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이슈분석 리포트 1호는 2학기 전면 등교 수업을 맞이할 학생들을 위해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약 2년간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지나며 비대면·원격수업으로 연대감을 잃어가고, 정서적·신체적 성장의 제한도 경험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교육격차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의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라는 키워드로 확장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심리적·정서적 ‘회복’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교육이 아이들의 회복에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그 고민을 이번 이슈분석 리포트 1호에 담았다. 먼저, 1장에서는 학교·사회의 현안과 문제를 진단해본다. 2장에서는 교사, 예술강사, 기획자, 학부모의 목소리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이 학생들의 ‘회복’에 미치는 영향과 위기의 시대를 지나올 해법들을 모색해보았다. 마지막 장에서는 학생들의 회복을 위해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이 가져야 할 역할을 고민해보았다. 이슈분석 리포트의 각 장에서 펼쳐질 이야기를 요약하여 소개한다.
코로나 시대, 학교 현장의 현재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단장
성장세대는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생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코로나는 신체·정신 건강, 학습 등 학창 시절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발달과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학생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팬데믹의 부정적인 영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커다란 능력 손실도 예상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0년 6월 5일 미국 [타임지]는 표지 기사에서 ‘팬데믹 세대(Pandemic Generation)’의 출현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 아이들의 코로나로 인한 영향은 어떠할까.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2020)의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가족과의 갈등과 다툼이 늘어났고, 온라인 교육으로 학업 스트레스도 증가하였다. 더불어 사회적 연계망이 부재함에 따라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에 대한 불안, 우울, 짜증 등 부정적인 정서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행복감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악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동·청소년을 심리적으로 지지해 줄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로 부각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교육부는 「교육회복 종합방안」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습‧정서 등 결손이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기초학력 보장, 맞춤형 학습 지원을 통해 학습격차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심리·정서 보완을 위해 의료 체계를 확충하고 학교 일상 회복을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교육현장에서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팬데믹 시대, 학교, 교육, 예술에 대해 묻다
현혜연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
2장에서는 학교 교사와 학부모, 예술강사와 예술교육 기획자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교사와 예술강사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교육현장에서 예술교육이 사회적 회복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교사는 급변한 교육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그 크기는 점차 커지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교육적 방법을 일괄 전환해야 하는 과업 앞에서 혼란과 피로를 느낀다. 특히 예술 교과와 같은 교육 시수 비중이 적은 교과는 담당 교사가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아이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교육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예술강사들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러운 현장의 접근금지와 기다림, 일방적인 교육 콘텐츠만 만들어 보내고 아이들과 만날 수 없는 상황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보호관찰소와 같은 통제된 시설에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자기표현의 기회를 주는 유일한 통로였던 사회 문화예술교육 강사들은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된 것이 너무 마음 아픈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팬데믹 2년 차, 여전히 어렵고 두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올해는 교육현장에서 여러 변화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회복’이라는 과제 앞에서 예술 역시 회복탄력성, 존재에 대한 이해, 창의적 협력, 함께 살기의 기술을 숙고해야 한다. 우리가 지난 시간을 고군분투하며 지켜온 것처럼 문화예술교육은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함께해야 한다.
회복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역할 : 회복탄력성, 연대, 디지털시민의식
제환정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객원교수
팬데믹 이후의 학교와 학생의 ‘회복’은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심리적, 정서적 회복은 물론 창의적 격차의 감소를 통한 사회적 회복을 포함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회복’이라는 키워드를 주장하기 위한 몇 가지의 가능성을 제안해보았다.
‘회복탄력성’은 팬데믹 이후 테크놀로지의 활용과 적용 능력만큼이나, 웰빙과 자기관리에 대한 능력이 주요한 사회적 역량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조안 파르(Joan Parr)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창의학습 디렉터는 2017년 한영문화예술교육 교류 라운드테이블에서 문제해결 능력과 비판적 사고는 창의성의 또 다른 이름으로 해석한 바 있다. 문화예술교육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역량들인 ‘문제해결 능력’(2015, 2020년 1위)과 비판적 사고(2020년 2위)는 꾸준하게 미래에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믿는 기술 목록의 최상위에 존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향식으로 기획·운영되는 학교문화예술교육에서도 변화하는 미래역량의 과제를 적용하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이 협업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소통, 협력, 공유의 시스템을 마련하는 계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교육을 인력 파견형 체험활동에서 벗어난 사회 참여적 활동으로의 재인식하고, 새로운 예술가의 유입이나 교류를 자극할 기회에 대한 요구도 있다.
팬데믹 이후 맞이하게 된 온라인 교육과 회의가 그나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테크놀로지의 도움만은 아니었다. 제한적이고 가상적인 집체 안에서 사람들은 윤리적 태도로 연결되었다. 그동안 많은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에서 윤리적인 이슈나 태도, 돌봄의 의무는 개인적 품성이나 책임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회복’과 ‘회복탄력성’을 제안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응 가이드 및 온·오프라인 상의 윤리적 이슈에 대한 가이드라인, 혹은 공론화된 토론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예컨대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해 9월 ‘디지털 교육 액션 플랜’(Digital Education Action Plan, 2021-2027)을 발표하며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와 잘못된 정보 파악을 교육과 트레이닝을 통해 낮출 수 있는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을 공표했다. 한편, 미국 교육위원회는 2020년 10월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 개발을 위한 교육 전략’ 을 발표하며, 디지털 기술이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나 사회적 분열을 유발할 수도 있는 시대에 디지털 시민성 개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 학생들에게 사실과 허구의 구분, 인간관계, 변화 주도 등의 필수적인 능력을 망라하는 종합적인 디지털 시민성을 가르칠 능력이 학교에 필요하다고 언급했다.(‘해외 문화예술교육 동향’, 2020년 11월 3주)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만큼 온라인상에서의 윤리적이고 준법적인 행동과 인식에 대한 이해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견인되도록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21 문화예술교육 이슈분석 리포트 전문은 ‘arte라이브러리 – 연구자료실’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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