는 도구이다. 이런 재미있는 도구를 다루려면 나 스스로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시도하고 실험해 보아야 한다. 크로마키에 대해서 잘 몰라도 괜찮다. 우선 초록색 천부터 준비하자! 그리고 같이 놀아보면 되지 뭘~!
  • 스케치메타 활용
  • 촬영기법을 활용한 영상 만들기
중간 혹은 사이를 확보하는 역할
정지현_작가
암벽 등반은 혼자서 할 수 없다. 암벽을 오르는 등반자에겐 그의 안전을 확보하는 확보자가 필요하다. 혹시 모를 추락을 대비해 등반자에게 묶인 생명줄을 적당히 풀거나 당겨 조절하는 것이 확보자의 역할이다. ‘확보를 잘 본다’는 뜻은 등반자가 줄이 자기 몸에 묶여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믿음을 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한다’는 뜻도 이와 비슷하다. 기술은 목적에 선행될 만한 특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수단과 재료로써 예술교육의 ‘중간’ 혹은 ‘사이’에서 스스로 자연스러운 환경 자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철저하게 서로를 직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나는 당시에 VR을 이용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우리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만나 서로가 만든 3D 조형물 위를 뛰어다니며 이곳저곳을 여행하였다. 실제의 이름이 아닌 닉네임으로 서로를 불렀다. 선생님인 나 역시 예외는 없었다. 그 세계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모더레이터이자 서포터로서 그들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관찰하는 확보자에 가까웠다. 창작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예술교육법은 기술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작품을 만드는 일처럼, 생각이 아닌 실천 속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는 수업 중에도 ‘스스로 예상한 것 이상의 결과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가장 크게 고민했다. 등반도, 예술도, 교육도 결국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등반자와 확보자


  • <방구석 대모험_VR끼고>(아트프리즘, 2020)
성수정&성봉창
성수정&성봉창

문화예술기획단체 푸푸포를 운영하며, 시각예술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다원예술실험그룹 이미지 패러다임의 팀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_pupupo
이화진
이화진

일상에서 숨겨진 단서와 이야기들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어린이 스튜디오 이룹빠!에서 ‘두부’라는 이름으로 어린이를 만나고 있다. ‘이룹빠!’는 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가 우연히 만들어 낸 음성에서 따온 이름으로 현대미술을 어린이와 함께 탐색하기 위해 작가그룹 플라잉시티가 기획한 미술 워크숍으로 2010년 출발했으며 2017년 이후부터 ‘구부요밴드’라는 그룹명으로 활동 중이다.
irubba.arworkshop@gmail.com
정지현
정지현

세상의 많은 사물부터 조각의 기능과 움직임을 배운다. 개인전 《가우지》(인천아트 플랫폼, 2022), 《다목적 헨리》(아뜰리에 에르메스, 2019), 광주비엔날레(2016), 퀸즈뮤지엄(2015) 등에서 공연 및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전문사에서 [독립연구] 수업을 맡고 있다.
astradiog@gmail.com
인스타그램 @jihyun_ball
정리_프로젝트 궁리
사진·이미지 제공_필자
4 Comments
  • author avatar
    제환 2023년 04월 25일 at 8:28 AM

    재미있는 기사 감사합니다 😍

  • author avatar
    김양남 2023년 04월 26일 at 11:56 AM

    새로움을 시도할 뿐 도취되지 않는다
    예술수업을 바꾸는 도구
    공감이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3년 04월 26일 at 1:50 PM

    새로움을 시도할 뿐 도취되지 않는다
    예술수업을 바꾸는 도구
    기대만점입니다

  • author avatar
    이승희 2023년 04월 27일 at 6:49 PM

    도취하지 않는다는 말이 너무 멋져요
    그렇지않아도 챗GPT 등장으로 놀랍기도하고 마음이어수선했는데 중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사내용이었습니다. 아르떼 최고!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4 Comments
  • author avatar
    제환 2023년 04월 25일 at 8:28 AM

    재미있는 기사 감사합니다 😍

  • author avatar
    김양남 2023년 04월 26일 at 11:56 AM

    새로움을 시도할 뿐 도취되지 않는다
    예술수업을 바꾸는 도구
    공감이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3년 04월 26일 at 1:50 PM

    새로움을 시도할 뿐 도취되지 않는다
    예술수업을 바꾸는 도구
    기대만점입니다

  • author avatar
    이승희 2023년 04월 27일 at 6:49 PM

    도취하지 않는다는 말이 너무 멋져요
    그렇지않아도 챗GPT 등장으로 놀랍기도하고 마음이어수선했는데 중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사내용이었습니다. 아르떼 최고!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